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워터게이트 1972년 6월 17일

작성일 : 2022-09-25 09:31조회 : 1,897

워터게이트 1972년 6월 17일

금년으로 50주년이 되는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해선 관계된 사람들의 회고록을 위시해서 많은 책이 나와 있지만 그래도 풀어지지 않는 궁금한 점이 있다.

첫째, 누가 민주당 전국위원회 건물에 들어가라고 지시했나 하는 점이다. 닉슨은 백악관에 특별조사팀을 만드는 방안을 보고 받고 승인했으나 워터게이트 건물에 침입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닉슨은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고도 대수롭게 않게 생각하고 CIA가 개입해서 수사를 막으라고 지시했다. 나중에 이런 사실이 밝혀져서 닉슨은 결국 사임한 것이다. 밥 홀드먼 비서실장 등 백악관 참모 중에도 이를 지시한 사람은 없었다.

배관공(The Plumbers)이라고 불렸던 이 특별조사팀은 백악관에 있다가 닉슨 대통령 재선위원회(CREEP)으로 소속을 옮겼기 때문에 재선위원회 위원장 존 미첼(John Mitchell 1913~1988)과 부위원장 제브 매그루더(Jeb Stuart Magruder 1934~2014)가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미첼은 사후에 알게 됐다고 주장했고 매그루더는 유죄협상으로 검찰의 기소 내용을 다투지 않았다.

두 번째, 도무지 무엇을 알려고 도청장치를 설치하려 했나 하는 점이다. 당시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전국위원회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등 절차적이고 사무적인 일을 하는 기관이고 선거 전략을 다루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왜 하필 거기를 들어갔냐고 아는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5인조 팀은 며칠 전 밤에도 그 사무실을 침입해서 전화기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는데, 하필 래리 오브라이언 전국위원회 의장 전화에 설치한 도청기가 고장이 나서 다시 들어갔다가 체포된 것이다.

1972년 6월 중순이면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조지 맥거번 상원의원이 승리한 후였다. 다만 당시만 해도 전당대회에서 이변이 생길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혹시 그런 이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오브라이언 의장의 전화를 도청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오브라이언 의장 전화에 장치한 도청기는 고장이 났으나 스태프의 데스크에 놓여 있는 전화 두 대에 장치한 도청기는 작동을 해서 이들은 통화내용을 엿듣고 녹음을 했다. 이들이 체포된 후 FBI는 도청 내용이 담긴 테이프를 압수해서 들어 보았더니 기가 막혔다. 그 내용은 남자 직원 둘이 에스코트 서비스를 하는 콜걸들과 한 진한 대화 뿐이었다.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뉴욕시와 마찬가지로 워싱턴도 저녁에 어둠이 깔리면 밤의 여인들이 호객행위를 했다.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워터게이트 사무실로 출동해서 5인조를 체포한 경찰은 워싱턴 DC 경찰의 3인조 바이스 스쿼드(Vice Squad)였다. 경찰차가 아닌 보통 승용차(unmarked car)를 타고 사복을 입고 머리를 기른 이들은 마약을 사거나 거리의 여인과 흥정을 하는 체 하다가 마약 장수와 거리의 여인을 체포하는 것이 임무였다. 그날 밤 이들 3인조 사복경관은 우연히 워터게이트 건물 부근을 지나다가 출동 콜을 받고 워터게이트 건물로 들어갔던 것이다. 이들이 사복에 장발을 한 히피 차림이어서 밖에서 망을 보던 5인조의 공범은 경찰이 아닌 줄 알고 5인조에게 도망가라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통상적으로 사복 차림의 vice squad는 주택이나 빌딩 내부로 들어가지 않는다. 사복에 머리 긴 사람이 총 들고 들어오면 강도로 보여서 정당방위로 사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3인조 스쿼드는 본부에 대해 정말로 우리가 빌딩에 들어가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영화 <All the President's Men> 에도 그런 대화가 나온다.)

- 사진 (1) 워터게이트 건물 (2) 워터게이트 건물에서 체포된 5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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