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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작성일 : 2023-04-29 10:49조회 : 1,355

이태리

지난 3월 독일 의회는 연동형 비례 때문에 736석까지 늘어난 하원의원 숫자를 630명으로 줄였다. 의원 숫자를 줄인 나라는 독일만이 아니다. 이태리 의회는 지난 2020년, 630명이던 하원의원을 400명으로, 315명이던 상원의원을 200명으로 줄이는 안을 통과시켰고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됐다. 이태리 국민들은 국회의원이 많은 것을 낭비로 보았다. 하원의원 400명 중 147명은 1인 선거구로, 나머지 253명은 비례명부로 뽑는다. 상원도 74명은 1인 선거구, 그리고 126명은 비례로 뽑는다.

이태리는 1948년 이래 기민당이 계속 집권해 왔고 공산당은 제1야당, 사회당이 제2야당이었다. 그러다가 1990년 동유럽 공산체제가 붕괴하자 이태리 공산당이 스스로 해산하고 대신에 좌파민주당(PDS)이 들어섰다. 1992년 총선에선 기민당이 1당을 했으나 의석을 많이 잃어서 사회당 중심으로 중도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하지만 당시 경제 상황이 나쁜데다 사회당 부패 스캔들이 크게 터져서 좌파 내각은 몰락했다. 1994년 총선에선 기민당의 후예인 ‘이태리 앞으로’당(Fpriza Italia)을 중심으로 한 중도우파 연합이 366석을 차지해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 1936~)가 총리가 됐다.

1996년에는 경제학 교수 출신인 로마노 쁘로디(Romano Prodi 1939~)가 이끄는 새로운 중도좌파 연합(올리브 연합)이 승리해서 쁘로디가 총리가 됐다. 2001년에는 다시 우파 연합이 승리해서 베를루스코니가 총리가 됐고, 2006년 총선에선 쁘로디가 이끄는 중도좌파연합이 승리했다. 2008년에는 다시 중도우파가 승리해서 베를루스코니가 총리가 됐다. 2013년에는 좌파연합이 승리했으나 이 때 신생정당인 5성당(Five Stars)이 109석을 얻어서 파란을 일으켰다.

2018년, 기존의 보수와 진보 정치에 식상한 유권자들이 5성당에게 227석을 몰아주어 1당을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법학교수 출신인 쥬세페 꽁티(Giuseppe Conte 1964~)가 총리가 됐다. 2018년 총선에선 신생정당인 우파 포퓰리즘 성향인 연립당(Lega)이 125석을 얻는 돌풍을 일으켰으며, 역시 우익 성향인 신생정당인 이태리형제당(Fratelli d'Italia : FdI)이 32석을 얻어서 제5당으로 위치를 굳혔다.

5성당이 주축이 된 연립정부가 내부 분열로 무너짐에 따라 치러진 2022년 9월 총선에서 이태리형제당은 119석을 해서 1당이 됐다. 강성 우익정당인 이태리형제당의 대표는 지오지아 멜로니(Giorgia Meloni 1977~)인데, 당명에 어울리지 않게 여성이다. 멜로니는 우익 학생운동을 하면서 2006년에 하원의원이 돼서 베를루스코니 내각에서 청년장관을 지내다가 2012년에 이태리형제당을 창당했다. 제1당 대표인 멜로니는 같은 우파 포퓰리즘 정당인 연립당, 그리고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이태리앞으로당과 함께 내각을 수립했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 이태리는 우파 3당 237석으로 구성된 보수 연합이 집권세력이다. 좌파 진보 정당은 모두 합쳐봤자 85석이고, 중도 성향인 5성당(Five Stars)이 52석이다. 2차 대전 후 가장 강경한 보수 정권이 들어선 것이다. 멜로니 총리는 미국 보수정치연합에서 연설을 하는 등 자신의 정당이 영국 보수당, 미국 공화당, 그리고 이스라엘 리쿠드당과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멜로니 총리가 특히 강조하는 바는 불법이민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책(‘zero-tolerance')이다.

이태리는 물론이고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도 강성 보수 정당이 정국을 이끌어가고 있어서 향후 노르웨이, 독일, 프랑스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유럽에서 강성 보수 정당이 세력을 넓혀가는 원인으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이 이민자 문제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몰려드는 이민자들을 사민당/좌파 정부가 인도주의와 사회적 다양성을 내세우고 대거 받아들였는데, 이민자들이 일으키는 범죄와 그들로 인한 재정고갈 등 심각한 문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기 때문이다.

사진 (1) : 멜로니 총리.
사진 (2) : 2022년 총선에서 손잡은 우파 3당. 연립당의 살비니, 앞으로당의 베를루스코니, 형제당의 멜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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