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두환이 정치를 잘 했다 ?

작성일 : 2021-11-02 09:10조회 : 1,470

전두환이 정치를 잘 했다 ?

윤석열이 “전두환이 5.18만 빼고 정치를 잘 했다”고 하니까 전두환이 국보위 시절부터 시행한 이른바 민생정책을 생각하게 된다. 사실 박정희 시절에는 지금 50세 이하 세대는 이해가 되지 않을 일이 많았다. 우선 밤 12시부터 오전 4시까지 통행금지가 있었다. 1970년대 대학을 다닌 우리 세대는 밤 10시 30분이면 생맥주를 마시더라도 끝내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했는데, 시대착오적인 통행금지가 전두환 시절부터 없어져 버렸다.

1970년대까지는 외국에 관광을 갈 수 없었다. 외국에 있는 교포나 자식이 초청을 해야 외국을 방문할 수 있었다. 부모님을 초청하기 위해선 재외 공관에 가서 초청장 확인을 받아서 보내야 부모님이 여권, 그것도 단수 여권을 발부 받아서 외국 여행에 나설 수 있었다. 전두환 정부는 그런 규제를 완화해서 해외여행을 가능케 했다. 또 박정희 시절에는 외국에 유학을 가려면 유학생 자격시험을 봐야만 했는데, 영어 국사 국민윤리 과목이 만만치가 않아서 공부 못하는 아이는 유학을 가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전두환 정부는 유학시험을 없애서 어학연수를 하러 외국에 나가는 것이 가능해 졌다. 박정희 대통령은 외국 여행이나 유학은 꼭 갈 사람만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금성사(지금의 엘지 전자)와 삼성전자가 컬러 TV를 만들어서 미국 등으로 수출을 많이 했는데, 국내에서 컬러 TV를 판매할 수 없었다. 국내에는 컬러 방송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현란한 컬러 TV 방송을 하면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농어민이 상실감을 갖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두환 국보위가 들어서서 컬러 TV 방송을 시작하고 컬러 TV 국내시판을 허용했다. 집집마다 가전 대리점 할부로 컬러 TV를 사기 시작하니까 가전 회사 매출이 폭증했고, 그 덕분에 79년 2차 오일 쇼크와 80년 마이너스 성장을 딛고 경기가 되살아났다.

박정희 대통령은 대학 정원 증가에 매우 인색했고, 특히 인문계 대학 증원에 대해서 그러했다. 베이비 부머가 본격적으로 대학을 들어가는 나이임에도 대학 정원이 그대로 있으니까 대학입학이 무척 어려웠는데, 전두환 정권 들어서 대학 정원을 대폭 증원하고 졸업정원제로 정원의 30%를 더 입학 시키도록 해서 대학 문이 활짝 넓어졌다. 더구나 대학별 본고사를 없애서 지금의 수능 같은 학력고사 시험만 보도록 해서 입시지옥을 덜어 냈다. 이재명 지사도 전두환 덕분에 본고사가 없어져서 학력고사 시험만 보고 중앙대학교에 특별 장학생으로 입학해서 사법시험을 합격할 수 있었다.

전두환 정권은 대학원을 졸업한 우수한 인재들이 군대에 오래있으면 인적 자원 낭비라고 보아서 석사장교라는 제도를 만들어서 대학원 나오고 시험을 보아서 합격하면 6개월 훈련을 받고 임관하고 곧 제대해서 그 우수한 능력을 국가 사회에 이바지 하도록 했다. 5공 군부 실세 자제들이 이 혜택을 보았고 덩달아서 같은 나이 또래도 그런 혜택을 누렸다. 박정희 시절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특혜를 전두환이 베푼 셈이다.

전두환이 정치를 잘 했다고 하니까, 그 시절이 생각이 나서 적어 보았다. 여하튼 우리가 밤늦게 술 먹고, 컬러 TV 보고, 대학 가는 문이 넓어지고, 대학원 나오면 군대를 대충 때우게 된 것이 전두환 정권 들어서인 것은 확실히 맞으니까 그것을 두고 정치를 잘 했다고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물론 웃자고 하는 이야기인데, 돌아보면, 박정희 대통령은 지나치게 국민들에게 내핍을 강요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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