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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럴드 터호스트
작성일 : 2022-07-21 09:35조회 : 40


제럴드 터호스트


여러 언론인들이 윤석열 캠프에 가담했고 그 중 몇 명은 정부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20대 국회에서도 중진 언론인 출신 의원이 몇 명 있었다. 미국에서도 언론인 출신이 정부에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중에도 백악관 대변인이라고 부르는 공보비서(Press Secretary)는 언론인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매일매일 백악관 기자단(White House Press Corp.)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고 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공보비서의 역할이다. 최근까지 공보비서를 지낸 젠 사키(Jen Psaki)는 좋은 평을 얻은 공보비서로 기억될 만하다. 대통령과 언론과의 관계가 험악하면 공보비서 또한 언론과의 관계가 고약해 진다. 닉슨 대통령 시절에 공보비서를 지낸 론 지글러(Ron Ziegler 1939~2003)가 그런 경우다. 그가 워터게이트에 대해서 한 브리핑은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닉슨이 사임함에 따라서 부통령이던 제럴드 포드가 대통령이 됐다. 포드와 가장 가까웠던 참모는 LA 타임스 기자 출신인 로버트 하트만(Robert Hartmann 1917~2008)이었다. 하트만은 포드가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를 지낼 때부터 포드를 도와서 일했고, 부통령이 되자 비서실장을 지냈다. 대통령직을 승계한 포드는 자기 고향인 미시건 그랜드 래피즈 출신인 제럴드 터호스트(Jerald terHorst 1922~2010)를 공보비서로 임명했다.

제럴드 터호스트는 미시건 주에서 태어나서 미시건 주립대(MSU)를 나왔고 해병대로 2차 대전에 참전했다. 그와 그의 부인은 그랜드 래피즈의 두 개의 작은 신문사에서 각각 일했는데, 그랜드 래피즈가 포드의 지역구인 관계로 포드와 교분이 깊었다. 디트로이트 뉴스로 직장을 옮긴 터호스트는 1958년부터 워싱턴 주재 기자와 지국장을 지내면서 하원의원 포드와 가깝게 지냈다. 터호스트가 백악관 공보비서가 되자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환호했다. 닉슨 시절의 냉랭했던 기자실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포드가 취임한 직후부터 닉슨을 사면하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닉슨이 사임한데는 사면 약속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돌았다. 이런 말이 나올 때면 터호스트는 닉슨을 사면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공언했다. 그러나 포드는 이 문제를 은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닉슨의 비서실장이던 알렉산더 헤이그가 새 정부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비서실장을 하고 있었는데, 헤이그는 포드에게 사면을 촉구했다. 포드는 이 문제를 자신의 오랜 참모인 로버트 하트만하고만 의논했다. 터호스트와 상의를 하면 틀림없이 기자들에게 말이 새어 나갈 것이고, 터호스트 자신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1974년 9월 8일, 포드 대통령은 닉슨 사면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다음날 터호스트는 공보비서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터호스트는 신념에 따라서 병역을 기피하고 캐나다 등지로 나간 젊은이들을 사면하지 않고 닉슨만 사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를 댔다. 포드 대통령은 사임을 만류했지만 터호스트는 그대로 짐을 들고 백악관을 나와 버렸다. 무엇보다 터호스트는 오랫동안 동료였던 백악관 기자들에게 거짓말을 했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백악관을 한 달 만에 나옴으로써 터호스트는 가장 짧은 기간 동안 백악관 공보비서를 지낸 기록을 세웠다. 그는 디트로이트 뉴스에 복귀해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고, 오랜 친구이기도 한 포드에 관한 책을 펴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을 물러난 포드가 여러 민간기업 고문직을 맡는 등 떼돈을 벌자 전직 대통령의 돈 벌이는 부당하다는 칼럼을 써서 그 후 전직 대통령 예우를 다시 검토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터호스트는 양심을 지킨 언론인상을 받았고, 2010년에 그가 사망하자 언론은 그를 추모하는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 우리는 정부에 들어가서 일하는 언론인을 많이 보고 있지만 그중에 터호스트를 조금이라도 닮은 사람을 본 적이 있나 ?

-사진 : 공보비서 시절의 제럴드 터호스트와 포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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