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FBI 국장과 검찰총장

작성일 : 2023-04-03 08:51조회 : 1,500

FBI 국장과 검찰총장

트럼프에 대한 기소가 결정되자 FBI 국장을 지내다가 트럼프에 의해 파면된 제임스 코미(James Comey 1960~)가 오늘은 ‘좋은 날’("it's been a good day")이라고 트윗을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연방검사 출신인 코미는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FBI 국장이 됐는데, 그가 국장을 지내던 중 FBI는 힐러리 클린턴의 사적 이메일 사용 문제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러시아를 움직여서 대선을 조종하려 했다는 혐의 등 예민한 사안을 수사해야 했다. 트럼프는 FBI가 힐러리는 눈감아 주고 자기에 대해 수사를 한다고 불만을 가졌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자 백악관은 법무부에 대해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했고, 결국 법무장관, 차관, 차관보가 줄줄이 사퇴하는 사태로 발전했으며 트럼프는 사퇴를 거부한 코미 FBI 국장을 파면했다.

제임스 코미는 대통령에 의해 파면된 최초의, 그리고 아직까지 유일한 FBI 국장이다. 에드가 후버가 FBI 국장을 죽을 때까지 무려 37년 동안을 지내서 문제가 많았다. 후버가 죽자 의회는 FBI 국장의 임기를 10년으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면 임기 도중에는 대통령이 FBI 국장을 해임할 수 없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연방검사장 93명의 임기는 4년이고, 합참의장과 3군 참모총장 그리고 해병대 사령관의 임기는 4년이지만 대통령은 언제나 어떤 이유로든 해임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은 FBI 국장도 임기 중에 해임할 수 있다. 이것을 대통령의 해임권(Removal Power)이라고 부르는데, 다만 연방준비제도위원회 등 독립된 지위가 보장된 위원회의 위원은 대통령이 해임할 수 없다. 이것은 대법원의 판결로도 확인된 바 있다.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와 FBI 국장, 그리고 연방검사장(US Attorneys)에 보장된 임기는 이들의 임기가 끝나면 대통령이 후임을 자유롭게 임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재임 중인 미군 최고지휘관과 FBI 국장, 연방검사장을 대통령이 경질하는 것은 부담일 수 있기 때문에 임기를 정해서 대통령이 후임을 자연스럽게 임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따라서 이 임기는 대통령이 보장해야 하는 임기가 아니라 임기가 끝나면 대통령이 자유롭게 후임을 임명하도록 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렇게 임기가 정해진 고위직을 정당한 이유가 없이 임기 도중에 해임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FBI 국장은 임기를 10년으로 정함으로써 의회는 FBI 국장이 정권 변동에 관계없이 직무를 수행해야 함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특히 그러하다.

FBI 국장이 지휘하는 FBI와 연방지검장이 지휘하는 연방지검은 법무부 소속으로 법무장관의 지휘를 받는다. 그러면 법무장관이 FBI나 일선 연방검찰청에 부당한 지시를 할 수 있지 않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법무장관 등 법무부 수뇌부와 연방지검장, 그리고 FBI 고위직을 임명하는 권한은 물론 대통령에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법무장관을 통해서 FBI와 연방검찰청에 부적절한 압력을 가할 수는 없다. 만일에 법무장관의 지시로 인해 FBI와 연방검찰청의 수사에 영항을 주었다면 법무장관은 사법방해죄(Obstruction of Justice)를 구성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에 법무장관, 차관, 차관보가 줄줄이 사퇴하고 러시아 로비 의혹 수사를 특별검사에 미룬 것도 이들이 백악관의 지시를 따르다간 자신들이 사법방해죄를 저지를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으로 정해 놓고 있다. 그러면 대통령은 임기 중의 검찰총장을 경질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미국식으로 해석하면 2년 임기 중이라도 대통령은 해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사생자 문제가 있었던 검찰총장을 해임할 수 있었을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해임할 수 있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법은 3군총장과 해병대 사령관 임기를 2년으로 정해 놓고 임기 도중이라도 대통령은 이들을 해임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두었다. 반면에 검찰청법은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으로 정해 놓으면서 대통령이 임기 중 해임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없다. 따라서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임기 중에 해임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만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해임했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하자고 외쳤겠지만 의석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당사자인 윤석열이 자신이 해임된 것이 불법이라면서 법원에 제소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 아마도 검찰총장의 임기를 정한 검찰청법의 의미와 대통령의 해임권을 둘러싼 헌법 논쟁이 이루어 졌을 것이다. 우리는 프랑스와 이태리, 그리고 그 전통을 따른 중남미 국가처럼 검찰을 사법부의 구성원으로 보지 않고 미국식으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집행부 소속으로 보기 때문에 대통령은 임기 중의 검찰총장을 해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보다 우월하지 않을까 한다.

문재인 정부 말에 추미애, 박범계 법무장관이 윤석렬 검찰총장과 치열하게 치고받을 때 민주당 쪽에서 나왔던 말이 법무장관은 ‘선출된 민주적 권력’이기 때문에 검찰 보다 우월하다는 논리였다. 이른바 진보 신문은 이런 논리에 부응해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러면 도대체 검찰총장 임기를 2년으로 정하는 법률을 만든 집단이 어디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야당을 할 때 검찰 독립을 지키겠다면서 검찰총장 임기를 2년으로 정하는 법안을 발의해서 통과시켰던 것이다. 따라서 법무장관이 선출된 민주적 권력이라는 민주당의 논리는 완전한 자가당착인 것이다. 지금 한동훈 법무장관이 하는 역할이나 발언은 검찰을 직접적으로 지휘하는 모습이다. 과연 법무장관이 지금 한 장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민주당이 할 말이 있을까 ? 민주당의 주장대로 한동훈 장관은 ‘선출된 민주적 권력’이기 때문에 검찰을 진두지휘하는 것이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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