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베트남 1963~67년

작성일 : 2023-03-12 21:45조회 : 567

베트남 1963~67년

1963년 여름 사이공에선 불교도의 저항운동이 거세게 일었고 승려가 분신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케네디 정부는 디엠 대통령을 두고 고민이 깊어갔다. 1960년 대선에서 닉슨의 러닝 메이트였던 베트남 주재 대사 헨리 캐봇 롯지(Henry Cabot Lodge 1902~1985)는 디엠을 교체해야 한다고 보고했고 케네디 대통령도 동의했다. 미국의 승인을 얻어낸 베트남 군부는 11월 초 쿠데타를 일으켰고 디엠과 그의 동생 누를 살해했다. 민(Dương Văn Minh 1916~2001) 장군이 군사평의회 의장이 됐으나 그는 국정에 관심이 없었고, 석 달 후에 칸(Nguyễn Khánh 1927~2013) 장군이 권력을 장악했다. 칸도 전쟁을 할 의지는 없었고 정쟁만 했다.

존슨 대통령은 자기가 전쟁에서 패배하는 첫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의 여론도 베트남을 지켜야 한다는 존슨을 지지했다. 존슨의 참모들은 미국이 베트남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964년 8월 2일 통킹 만(灣)에서 미 구축함 매독스함(USS Maddox)이 북베트남 어뢰정 3척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사태가 발생했다. 매독스함은 함포로 대응했고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해군 전투기가 어뢰정을 침몰시켰다. 해군 사령부는 매독스 함에게 인근 수역에서 계속 경계를 하라고 지시했다. 의회로부터 베트남에 대한 군사행동을 승인받고자 했던 존슨의 참모들은 이 사건을 기회로 파악했다. 백악관은 통킹 만에서 매독스함이 두 차례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고 의회는 8월 7일 통킹 만 결의(Gulf of Tonkin Resolution)을 통과시켰다. 존슨 대통령은 베트남에서 전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하지만 두 번째 어뢰정 공격은 실제로 없었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1964년 11월 1일, 베트콩은 사이공 부근 비엔호야 미 공군기지에 잠입해서 폭격기 등 항공기 수십 대를 파괴했다. 대통령 선거를 며칠 앞둔 시점이라서 존슨 행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이 때 공군 사령관 응우엔 카오 끼(Nguyễn Cao Kỳ 1930~2011) 장군이 남베트남 공군기 편대를 이끌고 베트콩 근거지를 공격했다. 전쟁을 할 의지가 있는 장군이 나타난 것이다. 크리스마스에는 미국인들이 자주 묶는 사이공 호텔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백악관 안보실과 국무부, 국방부, 그리고 CIA는 이대로 가면 사이공은 6개월을 못 버티고 무너질 것으로 보았다. 존슨 대통령은 베트남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지상군 증강과 공습은 이제 정해진 수순이었다.

1965년 2월에는 중부에 위치한 쁠레이크 공군기지가 베트콩의 공격을 받아서 미군이 큰 피해를 입었다. 존슨 대통령은 남베트남의 베트콩 지역 뿐 아니라 북베트남에 대한 공습을 명령했다. 롤링 선더 공습작전(Operation Rolling Thunder)이 시작된 것이다. 존슨은 미군 공군기지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해병대 병력을 다낭에 상륙시켰다. 미국은 폭격 작전을 시작하고 해병대를 다낭에 상륙시킬 때 남베트남 정부와 의논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한다면 의논할 남베트남 정부가 없었던 것이다.

