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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린지 (9) : 초라한 퇴장

작성일 : 2022-03-28 11:29조회 : 1,196

존 린지 (9) : 초라한 퇴장

린지가 시장으로 취임하기 전인 1965년 뉴욕시의 복지예산은 5억 1500만 달러였는데, 린지의 6년차인 1971년은 21억 6천만 달러로 증가했다. 복지 지출 증가로 인해 재정 적자가 폭증하자 린지는 마약 중독자들과 직업을 구하지 않는 복지 수혜자들이 직업을 구하도록 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하지만 마약과 복지에 길들여진 흑인과 푸에르토리코인들은 근로 의욕을 이미 상실해 버린 후였다. 1965년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에이브 빔은 1969년 선거에서 다시 감사관으로 당선됐다. 에이브 빔은 1973년 시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린지 시장의 주변과 린지가 도입한 프로그램에 대한 감사를 강도 높게 해서 린지와 참모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1972년 초, 린지는 다음해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해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는 에드먼드 머스키 상원의원, 조지 맥거번 상원의원 등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였다. 진보 후보를 표방한 린지는 그해 1월 애리조나 프라이머리에서 머스키에 이어서 2위를 했다. 3월에 열리는 플로리다 프라이머리에 대비해서 린지는 마이애미를 방문했는데, 거기서 민망한 경험을 했다. 포레스트 힐스 공공주택 프로젝트로 열 받은 어느 유태인 부자가 경비행기를 빌려서 ‘LINDSAY SPELLS TSOURIS’라고 쓰인 장식 리본을 달고 마이애미 하늘을 날라 다니게 했기 때문이다. “tsouris'는 유태인 언어(Yiddish)로 ‘골칫거리’(trouble)을 의미했으니까. ‘린지를 불러 오면 재앙이 온다’고 도시민 전체가 보도록 홍보를 한 셈이다.

당시 마이애미에는 뉴욕 등 북부 도시에서 살다가 은퇴한 유태인들이 많이 이주해가서 살았다. 뉴욕시에서 살았던 유태인들은 린지가 자기들 같은 뉴욕시의 중산층에게 한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플로리다 프라이머리에서 참패한 린지는 선거운동을 접어 버렸다. 그 해 7월 마이애미비치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는 젊은이들이 대거 참석해서 진보성향인 조지 맥거번(George McGovern 1922~2012)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맥거번은 그 해 본선에서 닉슨 대통령에게 아직도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역대급 참패를 당했다. 이제 린지에게 남은 길은 1976년 뉴욕 주지사 선거에 도전하는 것이나 린지는 실패한 사람이란 낙인이 찍힌 후였다.

린지가 시장으로 있던 마지막 해인 1973년에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완공돼서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바꾸었다. 9.11 테러로 사라진 이 쌍둥이 건물은 1950년대 말부터 기획에 들어간 것이니 린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1972년 뉴욕시는 배터리 시티 파크 프로젝트를 최종적으로 승인했다. 세계무역센터 부근 바닷가에 고층 아파트와 호텔, 오피스 건물을 세우는 이 프로젝트로 인해 오랜만에 뉴욕시에 고급 아파트 9,500호가 새로 들어서게 됐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1968년에 뉴욕 주 의회가 주도한 것으로, 실상은 넬슨 록펠러 주지사의 작품이다. 넬슨 록펠러 지사의 동생인 데이비드 록펠러가 대표인 체이스 맨해튼 은행은 이 프로젝트의 투자자이자 수혜자였다. 이곳에는 1990년대까지 여러 건물이 계속 들어섰는데, 뉴욕시는 아파트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했다.

린지가 시장으로 취임했을 때도 뉴욕시는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린지가 시장으로 있었던 8년 동안 뉴욕은 그야말로 가장 위험하고 가장 더러운 도시가 되고 말았다. 린지가 시장으로 있던 8년 동안 뉴욕시는 미국의 어느 도시 보다 중대범죄 증가율이 높았다. 지하철은 외부와 내부가 그라피티로 칠해 졌고 건물의 벽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도 뉴욕 시민들은 어느 도시민 보다 더 많은 시세(city tax)와 쓰레기 수거 요금을 납부해야만 했다. 사람들이 뉴욕시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까지 이야기를 했을 때 그것은 과장이 아니었다.

1973년 3월, 린지는 그해 11월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주변에서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 때 그의 나이는 51세였지만 린지는 수척해 보였다. 1973년 시장 선거에선 린지의 오랜 숙적이던 민주당 후보 에이브 빔(Abe Beame 1906~ 2001)이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그 해 12월 31일, 린지는 뉴욕 시청 건물을 쓸쓸하게 걸어 나와서 집으로 향했다. 린지는 맨해튼의 어퍼 웨스트사이드에 살면서 몇몇 방송 프로에 나와서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소설을 펴내기도 했다. 1976년 들어서 뉴욕시는 지급불능 상태에 빠져서 연방정부와 주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만 했다. 에이브 빔 시장은 이를 전임 시장 린지의 책임으로 돌렸다. 1977년 시장 선거에선 하원의원이던 에드 코치가 민주당 후보가 되어 당선됐다.

린지는 1980년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고자 민주당 프라이머리에 뛰어 들었으나 초라하게 3등을 하고 말았다. 하원 법사위원으로 닉슨을 탄핵할 때 유명해진 엘리자베스 홀즈먼(Elizabeth Holtzman 1941~ ) 하원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본선에 나갔으나 제이컵 재비츠 의원이 제3후보로 출마해서 공화당 후보 알폰스 다마토(Alfonse D'Amato 1937~)가 당선됐다. 보수성향의 공화당원인 다마토가 상원의원 3선을 했으니 윌리엄 버클리가 1965년에 뉴욕 시장에 출마하면서 한 예언이 실현된 셈이다.

린지는 그 후 로펌을 세워서 운영했으나 실패했고 사람들로부터 잊혀졌다. 1983년, 레이건 대통령은 루디 줄리아니(Rudolph Louis Giuliani 1944~)를 뉴욕시를 관장하는 연방 검사장으로 임명했다. 브루클린에서 작은 술집을 운영하던 이탈리아계 부모에서 태어나서 맨해튼 칼리지와 뉴욕대 로스쿨을 다닌 줄리아니는 5년 반 동안 지검장으로 있으면서 뉴욕시의 마피아 등 조직 범죄단을 소탕해서 뉴욕시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었다. 마피아 보스들을 일망타진해서 유명해진 줄리아니는 1993년 뉴욕시장 선거에서 당선돼서 8년 동안 시장으로 있으면서 뉴욕시를 사람이 살만한 도시로 만들었다. 줄리아니는 경찰의 사기를 높이고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했다. 또한 방만한 복지 지출을 줄이고 그라피티는 거리 예술이 아니라 범죄임을 분명히 했다.

1990년대 들어 존 린지는 파킨슨 병 등으로 건강이 나빠졌고 연금이 없어서 살기가 힘들었다. 건강보험을 갖고 있지 않아서 병원비 지출도 힘들었다. 이런 사정을 전해들은 줄리아니 시장은 린지를 명목뿐인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해서 뉴욕시 공무원 건강보험 혜택을 보게 해주었다. 2000년 12월, 존 린지는 파킨슨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사진 : 알폰스 다마토 상원의원과 루디 줄리아니 시장 (1990년대 후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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