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루비 재판과 도로시 킬겔런

작성일 : 2023-06-30 11:33조회 : 423

루비 재판과 도로시 킬겔런

재크 루비는 그가 잘 알고 있는 댈러스 경찰국 수사관들에게 현장에서 체포됐다. 루비는 범행 동기에 대해 “댈러스가 죄악을 씻어 내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면서 “재클린 케네디가 오스월드 재판으로 겪을 어려움을 없애고자 했다”고 이야기했다. 루비의 동생 등 가족은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변호사 멜빈 벨라이(Melvin Belli 1907~1996)와 텍사스 변호사 조 토나힐(Joe Tonahill 1914~2001)을 선임했다. 벨라이는 5만 달러 수임료를 선금으로 요구했으나 루비의 가족이 지급할 능력이 없자 무료 봉사하기로 했다. 이 사건으로 얻어지는 유명세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감옥에 갇힌 루비는 자기한테 격려하는 편지가 쇄도한다면서 재판결과를 낙관하는 듯했다. 루비가 오스월드를 저격하는 장면은 TV 카메라에 잡혀서 범죄 사실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변호사들은 댈러스에선 루비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재판지 변경(change of venue)를 요구했으나 판사는 이를 거부했다. 루비가 사형을 면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루비가 순간적으로 격정적인 심리상태에서 저격을 했다고 입증하는 것이었다.

댈러스 경찰국의 패트릭 딘 경사가 이틀 전에 루비가 오스월드를 죽이겠다고 자기에게 말했다고 증언하는 등 재판은 루비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5년 이하 징역형이 가능한 격정적 심리상태 변론이 어렵다고 생각한 벨라이 변호사는 루비는 정신 질환이 있으며 간질 증세로 저격을 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제기했다. 1964년 3월 14일, 9일 동안의 재판 끝에 배심은 루비에게 일급 살인죄로 적용해서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이 끝나자 루비는 극심하게 우울해 졌고 동생에게 더 이상 변호사에 돈을 쓰지 말라고 했다. 루비는 벨라이 변호사를 해임했다. 루비를 기소한 헨리 웨이드 검사장은 오스월드와 루비에는 배후가 없다면서 음모론을 일축했다. 6월 7일, 워렌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얼 워렌 대법원장과 위원회 위원인 제럴드 포드 하원의원이 루비를 면회했다. 두 사람은 루비에게 “배후에 공모자가 있냐?”고 물었고 루비는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루비는 자기를 워싱턴 DC 감옥으로 이관 시켜주면 자기가 보다 크게 모든 것에 대해 진술을 하겠다고 요청했다. 루비는 댈러스에서 말을 하면 자기가 죽을 테니 워싱턴으로 보내달라고 했으나, 워렌과 포드는 거절했다.

워싱턴으로 가는 것이 좌절되자 루비는 기자들에게 “세상은 진실은 절대로 알지 못할 것이다. --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 동기가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나는 진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는 발언을 했다. 사형 선고가 나온 후 루비는 심리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급격하게 나빠졌다. 그런 가운데 루비가 변호사를 통해 고등법원에 제기한 항소가 받아드려졌다. 고등법원은 루비가 요청한 재판지 변경을 거부함으로써 루비의 권리가 침해됐다는 이유로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루비는 이즈음 암 선고를 받았고 1966년 말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임종을 앞두고 루비는 동생에게 자기는 오스월드를 만난 적이 없고 혼자 오스월드를 죽였다고 진술했다. 1967년 1월 7일, 루비는 사망했다.

루비는 재판정에서 자기 뒷좌석에 앉아서 재판을 취재하면서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는 뉴욕에서 온 도로시 킬겔런(Dorothy Killgallen 1913~1965. 11. 7)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1950년대에 기자와 라디오와 TV 쇼 호스트로서 유명한 킬겔런은 케네디 대통령을 좋아해서 백악관에 초청을 받은 적도 있었다. 부친도 기자로 유명했던 도로시 킬겔런은 뉴욕에 근거를 두고 신디케이트 칼럼을 쓰던 유명한 논객이었다. 킬겔런은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유죄판결을 받은 의사 샘 세퍼드가 진범이 아니라는 기사를 연속적으로 써서 결국 그가 다시 재판을 받고 석방되도록 했다. (이 사건을 토대로 한 TV 시리즈가 <도망자>이다.)
케네디 암살에 충격을 받은 킬겔런은 루비 재판을 취재하기 위해 댈러스에 와서 변호사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킬겔런은 재판정에서 루비의 바로 뒷좌석에 앉아서 루비와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1964년 3월, 루비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진 후에 대부분 언론은 루비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렸으나 킬겔런은 댈러스와 뉴올리언스를 방문해서 루비와 오스월드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킬겔런은 루비가 워렌 대법원장에게 한 이야기를 단독으로 보도하는 등 다른 기자들이 알지 못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킬겔런은 루비와 오스월드, 그리고 마피아에 관한 상세한 기사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65년 11월 3일 낮, 킬겔런은 뉴욕시의 자기 아파트에서 평상복을 입고 자기의 침대가 아닌 다른 침대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알콜과 수면제 상승작용으로 사망했다고 보고 수사를 하지 않았으나 지인들은 그것을 믿지 않았다. 킬겔런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멜빈 벨라이 변호사는 “그들이 도로시를 죽였으니 이제 루비를 죽일 차례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전해진다. FBI 수사관들이 도로시의 서재를 뒤져서 모든 자료와 파일을 가져갔다고 도로시의 측근은 한참 후에 밝혔다. 도로시 킬겔런이 의문사하고 나서 루비의 건강은 급속히 나빠지더니 1966년 여름에 여러 곳에 암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고 그해 연말 병원으로 이송돼서 1967년 1월 7일 사망했다.

1970년대 들어서 CIA가 마피아와 손잡고 카스트로를 암살하려 했음이 확인되고 루비가 생각보다 마피아 조직에 깊이 관련되어 있음이 확인돼서 루비를 둘러싼 의혹이 다시 증폭됐다. 쿠바가 공산화된 후인 1959년에 루비는 두 차례에 걸쳐 쿠바를 다녀왔음이 확인됐다. 당시 아바나에 카지노 호텔을 갖고 있다가 카스트로한테 몰수 당한 플로리다의 마피아 보스 산토 트래피칸테가 카스트로에게 잡혀서 감금되어 있었다. 루비가 트래피칸테를 석방시키기 위한 심부름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의문이 증폭됐다.

사진 (1) 루비 재판정에서 도로시 킬겔런과 멜빈 벨라이 변호사.
사진 (2) 법정에서 루비와 벨라이 변호사 (오른쪽)
사진 (3) 루비의 재판에 대해 도로시 킬겔런이 쓴 기사. FBI는 기사의 취재원에 대해 묻는 서신을 킬겔런에게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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