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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인계

작성일 : 2022-03-30 16:24조회 : 1,167

대통령직 인수/인계

대통령직 인수/인계에 있어서 대표적인 실패 사례는 2001년 1월에 취임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이 야기하는 위험에 대해 보고를 받지 못한 경우다. 2000년 대선은 플로리다 재검표로 인해 당선자 확정이 늦었다. 그렇다고 해서 부시가 참모 라인업이 늦었다는 증거는 없다. 부시는 자기를 도와왔던 앤드루 카드(Andrew Card), 캐런 휴즈(Karen Hughes), 칼 로브(Karl Rove)로 백악관 정치 참모진을 구성하기로 했고 역시 자신의 선거를 도운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1954~ )를 안보보좌관으로 임명할 생각이었다. 실제로 앤디 카드는 백악관 비서실장, 칼 로브는 부실장, 그리고 부시의 직장 아내(work wife)라고 불렸던 캐런 휴즈는 백악관 공보 담당관으로 임명됐고, 콘디 라이스는 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됐다.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에 비행기가 충돌했다는 소식을 들은 콘디 라이스는 CNN 뉴스를 보고 있었다. 국가안보회의 스태프 한 명이 뛰어 와서 그것은 오사마 빈 라덴의 소행일 것이라고 보고를 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근무했던 실무자의 보고였다. 안보보좌관이 9.11 테러를 아연실색해서 CNN 뉴스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 후 부시 정부를 매우 곤란하게 만들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탄자니아와 케냐의 미국 대산관이 폭파돼서 미국 외교관들이 사망하고 구축함 콜(Cole) 호가 폭탄테러로 해군 수병들이 사망하는 일이 연거푸 일어났는데, 그런 테러의 위험에 대해 과연 부시 대통령측이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았나 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정권 인수/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긴급한 국가안보 위해 요소를 차기 정권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 1기 시절에 안보 부보좌관, 그리고 2기 시절에는 안보 보좌관을 지낸 샌디 버거(Sandy Berger 1945~2015)는 9.11 테러 후에 자기는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 안보에 대한 1순위 위험요소라고 정권 인수/인계 시기에 콘돌리자 라이스를 만나서 분명히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버거는 자기가 알 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해 이야기 했을 때 라이스는 처음 들어본다는 식의 표정이었다고 말했다.

아버지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클린턴 백악관 시절 동안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테러대책 그룹을 이끌었던 리차드 클라크(Richard Clarke 1950~ )도 같은 증언을 했다. 클라크는 2003년 초에 사임하고 회고록을 펴냈다. 그는 부시 집권 초기인 2001년 1월 25일 콘디 라이스에게 알 카에다가 야기하는 위험을 다루기 위한 국가안보회의 소집을 서명으로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을 얻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클라크는 또한 2001년 4월에 자기가 국방차관이던 폴 울포위츠에게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오사미 빈 라덴이 야기하는 위험을 보고 했으나 울포위츠는 오사마 빈 라덴을 과대 평가한다고 말했으며, 2001년 여름에 백악관에서 열린 FBI, 민간항공국 등 관계기관 회의에서 자기는 무언가 매우 큰 사건이 가까운 미래에 여기서 일어날 것(“something really spectacular is going to happen here, and it's going to happen soon")이라고 말했으나 정권 고위층에 전혀 전달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샌디 버거와 리차드 클라크의 이런 증언은 부시 정부를 매우 곤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이라크 침공을 주장하고 나서 이 문제는 더 이상 심각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이라크 침공을 두고선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조지 태닛 CIA 국장이 반대해서 의견이 갈렸지만 콘디 라이스는 아무런 의견을 내지 못했다. 이처럼 라이스는 9.11 테러를 막지 못했고, 이라크 침공을 막지 못한 2중의 역대급 실패를 한 셈이지만 부시 행정부 8년 동안 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내는 행운을 누렸다.

조지 W. 부시와 콘디 라이스는 자질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러면 임기를 마치는 클린턴 대통령은 어떠한가 ? 오사마 빈 라덴이 야기하는 위험이 그렇게 심각함을 알았다면 조지 W. 부시에게 직접 이야기했어야 하지 않는가 ? 그런데 당시 빌 클린턴은 다른데 관심이 많았다. 클린턴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두세달 동안 사면권을 행사하는데 바빴다. 자기에게 정치적 헌금을 한 아칸소 화이트워터 스캔들 사기범 등 무려 190명이 사면을 받고 풀려났다. 사면을 받고 나온 한 기업인은 클린턴 기념도서관에 거액을 기부했다. 클린턴의 동생과 힐러리의 동생이 각각 사면 중개업을 했음도 나중에 드러났다. (이것을 ‘사면게이트’ pardon-gate라고 부른다.)

클린턴과 힐러리는 아칸소 주지사 관저와 백악관에서만 살아서 자기 집이 없었다. 힐러리가 상원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뉴욕에 집을 샀는데, 클린턴은 대통령 재임기간 중 탄핵심판과 재판 등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 비용을 많이 써서 파산상태였다. 대통령 임기 마지막 직전에 클린턴과 힐러리는 백악관에 있던 가구와 식기 등을 몽땅 실어내서 뉴욕의 집으로 옮겨나갔다. (이것을 ‘백악관 약탈’ looting of the White House 사건이라고 부른다. ) 새로 들어온 로라 부시 여사는 힐러리를 절도죄로 고발하지는 않았고 새로 가구를 구입해서 없던 일로 했다. 그러니까 임기를 끝내는 클린턴은 국가 안보 같은 것이 도무지 관심에 없었다. 이 같은 기가 막힌 사정이 있어서 9.11 테러가 진행된 것이다. 요즘 문재인과 윤석열 사이의 불협화음을 보고 9.11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사진 : 2001년 1월 11일 세미나 장소에서 만난 샌디 버거와 콘디 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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