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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로널드 레이건과 윌리엄 버클리 2세
작성일 : 2021-07-25 09:30조회 : 1,708
로널드 레이건과 윌리엄 버클리 2세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1911~2004)은 1964년 대선 때 공화당 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Barry Goldwater 1909~1998)를 지지하는 방송 연설을 한 후에 유명해 졌다. 레이건은 그 여세를 몰아 1966년 선거에서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됐다. 그러자 딸 패티는 아버지가 “인민의 적인 기득권층이 됐다”면서 절연(絶緣)을 선언해 버렸다.
레이건의 자서전에는 낸시 여사에 관한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딸과 아들에 대해선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 딸 패티가 레이건에게 한 마지막 복수는 1994년 여름에 플레이보이지(誌)에 누드로 나온 것인데, 소식을 들은 노년의 레이건 부부는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레이건은 백악관으로 지인을 초청해서 오찬을 같이 하기를 좋아했다. 은둔의 보수 철학자 러셀 커크(Russel Kirk 1918~1994)도 백악관에 초대된 적이 있다. 하지만 배리 골드워터는 레이건 임기 8년 중 백악관에 초대되지 못했다. 1976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때 골드워터가 레이건이 아닌 제럴드 포드 대통령을 지지한 탓이다. 레이건은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골드워터와 오찬을 하고 싶었으나 앙금을 씻어내지 못한 낸시 여사가 절대적으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레이건 백악관에 자주 초대된 인사로는 윌리엄 버클리 2세(William F. Buckley, Jr. 1925~2008)가 있다. 부유한 석유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나서 예일 대학을 졸업한 버클리는 미국 대학가의 좌편향을 고발한 책을 써서 유명해졌고, <내셔널 리뷰> National Review를 창간해서 보수 담론을 확산시켰다. ‘사선’(射線) Firing Line이란 TV 대담 프로를 오랫동안 진행했고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레이건은 <내셔널 리뷰>를 탐독한 애독자였고 버클리가 진행하는 대담 프로에도 출연했다.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하고 유머와 위트가 넘쳐흐르는 글을 썼던 버클리, 그리고 역시 유머와 위트가 충만한 레이건은 만날 때마다 파안대소(破顔大笑)하면서 대화를 즐겼다.
1980년 대선에서 레이건이 당선되자 보수정권을 탄생시키는 게 소원이었던 윌리엄 버클리는 누구보다 반가워했다, 버클리는 레이건에게 보낸 당선 축하 서신에서 자신은 정부 직책을 맡을 의도가 없다고 미리 이야기 해 두었다. 그러자 레이건은 “귀하를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국 대사로 임명한다”고 답신을 보냈다. 버클리는 레이건에게 “2개 사단의 경호원을 붙여주면 아프가니스탄에 대사로 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은 소련군 점령 하에 있었다. 격조 높은 유머는 품격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가능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버클리는 2008년 2월, 83세 나이로 평생 글을 쓰던 서재의 책상 위에서 숨을 거두었다. 레이건은 1994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음을 밝히는 미국민에 대한 고별인사를 했는데, 그의 나이 83세였다. 레이건의 고별사(告別辭)에 감동한 미국인들이 공화당 후보를 많이 찍어서 공화당은 상하 양원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다. 레이건은 2004년 6월에 사망했다.
대통령 선거 시즌을 맞아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쏟아내는 말과 행동을 보면, 부끄럽다는 말 밖에 나오지가 않는다. 도무지 최소한의 품위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1980년대의 '품위'에 대해 새삼 향수를 느끼게 된다.
- 사진은 1971년 TV 대담 프로 <사선>에 나온 레이건과 버클리, 1986년 레이건의 백악관 생일파티에서 만난 버클리와 레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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