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지 슐츠, 아서 번스, 폴 볼커

작성일 : 2022-12-03 15:30조회 : 1,838

조지 슐츠, 아서 번스, 폴 볼커

사진 (1)은 1973년 3월 16일 파리 근교에서 열린 9개국 경제장관 회의에 참석한 조지 슐츠 재무장관(가운데), 아서 번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오른쪽), 그리고 폴 볼커 재무차관보(왼쪽)이다. 이 회의에서 미국, 프랑스, 서독, 영국, 일본 등 서방 9개국은 고정환율제를 완전히 폐기하고 각국이 자유롭게 변동환율제를 운영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이로써 2차 대전 후 유지되어 온 브레튼 우즈 체제는 완전히 붕괴했다.

닉슨 대통령은 1971년 8월 중순 경제 각료와 참모를 비밀리에 캠프 데이비드로 불러서 인플레 등 경제현황, 그리고 금 1온스를 35달러로 태환(兌換 :convert)하는 기존 제도에 대해 이틀 동안 토론을 하도록 했다. 아서 번스 연준위(Fed) 의장은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이탈하는데 대해 난색을 표시했으나 조지 슐츠 관리예산실장은 각국의 화폐 가치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면서 금 태환 제도를 폐기할 것을 주장했다.

닉슨 대통령은 슐츠를 지지해서 금 태환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당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임금과 물가를 6개월 동안 동결하고 수입상품에 대해 10% 과징금을 부과는 정책을 8월 15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것을 두고 타임지는 ‘닉슨의 도박’이라고 카버 스토리 기사를 내보냈고, 충격을 받은 일본은 이를 ‘닉슨 쇼크’라고 불렀다.

아서 번스, 조지 슐츠, 그리고 폴 볼커는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초까지 미국 경제가 암울했을 때 미국의 화폐/금융 정책을 이끌었던 사람들이다. 세 사람 모두 닉슨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닉슨이 사람을 보는 안목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아서 번스(Arthur Burns 1904~1987)는 폴란드계 유태인으로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를 하고 럿거스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나중에 자유주의 경제학자로 이름이 높아지는 밀튼 프리드먼이 번스로부터 경제학을 배웠다. 컬럼비아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45년에 컬럼비아 교수가 됐다. 아이젠하워 백악관에서 경제자문위 의장을 지내면서 부통령이던 닉슨과 가까이 지냈다. 대통령에 당선된 닉슨은 번스를 각료급 백악관 보좌관으로 임명했고, 1970년 초에 연준위(Federal Reserve) 의장으로 임명해서 1978년 초까지 재임했다. 경제학자로서 번스는 재정적 책임을 강조하고 보수적 경제운용을 주장했지만 연준위 의장으로서는 자기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닉슨의 요구를 받아 들여서 1972년 대선을 앞두고 화폐공급을 풀기도 했다. 1973년 가을에 석유 파동이 일자 이듬해 인플레가 12%에 달했고 1976년에야 인플레가 7% 수준으로 갈아 앉았다. 연준위 의장 임기가 끝난 후 잠시 쉬다가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주 서독 대사로 임명되어서 4년간 대사를 지냈다.

조지 슐츠(George Schultz 1920~2021)는 프린스턴 대학을 나오고 MIT에서 박사를 한 경제학자로, MIT에서 교수를 지냈다. 시카고 대학 경영대학원장을 지내던 중 닉슨에 의해서 노동장관으로 발탁됐다. 각료급인 관리예산실(OMB)이 발족하자 실장이 됐고 이어서 재무장관이 됐다. 시카고 대학에 있으면서 밀튼 프리드먼과 가까웠으며, 경제는 정부 규제를 풀고 시장에 맡겨야만 한다는 것이 지론이어서 닉슨 대통령의 임금/물가 통제 정책을 좋아 하지 않았다. 닉슨이 사임하기 몇 달 전에 재무장관직을 그만 두고 대형 건설토목회사인 벡텔에서 일해서 회장까지 지냈다. 1982년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국무장관으로 임명돼서 레이건 임기 끝까지 있으면서 소련과 유연한 협상을 유도해 갔다. 슐츠는 각료급 공직을 4번 역임하는 기록을 세웠고, 100살 넘어 살았다.

폴 볼커(Paul Volcker 1927~2019)는 프린스턴 대학을 나오고 하버드에서 경제학 석사를 하고 런던경제대학에서 공부했다. 볼커는 뉴욕연방준비은행과 체이스맨해튼 은행에서 일했고, 케네디 행정부 재무부에서 화폐/금융 분야에서 일하다가 다시 체이스맨해튼으로 복귀했다. 닉슨 대통령은 볼커를 재무부 국제금융담당 차관보로 임명했다. 폴 볼커도 1971년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회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카터 대통령은 아서 번스의 후임으로 자신이 임명한 윌리엄 밀러를 재무장관으로 임명하고 후임 연준위 의장으로 폴 볼커를 임명했다.

1979년 8월에 연준위 의장이 된 볼커는 인플레와 경기침체라는 두 개의 괴물과 싸워야만 했다. 1980년 미국의 인플레는 15%에 달했다. 볼커는 고금리 정책으로 인플레를 잡으려 했다. 1980년 대선에서 카터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에게 패배했다. 레이건 행정부 들어서도 볼커는 고금리로 돈 줄을 조였다. 자연히 1982년까지 미국은 심각한 불황에 시달렸으나 레이건 대통령은 볼커의 정책을 신뢰했다. 1983년 미국의 인플레는 3%대로 안정됐고 미국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볼커를 연임시켰고, 레이건은 1984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폴 볼커는 1970년대 말~80년대 초의 인플레와 경기침체를 극복한 1등 공신으로 평가되는데, 지금 미국 연준위가 취하고 있는 고금리 정책이 그 시절처럼 효과를 발휘할지가 주목되고 있다.

- 사진(2) 아서 번스는 파이프 담배를 입에 대고 살았다. 그가 주재하는 연준위 회의실이 어떠했을지는 짐작할 만하다.
- 사진(3) 폴 볼커는 시가를 입에 물고 살았다. 볼커는 의회에 참석해서도 시가를 손에서 떼지 않았다. 그 시절에는 그것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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