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래리 오브라이언, 로버트 스트라우스

작성일 : 2022-09-02 23:03조회 : 992

래리 오브라이언, 로버트 스트라우스

1968년 8월부터 1969년 1월까지, 그리고 1970년 6월부터 1972년 7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을 지낸 사람이 래리 오브라이언(Larry O'Brien 1917~1990)이다. 당시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은 워싱턴 포토맥 강가에 위치한 워터게이트 콤플렉스의 사무동에 있었다. 그 해 6월 17일 밤, 양복을 입은 5인조 괴한이 민주당 전국위 사무실에 침입해서 서류를 뒤지고 래리 오브라이언 의장의 데스크 전화 수화기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가 경비원한테 발각됐다. 이 사건은 결국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뛰어난 선거 전략가였던 래리 오브라이언은 존 F. 케네디의 사람이었다. 케네디 가문과 마찬가지로 오브라이언도 아일랜드계로, 보스턴에서 태어나서 성장했다. 노스이스턴 로스쿨을 나오고 보스턴 지역의 민주당 선거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유권자를 파고 들고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재주가 많아서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한 존 F. 케네디에 발탁되어 케네디의 1952년 상원 선거를 도왔다. 그 후 케네디의 참모로 일하면서 1958년 상원의원 선거를 지휘했고, 1960년 대선에도 선거본부장으로 활약했다.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는데 기여한 또 다른 사람은 로버트 케네디의 하버드 동기생인 케니 오도넬(Kenny O'Donnell 1924~1977)인데, 그 역시 아일랜드계였다.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자 오브라이언과 오도넬은 백악관 특별보좌관과 비서관으로 케네디와 가장 가까운 이너서클이었다. 언론은 이들을 ’아일랜드 마피아‘라고 불렸다.

1963년 11월 케네디가 댈러스에서 암살될 때 오브라이언과 오도넬도 뒤따라간 승용차에 타고 있었다. 오브라이언은 재키와 함께 대통령 전용기에서 존슨이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이들 및 케네디의 시신과 함께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그는 백악관에 계속 근무하다가 우정청장으로 임명됐다. 1968년 들어서 로버트 케네디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우정청장을 사임하고 로버트 케네디의 선거 참모로 참가했다. 로버트 케네디가 암살되자 민주당 전국위 의장이 돼서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는 전당대회를 주관했다.

오브라이언과 함께 케네디 대통령의 참모로 일했던 케니 오도넬도 로버트 케네디의 선거 운동을 도왔으나 로버트 케네디가 암살되자 실의(失意)에 빠져서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1977년 9월 알콜 중독으로 53세 나이에 사망했다. 케네디가 댈러스를 방문해야 하느냐를 두고 참모들 사이에서 이견이 있었는데, 오도넬이 가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서 케네디가 댈러스에 가서 죽었기 때문에 그는 죄책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오도넬은 총성이 반대쪽 둔턱에서 났다는 증언을 남겼고, 케네디가 거대한 음모에 희생됐다고 믿었다.

래리 오브라이언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잠시 화제가 된 후 전국위 의장을 그만두고 정치 일선을 떠났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조지 맥거번 상원의원이 자기 지지자이지만 정치적 경력이 거의 없는 여성인 진 웨스트우드를 전국위 의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2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역대급 참패를 했고 그 책임을 지고 진 웨스트우드는 사임했다. 전국위원회는 선거를 통해 로버트 스트라우스(Robert Strauss 1918~2014)를 신임 의장으로 선출했다.

텍사스 출신인 로버트 스트라우스는 텍사스 대학과 로스쿨을 나오고 로펌을 세워서 변호사로서 성공했다. 그는 대학 친구인 존 코널리(John Connally 1917~1993)가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 나가자 그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코널리는 같은 텍사스 출신으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부통령을 지내는 린든 존슨과 가까웠다. 케네디가 댈러스에 왔을 때 주지사이던 코널리는 케네디 부부와 함께 오픈카를 타고 가다가 자신도 총탄에 부상을 입었다. 보수적 성향인 코널리는 진보파가 다수를 이루어 가는 민주당에 실망했고, 닉슨이 재무장관을 제의하자 그 직을 기꺼이 수용하고 당적을 공화당으로 바꾸었다. 스트라우스는 민주당적을 지켰으나 코널리를 통해서 공화당 인사와도 교류를 넓혀갔다.

197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조지 맥거번은 역대급 참패를 당했고 맥거번이 임명한 전국위 의장이 사임하자 스트라우스는 의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지켜 보면서 민주당의 전열을 정비했다. 1976년 대선을 앞두고 치른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조지아 주지사를 지낸 지미 카터가 승리했으나 뉴욕시에서 열릴 전당대회를 앞두고 에드워드 케네디, 조지 맥거번 등 당내 진보파의 반란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스트라우스는 성공적으로 전당대회를 진행해서 지미 카터는 대선 후보로 무난하게 지명되었고 본선에서 승리했다.

이런 노력에 대한 보답으로 카터 대통령은 스트라우스를 각료급인 무역대표(USTR)로 임명했다. 무역대표로서 스트라우스는 도쿄 라운드 협상을 주도했다.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서자 스트라우스는 다시 로펌 업무로 복귀했다. 1988년 대선에서 텍사스 출신인 조지 H. W.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부시 대통령은 스트라우스를 소련 주재 대사로 임명했다. 스트라우스는 모스코바에 있는 동안에 소련이 몰락하고 러시아가 생겨나는 과정을 겪었다. 정부를 나온 후에도 그는 로펌 자문과 강연 등으로 윤택한 노후를 보냈다.

- 사진 (1) 케네디와 오브라이언(케네디 뒤 왼쪽 안경 쓴 사람) (2) 카터와 스트라우스. 민주당 전국위 의장을 지낸 사람 중에선 이 두 사람이 명성과 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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