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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매리 메이어 살인 사건 (1)
작성일 : 2023-05-13 17:58조회 : 1,314
매리 메이어 살인 사건 (1)
벤 브래들리(Ben Bradlee 1921~2014)는 워싱턴포스트의 편집국장으로 뉴욕타임스를 따라서 펜타곤 페이퍼를 보도하고 워터게이트에 대한 특종보도를 통해서 닉슨 대통령이 물러나게 한, 한 시대를 풍미한 언론인이다. 사주(社主) 캐세린 그레이엄(Katharine Graham 1917~2001)과 함께 워싱턴 DC의 지방신문이었던 워싱턴포스트를 메이저 언론으로 성장시킨 브래들리는 영화 <The Post>와 <All the President's Men>에도 중요하게 나온다.
벤 브래들리는 하버드를 졸업하고 해군 장교로 임관해서 태평양 전쟁에 참전했고, 전후에 작은 신문사에서 기자생활을 하다가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됐으며 뉴스위크 파리 주재원으로 일하다가 1958년부터 뉴스위크 워싱턴 지국장을 지냈다. 1965년부터 1991년까지 26년 동안 워싱턴포스트의 편집국장을 지냈으니 그는 영향력이 매우 컸던 언론인이었다. 브래들리는 하버드 2년 선배인 존 F. 케네디와 오랫동안 가까이 지냈다. 특히 50년대 말에 브래들리는 케네디와 마찬가지로 워싱턴의 조지타운에 살아서 두 가족은 매우 가까웠다.
케네디가 암살됐을 때 브래들리가 어떤 기분이었을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브래들리는 1968년 대선에서 로버트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했으나 로버트는 그 해 6월 암살되고 만다. 브래들리는 그의 숙적(宿敵)인 리차드 닉슨 대통령과 펜타곤 페이퍼 사건과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충돌하며 여기서 패배한 닉슨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는 은퇴한 후에 <A Good Life>(1995년)라는 자기만족적인 회고록을 펴낸다.
닉슨은 벤 브래들리와 케세린 그레이엄 등 동부 엘리트 언론인을 ‘케네디 패거리’로 보았다. 사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케네디를 우상화하고 닉슨은 틈만 나면 비판하고 비난했다. 닉슨은 그런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를 읽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해야만 했다. 벤 브래들리는 언론인으로서 최고의 영예를 누렸으나 말년에 나온 한 책으로 그의 어두운 면이 폭로되고 말았다. 그는 말년에 알츠하이머 때문에 그런 논란을 전혀 알지 못하고 사망했다.
벤 브래들리는 결혼을 세 번 했다, 두 번째 부인은 토니 핀초(Antoinette 'Tony' Pinchot)로 1957년에 결혼해서 20년 동안 같이 살면서 두 아이를 두었다. 따라서, 언론인으로서 중요한 시기의 그의 부인은 토니였다. 토니는 케네디가 대통령을 지내면서 깊은 내연 관계를 맺었던 매리 핀초 메이어(Mary Pinchot Meyer 1920~1964. 10. 12.)의 동생이다.
매리 핀초 메이어의 아버지는 부유한 변호사였는데 그러면서도 정치적 성향은 진보적이라서 루이 브랜다이스 대법관 등 진보 인사들과 교류가 많았다. 매리의 큰 아버지는 초대 산림처장으로 미국의 산림보호정책을 수립하고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를 지낸 기포드 핀초(Gifford Pinchot 1865~1946)다. 매리는 사립고교와 명문 여대인 바싸를 졸업했는데, 고등학교 시절에 케네디(1917~1963)를 처음 만났고 그 후에도 간간히 만나곤 했다. 대학을 졸업한 매리는 잡지사 기자를 잠시 지냈다.
매리는 해병 장교로 태평양 전쟁 중 괌 전투에 참전해서 부상으로 한쪽 눈을 잃고 훈장을 탄 코드 메이어(Cord Meyer 1920~2001)와 1944년에 결혼했다. 부유한 사업가의 아들로 예일대학을 졸업한 코드 메이어는 전역 후에 잠시 다른 일을 하다가 1949년부터 CIA에서 일을 시작했다. CIA에서 그는 예일대 선배이며 방첩단을 이끌던 제임스 앵글턴(James Angleton 1917~1987)과 가까웠으며, 프린스턴을 나오고 해군 조종사로 태평양 전쟁에 참전한 위스타 재니(Wistar Morris Janney 1919~1979)와도 가까이 지내게 된다. CIA에는 예일, 프린스턴, 하버드 등 동부 명문대를 다닌 부유한 가정 출신의 젊은이들이 주축을 이루었다.
