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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피그스 만 침공
작성일 : 2023-04-16 20:16조회 : 1,571
피그스 만 침공
1960~70년대 미국 정치에서 쿠바와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쿠바의 공산화와 케네디 정부의 피그스 만(灣) 침공, 그리고 쿠바 미사일 위기와 케네디 암살, 베트남 전쟁과 워터게이트로 이어지는 큰 흐름이 20년을 관통한다.
1961년 4월 중순에 있었던 피그스 만(Bay of Pigs) 침공 작전은 완전한 실패로 끝나서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는 케네디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피그스 만 사건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카스트로는 국내에서 지지도가 올라갔으나 그는 미국의 위협에 대비할 필요를 느꼈다. 소련은 쿠바에 각종 무기를 제공했고 핵 미사일을 배치해서 1962년 가을에 쿠바 미사일 위기가 발생했다. 케네디는 소련과 협상을 통해 미사일 위기를 넘겼다. 케네디는 피그스 만 침공 사건 후 책임을 물어서 CIA 국장 앨런 덜레스와 부국장 리차드 비셀을 경질했다. 쿠바가 카스트로로부터 해방되면 자신들의 카지노 호텔을 도로 찾을 것으로 생각했던 마피아도 케네디를 달리 생각하게 됐다. 이런 역학 관계가 케네디 암살로 귀결됐다고 보기도 한다.
피그스 만 침공 사건은 케네디가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며 그의 외교 안보 팀이 무능함을 보여 주었다. 케네디는 이 실패가 자신의 책임이라고 인정하고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과 맥조지 번디 안보보좌관의 사표를 반려했다. 그 후 케네디는 이들에게 더욱 의존하게 되는데, 두 사람은 베트남 전쟁이란 더 큰 실패를 만들어 낸다. 피그스 만 사건은 배리 골드워터, 로널드 레이건, 윌리엄 버클리 등 보수 인사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1959년 1월 1일, 카스트로 혁명군이 하바나에 입성함에 따라 친미 정권이며 마피아의 친구였던 바티스타 정권은 무너졌다. 아이젠하워 정부는 새로운 정권을 지켜보았다. 카스트로 정부가 미국계 회사가 갖고 있는 사탕수수 농장과 정유소 등 사업체를 국유화하고 소련과 중국,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자 아이젠하워 정부는 방관하고 있을 수 없게 됐다. 미국의 남단(南端)인 키 웨스트에서 불과 90마일 떨어진 곳에 친소 공산국가가 생겨났으니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마이애미 등 남부 플로리다는 쿠바와 가까워서 카스트로 혁명 전에도 쿠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살았다. 카스트로가 정권을 장악하자 20만 명이 쿠바를 탈출해서 남부 플로리다에 정착했다. 이렇게 해서 1960년 남부 플로리다에는 쿠바 사람들이 25만 명이나 거주하게 됐다. 카스트로 혁명 후에 플로리다로 건너온 쿠바인들은 바티스타 정권의 공무원, 군인과 경찰, 사업가와 전문직 종사자들이었다. 이들은 모든 재산을 버리고 몸만 탈출해서 플로리다에서 새 삶을 시작했으나 고국 쿠바를 회복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었다. 번창하던 카지노 호텔을 두고 온 마피아는 하바나에 두고 온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포기할 수 없었다.
카스트로 정부가 친소(親蘇) 성향을 분명히 하자 아이젠하워 정부의 CIA는 쿠바를 회복하기 위한 계획에 착수했다. CIA는 그런 작전을 1954년에 과테말라에서 해서 성공한 적이 있었다. 과테말라에 토지를 개혁하고 외국 기업을 국유화하는 정부가 들어서자 CIA는 반군 500명을 조직해서 무너뜨리고 친미 정부를 수립했다. CIA는 과테말라에서 했던 것 같은 작전으로 쿠바에서 공산정권을 축출할 수 있다고 믿었다. CIA의 계획은 마이애미에 들어온 쿠바 난민 중에서 전투를 할 수 있는 인원을 선발해서 훈련을 시킨 후 쿠바에 드려 보내서 카스트로에 반대하는 세력을 형성하게 하는 것이었다.
1960년 3월,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이 계획을 승인했다. CIA는 마이애미에 요원을 보내서 쿠바에서 넘어온 전직 군인이나 경찰 뿐 아니라 모험심과 호기심에 차있는 젊은이들을 모아서 과테말라와 나카라과에 만든 CIA 기지에서 훈련을 시켰다. 그 중 일부는 미 본토의 육군 기지에서 낙하 훈련을 시켰다. CIA는 퇴역한 B-26 폭격기를 모아서 정비하고 비행기를 조종해 본 적이 있는 쿠바 난민 40명을 선발해서 과테말라에서 조종 훈련을 시켰다.
처음에는 반군(叛軍)을 은밀하게 쿠바에 잠입시켜서 내란을 선동하는 방법을 고안했는데, 나중에 상륙작전으로 바뀌었다. (이를 두고 2차 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지휘한 아이젠하워답다는 유머가 있다.) 상륙작전으로 성격이 바뀜에 따라 CIA는 이에 필요한 선박을 조달해야 했다.
1960년 11월 대선에서 케네디가 당선되자 CIA는 그해 11월 말에 케네디에게 이 작전에 대해 비밀 브리핑을 했다. 케네디는 이 작전에 흔쾌히 동의했다. 케네디는 내각을 구성하고 참모진을 수립하느냐고 매우 바빴다. 케네디는 부친의 뜻대로 동생 로버트를 법무장관에 임명했다. 로버트는 각료 선정 등 모든 일에 간여한 정권의 2인자였다. 피그스 만 침공 작전도 케네디 형제가 주도적으로 결정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자기들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케네디는 국무장관에는 윌리엄 풀브라이트 상원의원을 고려했으나 아칸소 출신인 그는 민권법에 반대해서 제외됐고 무색무취한 딘 러스크(Dean Rusk 1909~1994)를 지명했다. 국방장관은 포드 자동차 사장이던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McNamara 1916~2009)를. 안보보좌관에는 하버드 대학원장이던 정치학자 맥조지 번디(McGeorge Bundy 1919~1996)를, 그리고 재무장관은 아이젠하워 정부에서 국무차관을 지낸 더글라스 딜런(Douglas Dillon 1909~2003)을 임명했다. 맥나마라, 번디, 그리고 딜런은 공화당원이어서 케네디를 지지했던 개혁성향의 민주당원들은 실망했다.
케네디는 FBI 국장 에드가 후버(J. Edgar Hoover 1895~1972)와 CIA 국장 앨런 덜레스(Allen Dulles 1893~1969)는 유임시켰다. 후버는 케네디의 여자 관계 등 어두운 면을 잘 알고 있어서 해임할 수가 없었고, CIA의 창업공신인 앨런 덜레스도 교체하기가 어려운 인물이었다. 합동참모본부에는 2차 대전과 한국전쟁에서 명성을 떨친 맹장(猛將)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합참의장은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리먼 렘니처(Lyman Lemnitzer 1899~1988) 대장이었고 해군참모총장은 알레이 버크(Arleigh Burke 1901~ 1996) 제독이었다. 케네디는 합참을 집행 기관 정도로 생각했다. 합참의 4성 장군/제독은 케네디를 우습게 생각했다. 이런 불협화음이 피그스 만 사건이란 재앙이자 비극을 불러 일으키는데 일조(一助)했다.
사진 (1) 쿠바와 마이애미
사진 (2)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왼쪽). 1959년 5월 8일 하바나
사진 (3) 케네디 대통령과 앨런 덜레스 CIA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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