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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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로우 하우스
작성일 : 2022-08-17 22:23조회 : 951
로우 하우스
폭우로 인해 반(半)지하 주택에서 인명 및 재산피해가 많이 발생한 상황에서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은 적절치 않으나, 미국에도 반지하 주택이 있다고 해서 덧붙이고자 한다. 19세기 말부터 1930년 대공황 전까지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 대도시 도심 지역에는 로우 하우스(Row House)라는 건축양식이 유행했다.
도시에 인구가 폭증해서 주택이 부족하자 민간 업자들이 반지하와 지상 3~4층으로 이루어진 다가구 주택을 대도시에 많이 건설했는데, 뉴욕 브루클린은 그런 주택이 많이 지어진 지역이다. 로우 하우스는 옆의 집과 벽체를 공유하기 때문에 건설비가 싸고, 한 채에서 반지하층에서 3~4층까지 4~5개의 아파트 또는 8~10개의 스터디오 같은 작은 주거공간이 나오기 때문에 대도시 중산층~서민층을 위한 주거 양식이었다. 이런 창의적인 주택을 민간이 공급해서 급성장하는 대도시의 주택난을 해소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1930년대부터 뉴딜 정책으로 연방정부가 공공주택단지를 건설하기 시작하자 자연히 민간에 의한 저가 주택 공급은 줄어들었다.
이러한 로우 하우스가 들어선 곳은 도심과 가까운 지역이었는데, 1960년대부터 인종갈등과 범죄 증가로 인해 중산층은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갔고, 도심은 위험하고 더러운 곳이 돼버렸다. 1960~70년대 뉴욕 등 동부 대도시를 무대로 한 영화에는 이 같은 로우 하우스 거리가 위험하고 더러운 주거지역으로 나온다. (예를 들면, 더스틴 호프먼이 컬럼비아 대학생으로 나온 <Marathon Man> 1976년)
2000년대 들어서 사람들이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기 시작하자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있는 로우 하우스를 리모델링해서 사는 경우가 많아 졌다고 한다. 부유층은 다가구 주택이던 로우 하우스를 한 가구용으로 전면 개조해서 들어와 살기도 한다. 브루클린 같은 곳에선 붉은 석재 로우 하우스(Brown Stone Row House)가 많은 지역은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외관을 변경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사진 (1). (2)는 모두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로우 하우스이다. 반지하층은 도로에서 곧장 철책 문을 열고 내려가게 되어 있고, 1층에서 3~4층은 문을 열고 올라가게 되어 있다. 이런 로우 하우스는 관리가 자기 책임이고 별다른 관리비를 내지 않는다. 도로에서 직접 접근하기 때문에 범죄에 취약한 점은 불가피하지만 대중교통이 가까워서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맨해튼의 아파트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이런 주택이 매력을 갖고 있다. 민간이 저가 주택을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도시 인구가 급증했던 시절에 민간 사업자들이 로우 하우스를 대거 공급해서 주택난을 해소했음을 들어서 저가 주택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비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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