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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워싱턴의 고별사

작성일 : 2022-06-16 14:55조회 : 1,064

조지 워싱턴의 고별사

신문 칼럼에서 근거가 박약한 사실을 들어가면서 자기 논지를 펴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6월 15일자 중앙일보 <염재호 칼럼> '27년 체제를 위한 제언'도 그러하다. 칼럼은 다음과 같은 조지 워싱턴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4년 연임을 하고 나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을 때 부하들은 의아해했다고 한다. 어떻게 왕이 8년만 하고 물러나겠다는 것인지. 만약 물러난다고 하면 아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는지를 물었다는 일화가 있다. 왕정만 알고 있던 부하들은 자식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동료 제퍼슨이나 애덤스에게 국가운영을 맡겨야 한다는 워싱턴의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이렇다. 조지 워싱턴(1732~1799, 1789. 4 ~1797. 3 재임)은 애당초 대통령직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다. 새로운 헌법 제도가 뿌리를 내리면 자신의 역할을 끝난다고 생각한 그는 자기가 두 번째 임기를 모두 채우게 될 것으로 예상하지도 않았다. 그는 첫 임기가 끝나갈 무렵인 1792년에 하원의원이던 제임스 매디슨으로 하여금 고별사 초안을 쓰도록 했으나 그 해 연임을 함에 따라 그대로 갖고 있게 됐다. 그리고 두 번째 임기 도중에 알렉산더 해밀튼의 도움을 받아서 고별사를 다시 쓰고 비밀리에 보관해 왔다.

워싱턴 내각의 국무장관인 토머스 제퍼슨은 중요한 정책 결정에 있어서 워싱턴이 알렉산더 해밀튼 재무장관으로 기우는 데 실망했다. 그런가 하면 워싱턴은 자신이 아꼈던 매디슨이 제퍼슨의 편에 선 것에 대해 실망했다. 1793년 12월, 워싱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퍼슨은 국무장관직을 끝내 사임했다. 존 애담스 부통령와 알렉산더 해밀튼은 제퍼슨의 사임을 다가오는 1796년 대통령 선거에 대한 포석으로 생각했다. 워싱턴이 강조했던 통합(unity)은 물 건너가고 있었다.

그 즈음 대서양 건너편 프랑스에선 대혁명이 일어나더니 과격파가 집권을 한 후 참혹한 공포 정치가 시작됐고, 그 소식은 미국에도 전해 졌다. 루이 16세와 그 가족이 처형되고 워싱턴을 도와 미국 독립전쟁에 참여한 라파에트가 체포되기 직전에 간신히 벨기에로 피신했다는 소식은 미국에 큰 충격을 주었다. 친영(親英) 성향의 보스턴과 뉴욕의 연방파는 프랑스 대혁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제퍼슨을 비웃었다. 워싱턴은 미국이 영국과 어렵게 체결한 제이 조약(Jay Treaty)을 비난하는 제퍼슨과 매디슨에 대해 다시 한번 실망했다.

1796년 9월, 워싱턴은 간직하고 있던 고별사를 꺼내서 손을 보고 그것을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직접 발표했다. 고별사에 대해 알고 있던 사람은 해밀튼과 존 제이 뿐이었다. 고별사에서 워싱턴은 연방정부만이 진정으로 자유와 독립을 지킬 수 있다면서 미국인들에게 중앙정부를 지지할 것을 호소했다.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두고 나온 워싱턴의 고별사는 제퍼슨과 매디슨이 이끄는 공화파(The Republicans)의 주권(州權)주의와 반영(反英) 성향에 대한 경고나 마찬가지였다. 그 해 대선에서 연방파 후보 존 애담스 부통령은 공화파 후보 토머스 제퍼슨을 선거인단표 71 대 68로 승리해서 2대 대통령이 됐다. 차점자인 제퍼슨은 부통령이 되어서 정·부통령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워싱턴은 1799년 12월 사망했다. 워싱턴은 젊었을 때 앓았던 질병으로 자식을 가질 수 없었다. 워싱턴에게는 부인 마샤 여사가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과 딸(step children)이 있었으나 이들은 워싱턴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이른 나이에 사망했다. 따라서 워싱턴은 ‘왕위’를 물려줄 ‘자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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