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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 닉슨 (1)

작성일 : 2022-10-16 21:34조회 : 2,205

패트 닉슨 (1)

대통령의 부인은 남편인 대통령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전·현직 대통령 부인의 경우는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잡음만 만들고 있으니 한심하다. 20세기 미국 대통령의 부인, 즉 퍼스트레이디로서 크게 부각된 사람은 일리노어 루스벨트, 재클린 케네디, 그리고 낸시 레이건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일리노어 루스벨트 여사는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뉴욕 주지사 시절부터 이미 부부라고 할 수 없는 별거상태였고, 루스벨트가 좋아한 여인은 따로 있었다. (이에 대해서 이미 소개한 바 있다.) 재클린 케네디는 자체가 매우 매력적인 여성이었고, 낸시 레이건은 남편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재클린 케네디와 낸시 레이건에 가려져서, 그리고 워터게이트 때문에 이제는 잊혀 졌지만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 사람은 닉슨 대통령의 부인 패트 닉슨(Pat Nixon 1912~1993) 여사다. 패트 여사는 닉슨과 함께 전쟁 중인 사이공을 방문했는데, 안전상 위험하다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휴이 헬기(UH 1) 편으로 외곽에 있는 야전 병원을 방문해서 부상당한 장병을 위문하기도 했다. 패트 여사는 외국을 방문할 때면 항상 고아원을 찾아서 격려하고 선물을 전달했다. 1970년 6월 패트 닉슨은 지진으로 참혹한 피해를 당한 페루를 방문했는데, 이 방문은 퍼스트레이디가 모범적인 역할을 한 경우로 평가된다.

1970년 봄, 미국은 전국 대학 캠퍼스에서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가 일어나는 등 매우 혼란했다. 그해 5월 31일 오후 3시 23분, 페루 해안에서 35Km 떨어진 태평양에서 리히터 7.9 규모의 강력한 해저지진이 발생했다. 페루의 태평양 연안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수도 리마 북쪽에 위치한 안케시 지역에선 빙하로 덥혀 있는 거대한 산이 붕괴해서 빙하, 눈 그리고 암석을 동반한 거대한 산사태가 일어나서 두 개 마을을 완전히 덮어 버렸다. 이로 인해 순식간에 두 마을에 살던 주민 대부분인 3만 명이 사망했다. 나중에 확인된 바에 의하면 이 지진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는 7만 명, 부상자는 5만 명이었으며, 80만 명이 살 곳을 잃어버렸다.

페루 정부는 이런 미증유의 재난에 속수무책이었다. 지진 참사의 현황이 알려짐에 따라 닉슨 대통령은 미국 정부 차원에서 구호물자를 보내고 구호 인력을 파견했다. 피해 규모가 처음에 예상했던 것 보다 심각함이 알려지자 닉슨 대통령은 미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페루의 지진피해자들을 도와주기를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적십자 등 여러 민간단체들이 구호물자 기부를 호소하고 지원금 모금에 나섰다. 닉슨 대통령은 패트 여사로 하여금 이렇게 모아진 민간 구호물자를 전달하도록 했다.

6월 28일, 패트 여사를 단장으로 한 미국 민간 구호단이 대통령 전용기 보잉 707과 미 공군 수송기 C 130에 구호물자를 잔뜩 싣고 앤드류 공항을 출발해서 페루 리마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간단한 환영행사를 마친 후 패트 여사는 지진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주민들을 위로했다. 패트 여사는 헬기를 타고 거대한 산사태가 발생한 안케시 지역을 둘러보고 그 피해 규모에 놀랐다. 그리고 사망자의 영혼을 위로하는 미사에 참석하고 지진으로 부모와 집을 잃어버리고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을 위로했다. 패트 여사는 페루 국민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귀국했다. 패트 여사의 페루 방문은 퍼스트레이디가 할 수 있었던 매우 훌륭한 선례로서 평가된다. (이런저런 논란과 구설수에 휩싸인 우리나라 전·현 퍼스트레이디는 한마디로 부끄럽다.)

- 아래는 패트 닉슨 여사의 페루 방문을 소개한 백악관 영상. 끔찍한 산사태가 난 지역을 헬기로 살펴보는 장면도 있다.
https://www.nixonfoundation.org/.../pat-nixon-brings.../
- 사진 (1) 페루로 출발하기 전에 대통령 전용기 좌석을 채운 구호물자를 닉슨 대통령과 패트 여사가 둘러보고 있다.
- 사진 (2) 리마 공항에 도착한 패트 여사.
- 사진 (3) 페루 지진 현장. 옆에 손을 잡은 여성은 페루 대통령 부인.
- 사진 (4) 산사태 지역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아이들이 입원한 병원을 방문한 패트 여사. 이 아이들은 주변 산으로 놀라갔다가 아슬아슬하게 산사태를 피했지만 가족은 모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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