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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존 린지 (3) : 1968년
작성일 : 2022-03-24 09:32조회 : 1,174
존 린지 (3) : 1968년
1968년 1월, 뉴욕시 대중교통노조가 또 다시 파업을 예고하자 취임 초에 혼이 난 린지 시장은 그들의 주장을 수용해서 파업을 모면했다. 그러나 린지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청소작업원 노조의 파업을 막지는 못했다. 쓰레기 수거가 중단되자 매일 쓰레기 1 만 톤이 뉴욕시 거리에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속수무책인 린지는 록펠러 지사에게 주 방위군을 동원해서 쓰레기를 치울 수 있도록 부탁했으나 록펠러는 거절했다. 2월 17일에 비로소 시 당국과 청소작업원 노조는 조정안을 받아 드려서 쓰레기 대란은 막을 내렸다. 한 달 넘도록 미국 제1의 도시 거리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서 과연 시장이 도시를 제대로 운영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됐다.
같은 해 4월 4일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멤피스에서 암살되자 할렘 등 흑인지역에선 흑인들이 거리로 몰려 나와서 폭동이 일어날 기세였다. 킹 목사 사망 소식을 들은 린지 시장은 할렘으로 달려가서 격앙된 주민들을 달랬다. 평소에도 흑인 지역을 들러보곤 해서 흑인들에게 우호적임이 알려진 린지 덕분에 LA, 디트로이트, 시카고 등 미국 전역에서 흑인 폭동이 일어났지만 뉴욕에서만은 간헐적인 소요만 발생하고 대형 폭동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킹 목사가 사망한 후 린지가 할렘을 방문해서 폭동을 막은 일은 린지가 시장으로서 유일하게 잘한 일로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컬럼비아 대학에선 체육관 공사 문제를 두고 대학 당국과 할렘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더니 그해 4월 신좌파 운동권 학생들이 베트남 전쟁 반대를 내걸고 대학 본관을 점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4월 30일, 뉴욕 경찰은 학내에 진입해서 학생들을 해산하고 주동자와 저항하는 학생들을 체포했다. 컬럼비아 사태에 대한 린지의 반응은 모호했다. 린지는 학생들은 항의 집회를 할 권리가 있다고 에둘러서 말했다. 그러면서도 린지는 컬럼비아 대학 당국에 잘못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린지는 폭동을 일으키는 난동자들, 그리고 과격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편들었다. 자연히 시청 관료와 경찰, 그리고 백인 중산층은 린지와 멀어져갔다.
린지는 교육개혁을 통해서 흑인 등 소수 인종에게 진정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뉴욕시에는 학생이 110만 명, 교사가 7만 명, 학교 행정직원이 43,000명이 있었는데, 공립학교는 교육위원회가 관리했다. 린지는 교육위원회가 장악하고 있는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구상도 역시 현실을 알지 못한 순진한 발상이었다.
1940년에 뉴욕시의 흑인 비중은 6%에 불과했으나 1968년에는 20%에 달했다. 1950년대에 백인 중산층 80만 명이 뉴욕시에서 빠져 나갔고, 빈곤층인 흑인과 푸에르토리코 주민 70만 명이 유입됐다. 유태인과 동유럽계 백인들이 살던 할렘과 베드포드 스튜피선트는 흑인 지역으로 변했다. 전체 학교의 28%가 흑인 학생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흑인학교가 되고 말았다. 흑인 지역의 흑인학교는 환경이 열악할뿐더러 교장은 백인이고 교사와 학생은 흑인이 다수인 경우가 많아 갈등이 많았다. 진보 교육 운동가들의 주장대로 학구를 개편해서 백인 학생과 흑인 학생을 강제로 섞으려 하자 백인 학부모들은 강력하게 저항했다. 본인은 물론이고 부인도 사립학교를 다녔고 자녀 4명도 그러해서 공립학교를 모른다는 비아냥에 시달린 린지는 공교육 개혁을 주장하는 이론가들에 끌려 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교육위원회가 갖고 있던 강력한 권한을 분산시켜서 이런 문제를 현장에서 해결토록 하고자 했다. 이런 방향으로 밀고 나간 급진적 운동가들은 백인 교장과 교사를 위협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교육을 커뮤니티에 맡기자는 운동은 교육 수준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될 것이기에 유태인 교사들이 중심이 된 교원단체가 반기를 들고 파업에 돌입했다. 교육현장에선 갈등이 더욱 커져서 자녀 교육에 열의가 많은 부모들은 아예 타지로 이사를 갔다. 뉴욕시는 세금을 납부하는 좋은 주민을 계속 상실해 가고 있었다.
1968년 대통령 선거에서 뉴욕시민들은 압도적으로 민주당 후보 험프리를 지지했다 닉슨은 34% 지지를 얻는데 그쳤고, 스태턴 아일랜드에서만 승리했다. 같은 날 치러진 상원의원 선거는 윌리엄 버클리의 형 제임스 버클리(James Buckley 1923~ )가 보수당 후보로 출마해서 17%의 지지를 얻었다. 진보성향의 공화당 후보인 제이컵 재비츠(Jacob Javits 1904~1986) 상원의원이 무난하게 재선에 성공했지만 제임스 버클리의 선전(善戰)은 뉴욕 유권자들이 보수화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제임스 버클리는 1970년 상원의원 선거에 보수당 후보로 출마해서 3자 구도 속에서 당선돼서 파란을 일으킨다. 이런 흐름은 진보주의자 존 린지의 정치적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사진 : 청소작업원 파업 당시 출근하는 린지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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