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재키의 핑크 슈트

작성일 : 2021-08-11 21:06조회 : 1,739

재키의 핑크 슈트

재클린 케네디(Jacqueline Kennedy Onassis 1924~1994)는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프랑스에서도 공부를 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재키는 프렌치 디자이너 옷을 좋아했다. 1960년 대통령 선거 때 닉슨의 부인 패트리셔 여사는 평범한 미국산 옷을 입은데 비해 재키는 사치스런 프렌치 디자이너 옷을 입는다고 해서 미국 의류노조가 재키를 비난하는 성명을 낸 적도 있다.

재키가 입었던 옷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또 역사 유물로 남아있는 것이 1963년 11월 22일 댈러스에서 케네디가 암살당하던 당일에 입었던 핑크 슈트다. 재키는 당일 핑크 색 슈트에 모자를 쓰고 공군 1호기 편으로 남편 케네디 대통령과 함께 댈러스 공항에 도착해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댈러스를 방문하기 며칠 전에 케네디는 플로리다 탬파를 방문해서 연설을 하고 오픈 카 퍼레이드를 했다. 재키는 탬파에는 가지 않았다. 댈러스 방문도 탬파 방문과 마찬가지로 이듬해 대통령 선거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케네디는 존슨 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케네디는 오픈카 퍼레이드 도중 텍사스 교과서 보관소 앞에서 피격되어 사망했다. 케네디 암살을 두고선 아직도 여러 음모설이 난무하고 있다. 케네디가 피격됐을 당시 재키는 바로 옆에 있었고 탄환이 케네디의 두개골을 관통한 탓에 케네디의 붉은 피와 누런 뇌수(腦髓)가 재키의 얼굴과 옷에 튀었다. 케네디는 댈러스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케네디의 시신을 넣은 관(棺)과 재키, 그리고 존슨 부통령 부부는 공군1호기를 타고 워싱턴 근교 앤드류 공군기지로 향했다.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공군 1호기 속에서도 재키는 댈러스에서 입었던 핑크 슈트를 그대로 입고 케네디의 관 옆에서 앉아 있었다. 재키의 슈트에는 케네디의 핏자국이 있었고 얼굴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워싱턴으로 오는 동안에 존슨 부통령은 대통령 취임선서를 했다.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는데 재키가 옆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존슨은 재키에게 옆에 있어 줄 것을 특별하게 부탁했다. 존슨의 부인 버드 여사가 피 뭍은 옷을 벗고 다른 옷을 입지 않겠냐고 묻자, 재키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에요, 나는 그들이 잭(Jack)에게 한 짓을 보여주고 싶어요” (“Oh, no ... I want them to see what they have done to Jack.”) (잭(Jack)은 케네디를 부르는 이름이다.)

앤드류 공군기지에 도착해서 비행기에서 내려 올 때에도 재키는 핏자국으로 얼룩진 핑크 슈트를 입고 있었다. 케네디의 유해는 백악관으로 옮겨졌고, 재키는 비로서 핑크 슈트를 벗었다. 댈러스에서 재키가 썼던 핑크 모자는 실종되어 버렸지만 재키가 입었던 핑크 슈트는 케네디의 딸 캐롤라인이 보관해 오고 있다가 지난 2003년 메릴랜드의 국립 문서보관소에 기중했는데, 향후 100년간 비공개하도록 조건을 붙였다. 이 유명한 옷은 재키가 뉴욕의 옷가게에서 산 것인데, 코코 샤넬과 라이선스로 만든 미국산이었다.

이전글재클린 케네디

다음글박근혜와 재클린 케네디

리스트로

이상돈닷컴

이상돈

LEESANGDON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