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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더 나은 지침"

작성일 : 2022-02-05 08:43조회 : 1,183

"역사가 더 나은 지침"

진 커크패트릭(Jeane Kirkpatrick 1926~2006)은 레이건 행정부에서 초기 멤버 중 유일한 여성 각료급이었고 레이건/부시 공화당 정권 12년 동안 드물게 각료급으로 기용된 교수 출신이었다. 유엔 주재 대사는 정책을 입안하거나 집행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생각을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진 커크패트릭 대사는 레이건 행정부 들어서 변화된 미국의 정책 방향을 누구보다 잘 전파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서 자신의 보수적 신념을 연설로 설파했지만 사실 레이건 행정부의 주축을 이루었던 조지 슐츠 국무장관, 제임스 베이커 비서실장/재무장관 등은 대체로 실용을 중시하는 인물들이었다. 그래서 닉슨 대통령의 공보비서를 지낸 보수 논객 패트릭 뷰캐넌(Patrick Buchanan 1938~ )은 레이건이 보수주의를 배신했다고 비난한 적도 있다. 말하자면 대통령은 레이건 대통령은 “공산주의는 역사의 잿더미에 쌓일 것”이라는 연설 등을 통해서 자신의 지지자들에 영감(靈感 :inspiration)을 불러 일으켰지만 실제로 취했던 정책은 점진적이었다, 당시는 상하 양원의 다수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어서 레이건은 토머스 오닐 하원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와 모든 것을 협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 정부에 교수 출신을 각료급으로 대건 등용한 대통령은 존 F. 케네디였다. 하버드 대학원장이던 정치학자 맥조지 번디(McGeorge Bundy 1919~1996), 역시 하버드의 역사학 교수이던 아서 슐레진저(Arthurer Schlesinger Jr. 1917~2007) 등이 백악관에 입성했고, 린든 존슨 행정부에선 MIT 교수 출신인 월트 로스토우(Walt Rostow 1916~2003)가 안보보좌관이 됐다. 맥조지 번디와 월트 로스토우는 베트남 전쟁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 닉슨 대통령 시절 세계를 주름잡았던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1923~ )는 하버드 교수를 지내다가 안보보좌관이 됐는데 그는 원래 학계에 뜻이 없었고 정부 직책에 야망을 가져서 대학원장이던 맥조지 번디는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클린턴 행정부에선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1946~ ), 백악관 경제자문위 의장을 지낸 로라 타이슨(Laura Tyson 1947~ )이 교수 출신이다. 클린턴 정부 시절 8년은 오랜 냉전 후에 찾아온 태평성대여서 이들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에 레이건 1기 임기 동안은 치열했던 동서 냉전(Cold War)의 막바지였고 소련이 매우 공격적이던 시절이었다. 그 시기에 유엔에서 자유 서방진영의 자존심과 도덕적 우위를 전파했던 인물이 바로 진 커크패트릭이었다.

진 커크패트릭은 대외관계 뿐 아니라 정치 사회에 관한 칼럼과 강연을 통해 유명한 구절(Quote)을 많이 남겼다. 그 중 “정부는 그 존재 만으로 정당한 것이 아니다‘, ”좋은 의도 보다 역사가 더 나은 지침이 된다’는 구절은 문 정부를 되돌아보도록 하는 좋은 구절이라고 생각한다. 정권을 잡고 나면 자기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히기 쉬우며, 자기들의 생각만이 선(good)하다고 밀어 붙이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정부가 실패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축적된 경험을 무시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선(善)하다고 생각하다고 바를 추구한답시고 소득주도성장, 공수처, 검경 수사권 분리, 정당명부 비례대표 등 온갖 개혁을 추구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좌초했다. 축적된 경험인 역사에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에 들어 올 정부는 이런 교훈을 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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