1950년대 이들은 모두 워싱턴 DC의 부촌(富村)인 조지타운에 살았고 존 F. 케네디 상원의원과 벤 브래들리 뉴스위크 지국장도 역시 조지타운에 살았다. 벤 브래들리와 코드 메이어는 동서(同壻) 관계이고 코드 메이어는 학창 시절부터 케네디와 아는 사이였다. 이들 CIA 간부 3명과 장차 워싱턴포스트의 편집국장이 되는 브래들리는 이웃으로 가까이 지냈다. 조지타운의 사교모임에는 리차드 비셀 등 CIA 최고위 간부들도 자주 참석했으며 CIA 간부들의 부인도 이런 모임에 같이 참여했다. 하지만 매리 메이어는 그녀의 친정의 영향인지 이러한 분위기에 잘 어울리지 못했다. 예술을 좋아한 매리는 아버지와 큰 아버지를 닮아서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1956년 매리의 9살 아들 마이클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매리는 우울증에 걸리고 1958년에 이혼을 한다.
매리는 두 아이를 데리고 조지타운에 집을 구해 살면서 화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61년 가을, 백악관에서 대통령이 된 케네디를 다시 만난 후 매리는 케네디와 깊은 관계를 맺게 되며 두 사람 사이는 케네디가 암살될 때까지 지속됐다. 매리는 타고난 평화주의자였고, 마리화나는 물론이고 당시 나오기 시작한 환각제 LSD도 즐겼다. 재키가 출타하면 케네디와 매리는 백악관에서 밀회를 즐겼는데, 마리화나와 LSD를 함께 했다. 케네디는 백악관에서 여자 인턴은 물론이고 콜걸과도 관계를 맺는 등 성적(性的) 방종이 극에 달했으나 매리와의 관계는 특별했다. 케네디의 가장 가까운 비서인 케네스 오도넬은 케네디가 임기가 끝나면 재클린과 이혼하고 매리와 결혼하겠다고 자기에게 말했다고 나중에 확인한 바 있다.
1963년 11월 22일 낮, 케네디 대통령은 댈라스 방문 중 암살된다. 그리고 1년이 지난 1964년 10월 12일 낮, 조지타운의 집을 나와서 평소처럼 인공물길 산책로를 걷던 매리는 총탄 두 발을 맞고 즉사했다. 경찰은 부근을 지나던 흑인을 용의자를 지목해서 체포했다. 하지만 범행에 사용한 총은 발견하지 못했고 목격자들의 진술이 어긋나서 그 흑인은 재판에서 무죄로 풀려났고, 사건은 미궁에 빠져 버렸다.
1976년 3월, 내셔널 인콰이어지(誌)는 매리와 케네디가 깊은 내연 관계라고 보도했다. 그런 사실은 매리의 친구인 조각가 앤 트루이트의 남편이며 뉴스위크 간부를 지낸 제임스 트루이트가 확인해 주었다. 그러자 백악관에서 케네디를 가까이 보좌했던 비서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매리의 전 남편 코드 메이어의 친구이며 같이 CIA 고위간부이던 위스타 재니에게는 피터 재니(Peter Janney 1947~ )라는 아들이 있는데, 피터는 어릴 적에 교통사고로 죽은 매리의 아들과 친구였다. 피터 재니는 어릴 적에 친구의 엄마인 매리를 몇 번 만나기도 했다. 매리가 피살되고 난 후 12년 만에 피터 재니는 내셔널 인콰이어 기사를 읽고 매리가 케네디의 정부(情婦)였음을 알게 됐다. 피터 재니는 어릴 때 기억에 비추어 무엇인가 의아함을 느끼고 매리의 살인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35년 동안 매리 살인 사건과 매리의 주변을 파헤친 피터 재니는 2012년에 <Mary's Mosaic>을 펴냈다. 그의 결론은 이러했다. 매리는 너무나 많이 알고 있어서 CIA가 살해했으며 매리의 전 남편 코드 메이어, CIA 방첩단장 제임스 앵글턴,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인 위스타 재니가 개입돼 있으며 벤 브래들리도 은폐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그는 매리를 살해한 방식은 케네디를 살해한 방식과 장르가 매우 닮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벤 브래들리가 자신의 처형(妻兄)이며 자기가 좋아하는 케네디의 연인이었던 매리의 죽음에 자기와 가까웠던 CIA 간부들이 간여돼 있음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고 모른 체 했다고 비판했다. (계속)
사진 (1) : 조지타운에 있는 상원의원 케네디의 집에서 만난 브래들리 부부와 케네디 부부.
왼쪽부터, 벤 브래들리, 재클린, 토니 브래들리, 케네디. 1958년 또는 1959년.
사진 (2) : 핀초 재단('Pincho Institute for Conservation') 창립식에 참석한 존 F. 케네디 대통령. 케네디의 오른쪽이 매리이고, 왼쪽이 매리의 어머니이다. 1963년 9월 24일. 핀초 가족은 펜실베이니아 밀포드에 있는 핀초 가문의 토지와 대저택을 재단으로 창설했다. 미국 대통령이 민간 재단 창립식에 참석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케네디와 함께 환하게 웃는 매리의 모습은 두 사람 사이가 보통이 아님을 알게 해 준다. 재클린은 물론 이 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케네디는 두 달 후 암살된다.
사진 (3) : <Mary's Mosaic> 2016 개정판. 책 표지 사진은 매리의 시신을 확인하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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