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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빚더미 정당과 합당을 ?
작성일 : 2022-03-06 16:49조회 : 1,176
빚더미 정당과 합당을 ?
안철수가 윤석열 후보에게 사실상 백기투항을 하면서 두 사람은 공동정부를 운영하고 두 정당은 합당을 한다고 발표했다. 나는 이 약속은 3월 9일 투표일까지만 유효한 허망한 것이라고 본다. 우선 원내의석이 3석 밖에 안 되는 국민의당은 윤석열이 당선이 되는 경우에 국회 원내과반수 의석이 부족한 국민의힘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당간의 합당은 회사 합병과 같아서 기존 정당의 채권 채무가 합당 후의 정당에게 그대로 숭계가 된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어차피 선거운동비용을 100% 보전받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사실상 사라져 버릴 국민의당의 경우는 사정이 간단치 않을 것이다. 지금 국민의당의 재정상황을 알 수는 없지만 이번에 중도에 포기하기까지 들어간 선거운동 비용도 최소한 수십억 원 수준은 될 것이니 적지 않은 돈이다. 어느 정당도 대선 비용을 스스로 지출하고 나중에 보전 받을 만큼 부유하지는 않다. 따라서 지지자들로부터 펀드 형식으로 모금을 하고 나중에 보전을 받으면 법정이자를 가산해서 반환을 한다. 물론 이는 득표율 15%가 확실한 후보에게나 가능하다. .
안철수 측이 버스 수십 대를 불법개조해서 유세차량으로 만들고 여기저기 사무실을 운영하는 등 선거비용을 지출한 것이 안철수의 개인 돈이라면 문제는 생길 것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지출한 선거비용의 계약 당사자가 국민의당이고 안철수는 국민의당에게 그 비용을 금전대차로 꾸어 준 것이라면 이미 지출된 선거비용이 국민의당의 채무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을 한다면 국민의힘은 국민의당이 안고 있는 이런 채무를 인수하게 된다.
국민의당 내부 사정을 잘 알 수는 없지만, 그 외에도 정당 운영과 선거 준비 과정에서 생긴 채무가 더 있을 수 있다. 또한 당직자 급여 등 인건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못했다면 이런 채무도 합당 후에는 국민의힘이 인수해야 한다. 불법개조 버스에서 사망한 당직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합당 후에는 국민의힘이 덮어 써야 한다. 혹시 안철수가 국민의당에 돈을 빌려 주었다면 합당 후에는 국민의힘이 그것도 물어주어야 한다. 기업의 경우라면 이런 빚 투성이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사정은 정당에 몸담아 본 사람이면 대충 알고 있다. 안철수와 바른미래당을 같이 해본 이준석 대표가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이준석 대표는 공동대표니 뭐니 하는데 아예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대선 후에 합당 논의가 나오면 기존의 모든 부채는 청산하고 당직자도 모두 퇴직시킨 후 소속 의원 3명만 받겠다는 말이 나오는 게 정상이다. 세상은 이렇게 냉정한 것이니, 후보 단일화를 하고 공동정부를 꾸리고 합당을 하겠다는 식으로 선거 직전에 적당하게 뱉어 놓은 말을 그대로 받아 적는 언론은 한심하다. 특히 선관위가 주관하는 후보자 TV 토론을 우롱한 이번 사태는 정당정치와 선거질서를 훼손한 중대한 문제이고, 이런데 무감각한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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