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다시 불붙는 개헌론 ?

작성일 : 2022-08-08 16:52조회 : 1,652

다시 불붙는 개헌론 ?

윤석열 정부가 동력을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두 정당의 사정도 다를 것이 없다. 계파정치와 진영/이념 정치라는 고질적인 구태에다 근래에는 광적인 팬덤이 정당 정치를 지배하더니, 이런 꼴이 되고 말았다. 정치권 전체가 와해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인지 새 대통령이 취임한지도 100일이 안되어서 개헌론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개헌 논의처럼 일반 국민과 전문가 집단 간에 괴리가 큰 경우가 드문 것 같다. 헌법학자와 정치학자를 상대로 어떤 정부 형태가 우리 여건에 보다 적합하다고 보는가를 물으면 의원내각제 또는 변형된 의원내각제인 분권형 정부가 항상 우세했다. 정부형태와 개헌을 다루던 회의나 세미나에 종종 참여했던 나는 대통령 선거 과정이 마치 로마 시대 검투사 경기 같다고 비유한 적이 있다. 경선 과정을 거쳐 본선에 오르는 과정을 보고 대중은 열광하지만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부터 또 다시 다음 검투사 경기를 기대하는 게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 같다는 말이다. 그것을 고지전(高地戰)에 비유한 민주당 중진도 있다. 열심히 싸워 고지를 장악해 보았자 내려오는 일만 남았고, 그 고지를 장악하겠다고 또다시 전력투구하는 악순환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대통령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 중의 하나가 청와대라고 보았다. 청와대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대통령 집무공간과 비서실이 분리되어 있어서 대통령은 궁궐 속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무능한 대통령은 그 구조를 이용해서 숨어 지내면서 그림자 통치를 할 수 있었다. 청와대만 들어가면 막강한 권력은 미스테리한 방식으로 행사되고 그렇게 해서 5년이 억지로 흘러가곤 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오고 말았다. 대통령이 일단 청와대에서 나오면 그 시절에 가능했던 그림자 통치는 불가능하고, 권력의 민낯이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이제 청와대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으니 본의 아니게 윤 대통령은 큰일을 한 셈이다.

나는 우리나라 대통령제가 이미 한계에 달했다고 보는데,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문제 많은 사람을 장관으로 지명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요즘 장관을 하겠다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고 보면 된다. 장관 이야기만 나오면 배우자와 자식들이 들고 일어나서 반대한다고 하지 않는가. 대통령제에 걸맞지 않게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장관으로 대거 임명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데, 정치인 장관인 추미애, 김현미가 정권 몰락을 가져오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요새는 대선 캠프에서 뛰었던 사람들의 1순위 지망이 대사나 총영사라고 한다. 청문회 없이 임명되고 외국에 나가 있으니까 기자를 만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물론 그런 식으로 대사나 총영사를 임명한다면 우리나라 외교는 엉망이 되겠지만 그것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장관을 임명하지 못하는 대통령제는 이미 수명을 다한 것이다. 아래는 중앙일보 채인택 선임기자의 칼럼인데, 국내정치가 아닌 국제관계를 담당하는 언론인의 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승자독식의 한국정치, 이제 혁신이 필요한 때’ 중앙일보 2022. 8. 3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1668?fbclid=IwAR1yIJUr8fGlyvW6stkmIyHsKWrL-bRZSSAHn3UfsPctb7kdM5tQdGuS8xk#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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