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뉴올리언스 마피아

작성일 : 2023-07-06 10:58조회 : 446

뉴올리언스 마피아

이탈리아계 미국인 또는 마피아 하면 흔히 뉴욕을 떠 올린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뉴욕이고, <대부 I> 등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나온 마피아 영화도 대부분 뉴욕시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세기 남북전쟁 전후로 고향인 시칠리를 떠나서 미국을 향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많이 정착한 곳은 루이지애나의 뉴올리언스였다.

이탈리아 본토와 좁은 바다를 두고 떨어져 있는 시칠리에 사는 사람들은 본토, 특히 북부 이태리 사람들과는 생긴 것부터가 많이 다르다. 역사적으로도 시칠리는 아랍, 프랑스 브로봉 왕가 등 외세의 지배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들 외세는 시칠리 사람들을 장악하지 못했다. 가족 단위의 유대감이 강한 시칠리 사람들은 국가 공권력과 사법제도를 불신하고 자신들의 문제를 자신들이 스스로 해결했다. 이런 이유로 대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집단을 지칭하는 ‘마피아’라는 용어가 생겼고, 공권력을 불신하고 자기들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결투를 하고 복수를 하는 ‘마피아 문화’가 생성됐다.

1860년에 가리발디가 이탈리아를 통일하고 단일국가를 세움에 따라 시칠리는 이탈리아에 편입됐으나 시칠리는 여전히 본토와는 다르고 살기가 어려운 곳이었다. 많은 시칠리 사람들이 1840년대부터 북아프리카, 북부 이탈리아, 그리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저임금 노동력 부족을 겪던 뉴올리언스는 가난한 시칠리 이민자들을 대거 받아드렸다. 시칠리 사람들은 라틴 문화의 영향이 크고 겨울이 없는 항구 도시인 뉴올리언스가 낯설지 않았다.

뉴올리언스가 있는 루이지애나는 원래 프랑스 영토였다가 19세기 초에 나폴레옹이 영국과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미국에 비밀리에 헐값에 팔아서 미국 영토가 됐다. 프랑스영(領) 루이지애나는 미시시피 강을 따라서 지금의 미네소타에 이르는 방대한 땅이었다. 토머스 제퍼슨이 대통령에겐 그런 땅을 사오는 계약을 할 권한이 없다고 망설이자 제임스 매디슨 국무장관이 이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면서 이 계약을 성사시켰다. 미국에게 이 거래는 횡재나 마찬가지였지만 뉴올리언스에 살던 프랑스계 사람들은 자기들 의사에 무관하게 별안간 미국인이 되어서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등 불만이 많았다.

뉴올리언스는 면화와 사탕수수를 수출하고 유럽의 직물과 공산품을 수입하는 큰 항구였고 아프리카로부터 흑인 노예를 수입하는 창구였다. 남북전쟁은 플란테이션을 중심으로 발전한 루이지애나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남북전쟁 후 노예에서 해방된 흑인들이 농장을 대거 떠나자 노동력이 부족했고 그 공백을 시칠리에서 온 이민자들이 채웠다. 프랑스계와 스페인계 백인, 이들과 흑인 사이에 태어난 혼혈 흑인, 그리고 노예에서 해방된 흑인들이 섞여서 사는 뉴올리언스는 시칠리 사람들이 뿌리를 내리기가 쉬웠다.

1900년대 들어서 뉴올리언스 시내에는 시칠리 출신 이탈리아계 주민들이 모여 사는 구역이 생길 정도로 이들의 비중이 커졌다. 이들은 뉴올리언스 다운타운의 청과물 시장인 프렌치 마켓에 많이 진출했다. 시칠리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결투와 복수 등으로 스스로 해결하는 ‘마피아 문화’를 갖고 왔을 뿐더러 그런 문화가 파생시킨 조직폭력단도 함께 갖고 왔다. 이런 현상은 뉴욕 등 이탈리아계 이민들이 정착한 대도시에서 공통적으로 있었지만 미국의 변두리인 뉴올리언스에선 그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뉴올리언스 역사를 탐구한 연구자들은 1880년대 들어서 뉴올리언스에는 시칠리 출신 마피아가 100명 정도의 인원을 거느리는 집단이 됐다고 보았다. 당시 뉴올리언스 청과물 수입은 프로벤자 가문이 장악하고 있었는데, 마트랑카 형제가 이끄는 마피아가 프로벤자 직원 두 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프로벤자 가문은 경찰에 보호를 요청했고, 데이비드 헤네시 경찰국장이 마피아를 단속하려 했다.

1890년 10월 15일, 헤네시 국장은 괴한에게 총을 맞고 사망했다. 경찰은 범인들을 체포했으나 협박에 시달린 배심원들은 혐의자를 무죄로 평결했다. 그러자 흥분한 일반 시민 수천 명이 시내로 쏟아져 나와서 시칠리 사람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경찰서에 구속 중인 시칠리계 범죄인들을 때려 죽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때 이탈리아 시민 몇 명이 희생이 돼서 미국은 이탈리아 정부에 보상을 해야만 했다. 이 사건 후 마피아는 기세가 죽었으나 얼마 후 카롤라라는 포악한 인물이 뉴올리언스 마피아를 장악해서 더욱 강력해 졌다. 공권력이 약해진 뉴올리언스에서 이들은 자신들과 협조하지 않는 공무원을 살해하는 등 뉴욕에서도 볼 수 없는 폭력을 휘둘렀다. 이들은 사업체에 대해 보호를 해 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고 도박과 밀주로 돈을 벌었다.

1910년 10월, 한 시칠리 여인이 7개월 된 아들을 안고 튜니지아에서 뉴올리언스에 도착했다. 그녀는 먼저 도착해서 자리 잡은 남편을 만났다. 시칠리에 살던 미나코르 부부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프랑스 식민지이던 북아프리카 튜니지아로 이민을 가서 살다가 미국으로 가기로 결심했고, 남편이 먼저 뉴올리언스에 도착하고 나중에 부인과 아이가 합류한 것이다. 남편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을 했고 돈을 모아서 미시시피 강 건너에 황무지를 개간해서 도마토 등 채소 농사를 했다. 부부는 자신들의 성(姓)을 마르셀로로 바꾸고 아들 이름은 칼로스로 지었다. 이 아들이 훗날 케네디 암살의 배후로 지목 받게 되는 칼로스 마르셀로(Carlos Marcello 1910~1993)다. 이 부부는 칼로스 외에도 아이를 8명 더 두었다. 소년 시절의 칼로스는 부모가 생산한 도마토 등 채소와 과일을 뉴올리언스 다운타운 프렌치쿼터 부근에 있는 프렌치마켓에 내다 팔아서 부모를 도왔다.

사진 (1) : 뉴올리언스 프렌치마켓, 1890년대~1900년대 초.
사진 (2) : 뉴올리언스 프렌치마켓, 오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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