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르셀로와 의회 청문회

작성일 : 2023-07-08 23:25조회 : 403

마르셀로와 의회 청문회

칼로스 마르셀로가 뉴올리언스를 중심으로 이렇게 세력을 넓혀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뉴욕이나 시카고와 달리 경쟁하는 조직이 없었고, 뉴올리언스는 변방이라서 중앙 언론의 감시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마르셀로가 어느날 갑자기 유명해졌다. 1950년, 신디케이트 칼럼니스트 드루 피어슨이 마르셀로가 ‘뉴올리언스 범죄 황제’(the Crime Czar of New Orleans}라는 칼럼을 쓴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이스티스 키파우버(Estes KeFauver 1903~1963) 상원의원은 조직범죄를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 구성을 주장했다.

공화당 행정부의 반대로 간신히 구성된 카파우버 위원회는 여러 도시에서 청문을 열었다.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청문회에는 마르셀로와 그의 동생 및 주요 파트너, 그리고 마르셀로와 협력한다고 여겨졌던 뉴올리언스 시장 등이 청문회에 불려나왔다. 키파우버 의원은 마르셀로를 상대로 거칠게 질문을 했고, 이 장면은 전국적으로 보도가 됐다. 마르셀로는 152 차례에 걸쳐서 헌법 수정 5조를 근거로 묵비권을 행사했다. 키파우버 의원은 마르셀로를 의회 모독죄로 고발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 청문은 1959년에 있을 맥클레란 청문회의 전주곡(前奏曲)이었다.

1953년 들어서 공화당 행정부의 법무부는 마르셀로에 대해 추방령을 내렸다. 이때부터 마르셀로는 법무부 이민국과 지루한 싸움을 벌이게 된다. 마르셀로의 부모는 미국으로 귀화하면서 어떤 이유인지 아들을 귀화시키지 못했다. 출생지가 튜니지아인 마르셀로는 줄곳 불법 이민자로 살아왔는데, 1953년 들어 법무부가 '바람직하지 않은 외국인‘이란 이유로 추방령을 내린 것이다. 마르셀로는 이민법 변호사를 동원해서 추방을 연기시키고 체류를 연장해야만 했다. 이를 계기로 마르셀로는 자신의 국적을 과테말라로 바꾸었다. 이는 과테말라에서 태어났다는 가짜 출생증명서로 과테말라 공무원을 뇌물로 구어 삶아서 가능했다. 과테말라는 항공기나 선편으로 뉴올리언스로 편리하게 연결이 되기 때문에 과테말라를 국적으로 택했던 것이다.

마르셀로가 자기에 내린 추방명령과 법정투쟁을 하자 뉴올리언스에서 양식이 있는 기업인들이 FBI 요원 출신인 아론 콘(Aaron Kohn)을 초빙해서 뉴올리언스 도시범죄위원회를 결성했다. 시카고 갱단을 제압해서 유명해 진 아론 콘이 마르셀로의 영향력을 파악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뉴올리언스 지방검사나 경찰이 마르셀로 문제를 대처할 수 없음이 분명하자 자신의 연줄을 이용해서 로버트 케네디에게 이런 사정을 알려주었다. 1958년 들어서 존 매클레란(John McClelllan : 1889~1977) 상원의원의 위원회가 조직범죄 문제를 다루게 되지 로버트 케네디는 위원회의 법률고문(Chief Counsel)으로 참여했다. 이 때 로버트 케네디는 전미 트럭노조(팀스터 유니언) 위원장을 지낸 지미 호파와 칼로스 마르셀로를 증인으로 소환했다.

로버트 케네디는 트럭 노조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지미 호파(Jimmy Hoffa : 1913~1975. 7. 30 실종)를 신랄하게 심문해서 큰 화제가 됐다. 호파는 불편한 질문에 대해선 헌법 수정 5조(‘누구든 자기에게 불리한 증언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를 들어서 답변을 거부했다. 호파는 무려 140 차례나 묵비권을 들어서 답변을 거부했다. 1959년 3월, 로버트 케네디는 마르셀로를 소환했다. 로버트가 마르셀로에 대해 직업, 소득, 소속 등 기본적 사항에 대해 질문을 하자 마르셀로는 선글라스를 쓴 채로 미소를 지으면서 15분 동안에 35회에 걸쳐 수정 5조를 들어서 답변을 거부했다. 로버트는 그것도 모르냐고 흥분해서 펄쩍펄쩍 뛰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마르셀로는 총 152회에 걸쳐 수정 5조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 해 여름 로버트 케네디는 형의 대선을 돕기 위해 의회직을 사임했다, 그리고 이듬해 가을 대선에서 존 F.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자 로버트는 법무장관이 됐다.

법무장관이 된 로버트는 복수(vendetta)에 나섰다. 케네디는 젊은 변호사들로 구성된 호파 대책반(Hoffa Squad)을 두어서 지미 호파의 모든 것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마르셀로에 대해선 그가 미국 시민이 아님을 들어서 해외추방하는 방안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렇게 해서 마르셀로의 추방과 비밀 귀국,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소송으로 이어지는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전개된다.

사진 (1) 이스티스 키파우버 상원의원(1903~1963)은 상원 조직범죄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1950년 한 해 동안 뉴욕, 라스베이거스, 뉴올리언스 등 14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청문을 개최했다. 프랭크 코스텔로 등 마피아 거물들이 대거 등장했으나 이들은 묵비권으로 대항했다. 하지만 이 청문은 언론에 집중적으로 보도되어서 조직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혔다. 사진 가운데가 키파우버 의원. 키파우버는 1956년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다.
사진 (2) 1959년 매클레란 위원회에 출두한 마르셀로. 의회 회의실 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로버트 케네디를 노려보고 있다.
사진 (3) 매클레란 위원회에서 질의하는 로버트 케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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