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에이미 배럿

작성일 : 2022-07-09 16:41조회 : 996

에이미 배럿

낙태 자유화 판결을 번복해서 관심의 초점이 된 현재 미국 대법원의 대법관들이 어느 로스쿨에서 공부했나를 보면, 하버드가 4명(존 로버츠, 닐 코서치, 엘리나 케이건, 케탄지 잭슨), 예일이 4명(클라렌스 토머스, 새무얼 얼리토, 브렛 캐버너, 소니아 소토마이어), 그리고 노터댐이 한명(에이미 배럿)이다. 하버드와 예일이 압도적으로 다수인데, 이런 분포는 전에 없던 일이다.

대법원이 생긴 이래 대법관이 다닌 로스쿨을 순위로 보면, 하버드가 22명, 예일이 11명. 컬럼비아가 7명, 미시건이 3명이고, 그 외 대학은 한두 명이거나 없다. 지금처럼 하버드와 예일이 9명 중 8명을 차지한 경우는 전에 없었다. 컬럼비아는 벤저민 카르도조, 할란 스톤, 윌리엄 더글러스 등 유명한 대법관을 배출했으나 루스 긴스버그가 사망한 후 끊겨 버렸다. 스탠포드는 윌리엄 렝퀴스트와 산드라 오코너가 있을 때는 두 명을 자랑했었다. 유명한 대법관 중에도 명문이라고 할 수 없는 로스쿨을 나온 경우도 적지 않다. 표현의 자유를 주창한 판사로 유명한 휴고 블랙(Hugo Black 1886~1971)은 앨라배마 대학을 나왔고 논리적인 소수의견을 많이 낸 존 할란(Harlan 1899~1971)은 뉴욕로스쿨(NYU 로스쿨이 아닌 다른 학교다)이란 작은 동네 로스쿨을 나왔다.

최근에는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하다가 대법관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상원의원, 법무장관을 하다가 대법관이 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현재 대법관 중에서 대학교수 출신은 엘리나 케이건과 에이미 배럿이다. 케이건은 시카고 대학 교수와 클린턴 백악관 보좌관. 그리고 하버드 로스쿨 학장과 오바마 정부 송무차관을 지내고 대법관이 됐고, 에이미 배럿은 2002년부터 2017년에 항소법원 판사가 되기 전까지 15년 동안 모교인 노터댐 로스쿨에서 헌법을 가르쳤다.

교수 출신 대법관은 펠릭스 프랭크퍼터(Felix Frankfurter 1882~1965), 윌리엄 더글러스(William O. Douglas 1898~1980)부터 안토닌 스칼리아, 루스 긴스버그, 스티븐 브라이어까지 여럿이 있으나 헌법을 주된 과목으로 가르쳤던 교수가 대법관이 되기는 에이미 배럿이 처음인 것으로 생각된다. 프랑크퍼터, 스칼리아, 브라이어는 행정법을 주로 가르쳤고 긴스버그는 성차별법을 가르쳤다.

어느 기자는 트럼프가 보수 성향을 고르느냐고 명문대학을 나오지 못한 에이미 배럿을 골랐다고 썼는데, 무식한 이야기이다. 노터댐은 상위 25위 정도에 드는 로스쿨이며 배럿은 장학생으로 수석 졸업을 했다. 로스쿨과 메디컬스쿨은 Ph.D 코스가 아니기 때문에 소수인종 배려가 아니면 장학금 받기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 대학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기사를 쓰는 것이다.

에이미 배럿이 50세라는 젊은 나이에 대법관이 된 것도 트럼프가 무리해서 임명한 탓이라고 쓴 기사도 보았는데, 이것도 웃기는 이야기이다. 엘리나 케이건도 오바마에 의해서 50세에 대법관이 됐다. (케이건은 시카고 대학 조교수 시절에 강사로 강의를 나오던 오바마를 처음 만났다.)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이 된 윌리엄 렝퀴스크는 그 때 나이가 43세였다. 케네디 대통령은 법무부 차관이던 바이런 화이트(Byron White 1917~2002)를 대법관에 임명했는데, 당시 45세였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증권규제위원장이던 윌리엄 더글러스를 대법관에 임명했는데, 당시 40세였다.

미국 역사상 가장 젊은 나이에 대법관이 된 사람은 제임스 매디슨 대통령이 임명한 조셉 스토리(Joseph Story 1779~1845, 대법관 재직 1812~1845)로, 32세에 대법관이 됐다. 하원의원을 지내다가 대법관이 된 스토리는 헌법 해석서를 위시해 많은 저서를 펴내서 미국 법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따라서, 에이미 배럿이 50세에 대법관이 된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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