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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능했던 콘디 라이스
작성일 : 2021-08-20 08:19조회 : 1,719
무능했던 콘디 라이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가 한국에는 미군이 70년간 주둔했고 아프간에는 20년 밖에 주둔하지 않았다면서 성급하게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한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국민의힘 쪽에서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면서 우리의 안보태세를 비난했다. 모두가 웃기는 이야기이다. 바이든 정부의 성급한 철군은 자체로서도 큰 문제이지만, 라이스는 아프간 상황에 대해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콘돌리자 라이스는 가장 실패한 안보보좌관으로 평가해도 모자람이 없다. 2001년 1월, 부시 정부가 들어서게 되자 클린턴 백악관의 안보보좌관이던 샌디 버거(Sandy Berger)는 새로 들어서는 부시 백악관의 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콘돌리자 라이스에게 차기 정부는 테러, 특히 알카에다의 테러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면서 업무를 인계했다. 라이스는 조지 H. W. 부시 행정부 때부터 클린턴 행정부까지 10여년 동안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테러 대응을 담당해 온 리차드 클라크(Richard Clarke)에게 계속 일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클라크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탈레반과 알카에다가 야기하는 위험에 대한 보고서를 부(副)보좌관인 스티븐 헤들리(Stephen Hadley)에 제출했으나 제때에 검토되지 못했다. 라이스는 알카에다의 위험을 이해하지 못했고, 안보회의를 주도할 능력도 없었다. 콘돌리자는 워낙 경량급이라서 체니 부통령과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라이스를 우습게 대했다.
체니 부통령은 미사일 방어체제에, 그리고 네오콘 멤버인 폴 월포위츠(Paul Wolfowitz) 국방차관은 이라크의 테러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런 탓에 2001년 7월에야 알카에다 문제가 국가안보회의 의제로 올라왔다. 클라크는 항공기와 공항에 대한 보안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그의 건의는 채택되지 못했다.
그리고 9.11 테러가 일어났다. 그날 백악관 안보팀은 CNN을 보면서 그냥 놀라고만 있었다. 소식을 듣고 클라크가 백악관으로 급히 들어왔고, 그는 이것이 알카에다 소행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이 놀라운 테러가 알카에다 소행이이라고 빨리 알려지게 됐다. 아무 것도 모르는 라이스는 클라크에게 이 문제를 맡아 달라고 했다.
9.11 테러 후 대통령, 부통령, 국방장관, CIA 국장 등이 모여서 매일 회의를 했다. 체니 부통령은 이라크가 배후에 있다면서 알카에다와 이라크를 같이 다루자고 했으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알카에다 문제에 집중하자고 해서 이라크 문제는 뒤로 미루어지게 됐다. 당시 회의에 참가했던 리차드 아미티지(Richard Armitage) 국무차관은 라이스의 안보팀이 기능마비 상태였다고 나중에 술회했다. 9.11을 조사한 의회 위원회도 당시 백악관 안보실이 무능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은 그 해 겨울, CIA 요원과 특수부대원을 탈레반에 적대적인 북부동맹군에 보내서 탈레반을 축출하기 위한 공동작전을 개시했다. 특수부대와 공군력을 동원한 탈레반 축출 작전은 성공했으나 오사마 빈 라덴은 토라보라에서 놓쳐버렸다. 하지만 새로운 민주적 정부를 세우겠다는 미국의 레짐 교체 정책은 결국 실패했고, 빈 라덴은 2011년에야 사살할 수 있었다.
- 2005년에 나온 아래의 책 429~437쪽에 근거했다. 책 표지 사진은 헨리 키신저,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샌디 버거, 콘돌리자 라이스, 콜린 파월. 이들은 각각 닉슨, 41대 부시, 클린턴, 43대 부시, 그리고 레이건 백악관에서 안보보좌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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