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교육부 폐지론

작성일 : 2022-10-07 20:19조회 : 1,554

교육부 폐지론

며칠 전 돌아가신 김동길 교수님에 대해선 어느 시점에 어느 관점에서 그 분을 보았냐에 따라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내가 대학을 다닐 시절에 김 교수님은 박정희 정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자였다.

김동길 교수님이 남긴 가장 유명한 말은 “교육부를 없애야 교육이 산다”가 아닌가 한다. 국회의원 시절의 발언으로 기억되는 데, 본인께서 교육 당국에 의한 피해자이기에 그런 발언이 나왔겠지만 그 발상 자체가 파격적이었다. 당시 그 말을 듣고 대학교수들, 특히 중앙대 같은 서울의 사립대학 교수들은 통쾌해 했다. 시시콜콜 모든 것을 감독하고 규제하고 예산을 거머쥐고 대학 위에 군림하는 교육부이지만 교수들은 말 한마디 못 했는데, 그런 통쾌한 말을 들었으니 모두들 환호했다. 또한 ‘교육부 폐지론’은 “과연 저런 정부 부처가 필요한가”하고 정부를 회의적 또는 비판적으로 보는 관점을 우리 사회에 심어 준 효과가 있었다.

교육부 폐지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1980년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연방국가인 미국에서 교육은 주 정부와 지방정부의 영역이었는데, 아이젠하워 행정부 초기에 정부조직을 개편하면서 보건교육후생부(HEW)가 생겼다. 그 후 존슨 대통령 시절에는 ‘위대한 사회’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주택도시개발부(HUD)가 생겼고, 인문학 진흥을 위한 국가인문진흥원(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 : NEH)이 새로 생겼다. 닉슨 대통령은 민주당 정권 하에서 생긴 주택도시개발부와 국가인문진흥원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없앨 수는 없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보건교육후생부(HEW)에서 교육부분을 떼어내서 교육부(Dept. of Education)로 독립시키는 법안을 공화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통과시켜서 교육부가 1980년 초에 생겼다. 1976년 대선에서 자기를 밀어 준 전국교육연합(NEA) 등 교원 단체에 대한 공약을 지킨 것이다.

“연방정부는 문제 해결자(solution)가 아니라 문제(problem) 자체”라고 선언한 로널드 레이건은 1980년 대선에서 교육부를 철폐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의회는 여전히 민주당이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어서 교육부를 당장 없앨 수 없었기에 레이건 대통령은 닉슨과 포드 행정부 HEW에서 교육 분야를 책임졌던 테릴 벨(Terrel Bell 1921~1996)을 교육장관으로 임명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정부 지출 삭감을 약속한 레이건 대통령은 민주당 정부가 만들어 놓은 주택도시개발부, 교육부, 국가인문진흥원의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레이건에 의해 교육장관으로 임명된 테릴 벨은 위기에 처한 미국 교육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가 ‘위험에 처한 나라’(A Nation at Risk) 보고서이다. 미국 교육 수준이 저하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임을 지적한 이 보고서는 그 후 교육 개혁 논의를 촉발했다. 레이건 1기 임기가 끝나자 테릴 벨은 고향 유타로 돌아가서 교수 생활로 복귀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그 후임으로 국가인문진흥원(NEH) 의장이던 윌리엄 베닛(William Bennett 1943~)을 교육장관으로 임명했다.

텍사스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를 하고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윌리엄 베넷은 보스턴 대학 교수를 하다가 신보수주의 그룹의 강력한 추천으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국가인문진흥원(NEH) 의장으로 발탁됐다. 그것은 인문과 교육 분야에서의 '문화전쟁(culture war)'을 알리는 신호였다. 레이건은 후임 NEH 의장으로 역사학자인 린 체니(Lynne Cheney 1941~)를 임명했다. 린 체니는 당시 하원의원이던 딕 체니의 부인이다. 린 체니는 조지 H. W. 부시 행정부까지 그 지위에 있어서, 그 시절에 남편은 국방장관이고 부인은 NEH 의장인 워싱턴의 파워 커플이었다.

베닛 장관과 체니 의장은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고 정통 인문학의 부흥을 주장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교육부와 NEH의 관료 사회는 열린 교육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진보 성향이었기 때문에 베닛 장관과 체니 의장이 그 부처의 수장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바꿀 수가 없었다. 윌리엄 베넷과 린 체니는 교육장관과 NEH 의장으로서 얻은 명성을 바탕으로 그 후 보수 대 진보의 문화/담론 전쟁에서 강연, TV 토론 그리고 활발한 저술 활동을 통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린 체니는 남편이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부통령이 되자 세컨드 레이디가 됐는데, 대통령 부부와 부통령 부부 중 가장 지적인 인물이었다.

사진 (1) 레이건 대통령과 베닛 장관. 1985년.
사진 (2) 린 체니의 저서 <제임스 매디슨> 출간 후 TV에 나온 체니 부부.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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