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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제공격
작성일 : 2022-01-14 18:22조회 : 3,061
선제공격
선제공격, 즉 preemptive attack은 다음과 같은 요건을 갖추어야 국제법적 정당성을 갖는다고 여겨진다. 첫째, 심각한 위협이 있으며, 둘째, 선제적 공격을하지 않으면 그러한 위협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으며, 셋째, 군사력 동원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야 한다. ‘심각한 위협’이라 하면, 상대방이 공격할 의도가 있으며, 공격을 위한 군사적 준비 조치가 위험을 야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선제공격의 대표적인 경우는 1967년 6월에 있었던 3차 중동전쟁, 즉 6일 전쟁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시리아가 공격을 하기 직전에 전격적으로 선제공격을 가해서 두 나라의 공군력을 궤멸시켜서 승기(勝機)를 잡았다. 반면에 1973년 가을의 4차 중동전쟁, 즉 욤 키푸르 전쟁에서는 닉슨 대통령의 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가 이스라엘에 절대로 선제공격을 하지 못하게 해서 이스라엘은 전쟁 초기에 고전(苦戰)을 했다.
이와는 구별되는 공격으로는 1981년 6월 7일 이스라엘 공군 F-16 편대가 이라크 오시락 원자력 발전소를 기습공격해서 파괴해 버린 경우이다. 이스라엘은 이라크가 원자로에서 핵 폭탄 원료 물질을 추출한다고 보아서 미국과 사전 협의도 없이 폭파해 버렸다. 이런 경우는 예방적 공격(preventive attack)이라고 부르는데, 국제법적 정당성 여부는 논쟁이 있다. 오시락 발전소 공격이 있은 후 26년이 지나서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핵 시설도 파괴해 버렸다. 2007년 9월 6일, 이스라엘 공군 F-15, F-16 편대가 시리아의 알 키바 핵시설을 공격해서 파괴해 버린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 공격 자체에 대해 함구해 왔고 2018년에야 비로소 사실임을 확인했다.
예방적 공격이 국제법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타당한 방법인지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상대방이 보복 공격을 해 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스라엘이 보다 위험이 큰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해 예방적 공격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03년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공은 선제공격이라기보다는 예방적 공격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바그다드를 점령한 미군은 핵 무기 등 여하한 대량살상 무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의 논리는 무너졌고, 그러자 미국은 이라크에 민주적 정부를 건설한다는 궁색한 명분을 내세워야만 했다.
대규모의 예방적 공격, 즉 예방적 전쟁 preventive war이 정당한지, 또는 실효성이 있는지는 논쟁이 있다. 히틀러가 체코와 폴란드를 점령하기 전에 프랑스는 독일 보다 훨씬 막강한 군사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멍청하게도 프랑스 군부는 지상군을 마지노 라인을 지키는 수비에 투입하고 독일을 선제공격할 생각은 아예 하지 못했다. 독일군 기갑부대가 마지노 라인을 우회하자 프랑스 육군은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공격은 할 줄 모르고 수비만 하는 프랑스 군의 실력은 베트남의 디엔비엔푸에서 또 다시 입증되고 말았다.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당시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는 2차 대전 당시를 상기시키면서 이라크에 대한 예방적 전쟁을 주장해서 의회의 동의를 얻어냈다. 이라크 전쟁이 예상과 달리 진행되자 토니 블레어는 2차 대전과 비교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윤석열의 선제공격 발언이 preemptive attack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preventive attack을 의미하는지는 알기가 어렵다. Preemptive attack이라면 구태여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만일에 Preventive attack을 의미한다면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 첨부하는 책(사진)은 는 1981년 이라크 핵 발전소를 공격한 이스라엘 공군의 무용담(武勇談)이다. 이 책을 읽고 감동하지 않는 사람은 ‘보수’가 아니다. ‘보수’는 멸치와 콩나물을 들고 다니지 말고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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