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스월드, 멕시코시티를 가다

작성일 : 2023-06-25 19:43조회 : 401

오스월드, 멕시코시티를 가다

1963년 4월 이후 리 하비 오스월드(1939~1963. 11. 24)의 행적은 의문 투성이다. 왜 뉴올리언스에 가서 5개월 동안 머물면서 친(親)쿠바 활동을 일부러 뉴스에 나올 정도로 의도적으로 했는가 하는 의문이 있다. 그 동안의 생활비와 여비는 누가 냈느냐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이는 케네디 암살의 배후를 쿠바로 보이게 하려는 음모라는 주장이 나왔다. 워렌위원회는 뉴올리인스에서의 활동에 대해 깊은 조사를 하지 않았고 짐 개리슨 검사장의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 두 사람은 의문사를 했다.

오스월드는 9월 24일 버스 편으로 텍사스 국경도시인 라레도에 가서 멕시코시티 행 버스를 탔다. 오스월드가 버스로 멕시코시티로 간 것은 확실하다. 케네디 암살 후에 오스월드가 탄 버스에 같이 타고 멕시코시티로 관광을 하러가던 호주 여성 2명이 오스월드와 대화를 했다고 증언을 했다. 멕시코시티에 도착한 오스월드는 버스 터미널 부근의 값싼 호텔에 묵었고 이 역시 확인이 됐다. 멕시코시티에서 나흘 간 행적은 케네디 암살과 관련해서 많은 논란이 있다. 확인된 사실은 아래와 같다.

9월 27일 금요일 오전 11시, 오스월드는 멕시코시티에 있는 쿠바 대사관 영사과를 방문했다. 오스월드는 영사과 직원에게 쿠바에 몇 주일 머문 후에 소련으로 가고 싶다면서 통과 비자(transit visa)를 신청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친(親)쿠바 활동을 했다면서 뉴올리언스에서 자기가 만든 유인물과 유인물을 배포하는 자기를 다룬 신문 기사를 제시했다. 오스월드를 만난 영사과 직원은 실비아 두란(Sylvia Duran 1937~)이라는 멕시코 현지 고용 여성직원이었다. 영어를 잘하는 두란은 그해 8월부터 쿠바 영사관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두란은 오스월드에게 비자를 신청하려면 사진이 필요하다고 알려주었다.

오스월드는 밖에 나가서 한 시간 후에 사진을 갖고 다시 대사관 영사과로 돌아왔다. 두란은 통과 비자를 얻기 위해선 소련 입국비자가 있어야 한다고 알려주었고, 부(副)영사가 나와서 지금 신청하면 4개월 후에 워싱턴에 있는 소련 대사관에서 비자를 내 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오후 4시에 오스월드는 쿠바 대사관에 다시 왔다. 오스월드는 소련 대사관에서 비자를 내주기로 했다고 말했고, 소련 대사관에 연락을 해 본 두란이 그것이 거짓말임을 알았다. 쿠바 부영사는 오스월드에게 나가라고 명령조로 말했고 오스월드는 대사관을 나왔다.

오스월드는 소련 대사관을 다녀왔다. 세 명의 영사과 직원이 오스월드를 면담했는데, 이들은 모두 KGB 요원이었다. 1990년대 들어서 소련이 해체된 후 현직에서 은퇴한 이 세 사람은 오스월드와의 만남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서방 기자와 대담을 가졌다. 오스월드가 엉뚱한 말과 행동을 해서 특별하게 기억을 했는데, 케네디 암살 후 언론에 크게 나와서 놀랐다고 말했다. 당시 멕시코시티 주재 소련 대사관의 KGB 파견관이었던 세 사람은 비자를 신청하러 온 오스월드가 당황하고 불안해 보였다고 기억했다.

오스월드는 자기의 뉴올리언스에서 친(親)쿠바 활동을 이야기하고 경찰에 체포된 기사도 보여주면서, 자기는 공산주의자이고 소련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스월드는 갖고 있던 권총을 보여주면서, FBI가 자기를 못살게 굴어서 권총을 갖고 다닌다고 말해서 놀랐다고 이들은 당시를 기억했다. 이들이 오스월드에게 수속은 몇 달이 걸린다고 말하자 오스월드는 그렇게 기다릴 수는 없다고 눈물을 흘렸다고 30년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해 냈다. 쿠바행이 좌절된 오스월드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오스월드는 버스 편으로 멕시코시티를 출발해서 10월 3일, 댈러스에 도착했다.

