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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심 컨설탄트가 좌우하는 미국 배심 재판
작성일 : 2021-11-21 21:33조회 : 1,353
배심 컨설탄트가 좌우하는 미국 배심 재판
흑인 시위대에게 총을 발사해서 두 명을 죽게 한 18세 백인 카일 리텐하우스에 대해 무죄 평결이 내려지자 뉴욕시 브루클린 다리에서 흑인 시위가 벌어지는 등 심상치 않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무죄판결을 비판했고 도널드 트럼프는 당연하고 훌륭한 판결이라고 지지했다. 조 바이든과 트럼프이 입장이 180도 다르듯이 이 판결을 보도하는 FOX News와 MSNBC는 시각이 180도 다르다. 반쪽이 나버린 오늘날 미국의 모습을 또 다시 절감하게 된다.
우리와는 달리 영국 보통법을 계수한 미국법에서 정당방위는 폭넓게 인정된다. 상점에 강도가 들어와서 돈을 훔쳐 갖고 도망가자 상점 주인이 총을 들고 나와 도망가는 강도의 등에 총을 쏴서 죽여도 정당방위가 된다. 그 강도가 다시 상점으로 돌아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18세기 말에 제정된 미국 헌법에는 민병대를 조직할 권리와 무장할 권리가 규정되어 있는 데, 경찰도 없고 상비군도 없었던 시절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민병대를 조직할 권리와 무장할 권리가 있다는 헌법 조항을 트럼프 지지자들이 거론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 드려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이번에 무죄가 나온 카일 리텐하우스 측에선 조-엘런 디미트리어스(Jo-Ellan Dimitrius)를 배심 컨설턴트로 고용했다. 배심 컨설탄트(jury consultant)는 배심원을 선정할 때 배심원 후보로 올라온 사람들의 성향을 분석해서 피고인한테 가장 유리한 배심원이 선정되도록 해서 재판을 피고인에 유리하게 나오도록 하는 전문가인데, 조-엘런 디미트리어스는 이 분야에서 1인자라고 할 만하다. 그녀가 참여해서 구성한 배심은 피고인에 유리한 평결을 받아내기 때문이다.
이혼한 전 부인과 그의 애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O. J. Simpson도 디미트리어스를 고용해서 배심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흑인 비중이 많게 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검찰 측은 배심 구성을 보고 “이런 배심은 심슨을 유죄로 하지 않을거야”라고 한탄했다고 전해진다. 마찬가지로 이번 재판에서도 디미트리어스는 결코 유죄로 판결하지 않을 배심원들을 골라서 배심을 구성토록 했을 것이다. 디미트리어스는 'best jury consultant money can buy'라고 불릴 정도고 비싸게 받는다. 리텐하우스 재판을 지켜 본 사람들은 무죄가 나올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고 한다. 피고인 측이 이런 정도의 막강한 전문가를 동원하면 검사가 승리할 방법이 없다.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촉발시킨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이 발생한 곳은 미네소타와 위스콘신이다. 미네소타와 위스콘신은 흑인 인구 비중이 10%가 안 되며 대도시를 제외하면 흑인 인구 비중은 더욱 적다. (나는 20년 전에 미네소타 북부를 가본 적이 있었는데, 미국이 아니라 북유럽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배심은 그 지역 인구 비중을 반영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생긴 위스콘신의 작은 도시 케노사에서의 재판은 백인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배심재판은 부유한 사람이 무죄로 나올 가능성이 많은 재판이기 때문에 평균인의 감정이 반영될 수 있는 배심재판이 보다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우리나라의 진보적 형법 학자들의 주장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 사진 (1) 1995년 O. J. 심슨 재판을 무죄로 이끌어낸 변호사 팀. 오른쪽 뒤에 서있는 여자가 조-엘런 디미트리어스. 마이크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변호인단을 이끈 조니 코크란 변호사. 로욜라 로스쿨을 나온 형사 재판 전문 변호사인데 작고했다.
- 사진 (2) 카일 리텐하우스 재판에서 변호사들과 의논하는 디미트리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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