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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 정치인은 왜 그럴까?” (시사IN)
작성일 : 2021-08-08 14:06조회 : 1,388
<시사IN> 2021년 8월 3일자 724호 기사
“그 정치인은 왜 그럴까?” 이상돈이 답하다
• 김은지 기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70)는 거침이 없다. 최근 펴낸 회고록 〈시대를 걷다〉도 마찬가지다. 현실 정치에 참여하며 겪은 일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기본이 ‘실명 토크’라 읽는 재미가 있다. 구체적인 상황 묘사 덕에 그림처럼 그려지는 장면이 많다. 정치부 기자나 정치 고관심층이라면 궁금할 ‘그 정치인은 왜 그럴까’를 짐작하게 만드는 내용이 이어진다.
이를테면 국정농단의 사달을 짐작하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2012년 박근혜 대선 캠프에 들렀던 그는 캠프 총괄본부장이던 최경환 의원과 당시 박근혜 후보 수행을 맡은 안봉근 비서관이 서로 말을 놓는 투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봤다. 그들의 직급을 생각하면 깜짝 놀랄 일이었다. 이후 안 비서관은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꼽혔고, 국정농단 사건으로 감옥살이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 관련 부분도 있다. 2013년 늦가을 문재인 당시 의원이 남재희·윤여준 전 장관과 그를 저녁 식사에 초청한 적이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한번 만나고 싶었다”라고만 했다. 발언은 주로 남재희 전 장관이 했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그 모습이 그대로 같아, 겸손함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그가 펼쳐놓은 디테일을 따라가다 보면,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던 이명박 정부부터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을 성공시킨 20대 국회의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보수로 불리지만 ‘이승만 독재 반대, 박정희 군부 반대’를 외치는 집안에서 자랐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책을 앞장서서 반대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을 지냈지만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으로 천거되기도 했다. 국회의원은 제3당인 국민의당 소속이었다. 그의 행보는 특정 정파에 마냥 속해 있지 않았고, 그 때문에 한국 정치 안에서 미묘한 균열을 만들어냈다.
정치인에 대한 쓴소리는 마다하지 않는 반면,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책임감과 연대 의식을 갖고 발언하고 행동하려 했다. 해고된 언론인, 비정규직 방송작가와 아나운서를 비롯해 말 못하는 반려동물(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축산법 개정안 발의), 영양 풍력단지 공사 중단 같은 이슈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 다뤘다. 오랫동안 지리산을 찾는 등산객을 괴롭혔던 천은사 입장료 폐지도 그가 환노위 활동을 하던 2019년 해결된 일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니, 부제처럼 ‘보수적 자유주의자의 여정’을 동반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하자 그는 껄껄 웃었다. ‘보수적 자유주의’는 이 교수도 인정하는, 자신을 정확하게 규정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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