오스월드의 행적을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소련 대사관에서 KGB가 오스월드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근거가 박약한 소설 같은 이야기였다. 보다 그럴싸한 가설은 오스월드가 뉴올리언스에서 일부러 친(親)쿠바 활동을 하다가 경찰에 체포되고 라디오에 출연한 것이 곧 있을 케네디 암살의 배후를 쿠바와 소련에 전가하기 위함이라는 이론이다.

쿠바 대사관의 실비아 두란이 오스월드와 시내에서 만났고 성관계를 가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두란은 대사관 밖에서 오스월드를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멕시코시티의 좌파 성향 문화 인사 집에서 열린 파티에 오스월드와 두란이 같이 온 것을 보았다는 목격자가 미국 대사관의 외교관에게 제보를 했다. 실비아 두란도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자이어서 이를 둘러싼 음모론이 나왔지만 역시 확실한 증거는 없다.

당시 CIA는 멕시코시티에 미국 본부 다음으로 큰 지부를 운영하고 있었다. 멕시코시티에는 소련 등 동유럽 공산국가와 쿠바의 대사관이 나와 있어서 냉전 시절 동서 첩보전의 최전선이었다. 케네디가 암살된 시점의 CIA 멕시코시티 지부장은 윈스턴 스콧(Winston Scott 1909~1971)이었다. 2차 대전 당시 OSS 요원으로 시작한 그는 CIA 창업공신 중의 한 명으로 스페인어를 잘해서 1955년부터 1968년 은퇴까지 CIA 멕시코 지부장을 지냈다. 1950년부터 70년대에 이르는 기간 동안 CIA 멕시코 지부는 중남미 지역을 총괄했고 멕시코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서 윈스턴 스콧은 당시 ‘총독’으로 불렸다. CIA는 쿠바 대사관 입구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모든 출입자를 감시했고 전화는 물론이고 대사관 내부의 대화를 도청하고 있었다.

케네디가 암살되자 그 다음 날 윈스턴 스콧은 멕시코 정보부에 이야기해서 오스월드와 만난 실비아 두란을 체포해서 심문토록 했다. 두란은 멕시코 시민이라서 외교관 면책이 없었다. 멕시코 정보부는 두란에게 별다른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스콧이 이런 조치를 취하고 나서 CIA 본부는 이 사건을 확대하지 말라는 지시를 멕시코 지부에 보냈다. 케네디 암살은 오스월드의 단독범행이라고 이미 결론을 내리고 더 이상 외교문제로 만들지 말라는 의미였다. 워렌위원회도 오스월드의 멕시코시티에서의 행적에 대해선 그가 쿠바 대사관과 소련 대사관을 방문했음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멕시코 CIA 지부는 오스월드가 쿠바 대사관을 들어오고 나오는 사진이 없다고 밝혔다. 공교롭게 그 금요일에 카메라가 고장났다는 것이다. 또한 오스월드와 실비아 두란이 나눈 대화 테이프도 없고 단지 녹취록만 남아 있다고 밝혔지만 그 공개는 거부했다.

윈스턴 스콧은 1968년 말에 은퇴하고 멕시코시티에서 컨설팅 업무를 했다. 그러면서 스콧은 회고록을 작성하고 보안 심사를 위해 원고를 당시 CIA 국장인 리차드 헬름스에 보냈다. 스콧은 1971년 4월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했다. 그가 사망하자 다음날 CIA 방첩단장이던 제임스 앵글턴이 장례식 참석차 멕시코시티에 도착해서 스콧이 갖고 있던 회고록 원고와 테이프 등 자료 일체를 CIA 본부로 가져갔다. 스콧의 아들인 마이클이 회고록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법적 투쟁을 벌이자 1947년까지 내용만 마이클에게 전달하고 나머지는 국가기밀로 분류해서 지금까지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작년에 바이든 대통령이 케네디 암살에 관한 모든 정부 자료를 공개하라고 지시했음에도 CIA는 멕시코시티에서의 오스월드의 행적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그 이유를 두고 의문이 일고 있다.

사진 (1) : 비자를 얻으러 온 오스월드를 면접한 당시 멕시코시티 영사과의 KGB 요원들이 30년 후인 1990년대에 서방 기자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 (2) : 쿠바 대사관 영사과 근무할 당시 실비아 두란.
사진 (3) : 윈스턴 스콧의 일대기인 <Our Man in Mexico> 스페인어 판. 멕시코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며, 멕시코시티에서의 오스월드의 활동에 대해서 무언가를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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