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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두환 헌법’? : 몰상식한 신문 칼럼
작성일 : 2022-05-24 00:16조회 : 2,161
‘전두환 헌법’? : 몰상식한 신문 칼럼
5월 20일자 중앙일보 29면에는 전성철 미국 변호사의 아래와 같은 칼럼이 실려 있다. 제목은 <‘부실 설계된 전두환표 헌법’, 이제 그 근본을 바꾸자>이고 부제는 “총리 임명 둘러싼 논란의 근원, 엉성한 헌법에 있다”라고 되어 있다.
전 변호사는 국회는 총리 임명동의권을 갖고 있지만 대통령은 국회 해산권을 갖고 있지 않은 현행 헌법의 모순을 지적하면서, 그 같은 우리 헌법의 뿌리가 전두환의 5공 헌법이라고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전두환이라는,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완전 맹탕이었던 독재자, ‘체육관 대통령’이 주도해 만든 헌법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헌법의 부실 설계로 국민이 많은 고통을 받아 왔다. 우리 헌법이 어느 정도 맹탕인가? 대통령 중심제인데 총리를 두었다는 것은 아마도 프랑스식 이원집정제를 흉내 낸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흉내를 내려면 제대로 냈어야 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도 총리 임명 때 의회의 인준을 받아야 하지만,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이 있다. 그래서 야당이 아무리 다수당이라도 경거망동할 수가 없다. 우리 헌법에는 이런 류의 무식과 무지, 사려 깊지 못함이 곳곳에 널려 있다.“
그런데, 정작 전두환의 5공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을 인정했다. 5공 헌법 제57조 ①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안정 또는 국민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할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국회의장의 자문 및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친 후 그 사유를 명시하여 국회를 해산할 수 있다. 다만, 국회가 구성된 후 1년 이내에는 해산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5공 헌법에 있는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은 유신헌법(4공 헌법) 제59조 ①항 “대통령은 국회를 해산할 수 있다. ②국회가 해산된 경우 국회의원총선거는 해산된 날로부터 30일 이후 60일 이전에 실시한다.”를 다소 변형 시킨 것이다.
전 변호사는 5공 헌법에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이 있었다는 점을 몰랐던 것 같다. 제목을 큼직하게 뽑은 중앙일보 편집진도 역시 그것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부끄럽지 않은가..
정답을 이야기 한다면, 우리나라 대통령제 헌법에 총리가 있는 것은 원래 의원내각제이던 제헌헌법이 막판에 대통령제로 바뀌었기 때문이고, 5.16 후 제3 공화국 헌법을 제정할 때 참여했던 교수들도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총리를 두고 국회에 총리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권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1987년 개헌안을 준비할 때 소장학자들은 부통령을 두고 4년 연임제를 하자고 주장했지만 김도창 등 당시 공법학계 원로/중진 학자들은 총리가 필요하다고 해서 오늘과 같은 모습을 갖게 된 것이다. 1987년 개헌안을 두고 학계는 많은 토론을 했는데, 프랑스처럼 2원 집정제를 유지하자고 주장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소장학자들은 순수한 미국식 대통령제를 따르자고 했지만 중진/원로 학자들은 그래도 총리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전 변호사는 미국 헌법이 우수하다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미국은 도대체 어떻게 그것을 이룰 수 있었을까? 한마디로, 제대로 된 헌법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250여년 역사에서 무려 27차례나 개헌을 한 나라다. 그 개헌의 가장 빈번한 목적 중의 하나가 바로 ‘보수’와 ‘진보’가 각각 그 시대에 맞게 국민의 뜻에 따라 자신들의 역사적 역할과 사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한 것이었다. 즉, 국민의 ‘배고픈’ 문제와 ‘배 아픈’ 문제를 교대로 고쳐가는 수단들을 제대로 제공해 주기 위한 것이었다.”
전 변호사의 이 같은 언급도 미국 헌법과 정치를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다. 미국 헌법 개정은 진보니 보수니 하는 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초기에 기본권 조항을 추가한 수정 1~10조에 이르는 권리장전, 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뽑도록 한 헌법 수정, 남북 전쟁 후 추가된 수정 13~15조, 상원의원을 직선으로 선출토록 한 헌법 수정, 금주법을 도입한 헌법 수정, 금주법을 폐지한 헌법 수정, 대통령 연임을 1차로 제한토록 한 헌법 수정, 부통령 궐위시 대통령이 지명해서 의회 동의로 부통령을 임명토록 한 헌법 수정 등으로 진보니 보수니 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미국 헌법 수정 조항을 제대로 읽었다면 이런 칼럼은 쓸 수가 없다. 요즘 신문에 나오는 칼럼을 보자면, 지면은 넘쳐 나는 데 제대로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중앙일보 2022년 5월 20일 Opinion : 전성철의 퍼스펙티브
‘부실 설계된 전두환표 헌법’, 이제 그 근본을 바꾸자
- 총리 임명 둘러싼 논란의 근원, 엉성한 헌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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