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검찰수사권 완전박탈

작성일 : 2022-05-13 19:57조회 : 2,184

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민주당이 문 대통령 임기 종료를 불과 며칠 앞두고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려는 ‘검수완박법’을 무리하게 통과시켰다. 대선에서 패배한 정권이 대통령 임기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무리하게 ‘midnight legislation’을 강행하는 경우는 한 세기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하며, 그런 경우는 항상 역풍이 불었다. 이번도 예외는 아닐 듯하나, 윤석열 정권도 그 자체가 취약해서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우리나라처럼 검찰이 거대한 독자적 수사 인력을 갖고 있는 나라는 아마도 없을 듯하다. 이승만 정권 때는 물론이고 3공화국 때만 해도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3공에서 유신 정부에 이르는 동안 공안 수사는 중앙정보부가 도맡아 했고 검찰은 송치된 사건을 기소하는 역할을 주로 했을 것이다. 그래서 유신정권 때는 검사와 판사도 일종의 피해자라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있었다, 검찰이 독자적 수사권을 갖고 방대한 수사 인력을 갖게 된 것은 대체로 노태우 정권 들어서가 아닌가 한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권을 독점하는 체제는 문제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찰이 수사기관인 경찰에 대해서 수사를 지휘하지도 못하고 수사에 대해 협력을 요청하지 못하며 수사 결과를 기다린 다음 기소 여부나 판단해야 한다고 하는 ‘검수완박’ 체제는 세상에 다시없는 괴이한 일이다. 무엇보다 이런 중요한 문제를 당파적 이해를 따라서 처리했다는 점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검찰과 경찰로 하여금 극한 대립을 하도록 만들었으니 정치가 타협은커녕 오히려 분열을 조장한 셈이다.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권을 박탈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검찰권의 남용은 분명히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무리한 기소만이 검찰권의 남용이 아니다. 불기소를 하는 권한을 남용하는 것도 그 못지않은 검찰권 남용이다. ‘검수완박’은 무리한 기소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는 있겠지만 불기소 처분을 남용하는 경우를 막지는 못한다. 따라서 흔히 말하듯이 소뿔을 뻬려다가 애먼 소를 잡는 격이 될 가능성이 많다. 즉, 이 문제는 법 제도 개정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라 하겠다.

나는 유명한 미국 실제 사례(토머스 듀이 검사장과 루디 줄리아니 검사장의 마피아 수사)와 영화(‘의뢰인’ ‘OJ 심슨’ 등)를 통해서 미국 검사는 기소만 한다는 이야기는 터무니없다고 몇 차례 폐이스북을 통해서 주장한 바 있다. 경찰과 검찰이 이렇게 극한적으로 대치토록 정치권이 조장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범죄대처 능력 자체가 심각하게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검수완박’법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권을 남용하는 데 대해선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20대 국회 환노위에 있을 때 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의 기상청이 공항기상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터무니없는 불법비리를 수사한 경찰을 검찰이 불기소권 처분으로 묵살하였음을 지적하고 재수사와 기소를 촉구한 바 있다.(아래 기사 참조) 결국 아무 일도 변화시키지 못했지만 이런 케이스를 보더라도 ‘검수완박’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고 더 큰 문제만 야기함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사실 세상의 모든 일은 어느 경우나 간단치 않다. 따라서 제도를 확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무슨 제도를 바꾸기만 하면 유토피아가 오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철없는 짓이다.

이명박 정권 기상청에서 벌어졌던 아래 사건으로 인해 부산공항과 제주공항은 아직도 윈드시어 측정 경보 시설이 없다. 인천공항은 처음 건설할 때 일본 나리따 공항과 똑같은 장비를 들여와서 지금도 잘 운영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부각시키고자 나름대로 애를 썼는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언론, 즉 기자들이 이런 어렵고 전문적인 문제를 기사화할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노컷 뉴스가 유일하게 이 사안을 기사화했다. 기사에 나온 K회사가 어디이고 이 회사를 비호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조금만 파고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작더라도 구체적인 문제를 바로 잡아야 세상이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요새 여야가 싸우는 식이면 공멸이 있을 뿐이다.

[훅!뉴스] '경찰은 두번 잡고, 검찰은 두번 놔줬다'…왜?
CBS노컷뉴스 김정훈 기자, 김현지·홍정민 인턴기자 2018-11-09 09:53

https://m.nocutnews.co.kr/news/5058489#_enli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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