육군 참모총장과 합참의장을 지내고 롯지의 후임으로 베트남에 온 맥스웰 테일러(Maxwell Taylor 1901~1987) 대사는 전쟁 의지가 있어 보이는 공군 사령관 끼 장군 등을 불러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미국은 베트남을 뜨겠다고 통보했다. 1965년 2월 칸은 추방됐고 공군 사령관 응우엔 카오 끼와 육군 사령관 응우엔 반 티우(Nguyễn Văn Thiệu 1923~2001)가 실권을 장악했다. 그 해 6월 티우가 국가 주석, 그리고 끼가 총리가 됐다. 티우와 끼는 공산군과 싸울 각오를 갖고 있어서 미국은 비로소 전쟁을 할 의지가 있는 정부를 사이공에 두게 됐다. 두 사람은 성격도 달라서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지만 1975년 사이공 함락까지 대통령과 총리/부통령을 지냈다.

1965년 말에 베트남 주둔 미군은 18만 명을 넘었고 한국군 2만 명이 베트남에 도착했다. 여기에 부응해서 하노이는 북베트남 정규군 10만 명을 남쪽으로 내려 보내서 베트콩과 함께 작전을 하도록 했다. 1965년 11월, 미 기병 1사단 병력은 쁠레이크 주변에서 북베트남 정규군과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 이어드랑 계곡에서의 전투는 영화 <We Were Soldiers>로 잘 알려져 있다. 베트남 전쟁은 이제 정규전 양상을 띠게 됐다. 베트남 주둔 미군은 1966년에 38만 명, 1967년에는 48만 명이 됐고, 1968년에 53만 명에 달했다. 한국군도 그 때 5만 명이 주둔하고 있었다. 베트남의 경제는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지원이 끌고 가는 형편이 됐다. 미국은 항만, 도로 등 군수지원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미국의 직접 지원 외에도 미군 장병들의 소비 행위가 베트남의 경제를 이끌고 갔다. 베트남은 한두해 전에 비해 전혀 다른 나라가 됐다.

미국의 지원으로 베트남 군도 병력과 장비가 증가하고 체제를 갖추어 갔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 자체는 끝이 안 보이는 소모전(war of attrition)이 되고 말았다. 베트남 주둔 미군 사령관 웨스트모얼랜드 장군은 미국이 승리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미군 지휘부 내에서도 회의적 의견이 갈수록 많아졌다.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McNamara 1916~2009) 국방장관은 전쟁에 회의를 느끼고 1967년 말에 사의를 표명했다. 안보보좌관이던 맥조지 번디(McGeorge Bundy 1919~1996)는 1966년 2월에 이미 사임했다.

존슨 대통령은 국무장관 보좌관이던 월터 로스토(Walt Rostow 1916~2003)를 안보보좌관으로 임명했다. 2차 대전 중 OSS 본부에서 일했고 전후에 서독 재건계획에 참여한 로스토는 MIT의 경제학 교수를 하다가 케네디 정부에 국무부 자문관으로 들어왔다. 로스토는 베트남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은 강경파였고, 존슨은 그런 로스토를 좋아했다. 존슨은 로스토와 함께 백악관 벙커에서 폭격 지점을 직접 지정했다. 합동참모본부는 하노이 주변의 군사시설과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호지민 루트를 폭격하자고 주장했으나 존슨은 소련과 전면전을 우려해서 승인하지 않고 폭격 효과가 별로인 다리 교량 등을 폭격토록 했다. 존슨은 전쟁을 매우 졸렬하게 추진했던 것이다. 한편, 북베트남은 대대적인 공세를 가해서 전세(戰勢)를 바꾸어 놓으려 했다. 베트남이 더 이상 안정되기 전에 전쟁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필요를 느낀 것이다. 그것이 1968년 초 구정 대공세(Tet Offensive)다.

- 사진 (1) 다낭에 상륙한 미 해병대. 요즘 다낭은 해변에 호텔이 대거 세워져서 한국 관광객이 북적거리는 곳이 됐다.
- 사진 (2) 티우(왼쪽)과 끼(가운데). 1966년.
- 사진 (3) 사이공 함락 직전 끼는 직접 헬기를 몰고 미 항공모함에 착륙해서 미국으로 들어왔다. 그는 LA 근처에서 주류 상점(liquor store)을 운영하면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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