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르셀로, 해외추방

작성일 : 2023-07-08 23:35조회 : 407

마르셀로, 해외추방

1961년 4월 4일, 칼로스 마르셀로는 변호사와 함께 뉴올리언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이민국에 분기 마다 하는 외국인 등록을 하기 위해 도착했다. 마르셀로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매 분기 이민국에 와서 서류에 서명을 해야 했는데, 이는 대체로 요식행위였다. 변호사는 밖에서 기다리고 사무실로 들어가자 담당자는 마르셀로에게 “당신은 과테말라 국민이니까 지금 즉시 과테말라로 추방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이민국 직원 두 사람이 마르셀로를 수갑을 채워서 자동차에 태웠다. 자동차가 뉴올리언스 공항에 도착하자 기다리던 이민국 비행기에 태웠다. 마르셀로는 아내와 워싱턴에 있는 자신의 변호사 잭 워셔만에게 전화를 걸게 해 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마르셀로는 납치당하듯이 비행기에 실렸고 비행기는 몇 시간을 날라서 과테말라 시티 부근의 군용 공항에 도착했다. 이민국 직원들은 마르셀로를 공항에 내려놓고 다시 비행기를 돌려서 미국으로 돌아갔다.

양복 차림의 마르셀로는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공항에서 과테말라 군 대령이 나와서 마르셀로에게 시내에는 기자들이 많은데, 그리고 가겠냐고 물었다. 마르셀로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 날 밤 마르셀로는 과테말라 군 장교의 작은 숙소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그리고 마르셀로는 군 감옥에 갇혔고, 소식을 듣고 부인 재클린과 아들과 딸, 동생 그리고 변호사 마이크 머룬이 과테말라 시티에 도착했다. 이들이 75,000 달러를 군 고위층에 기부하자 마르셀로는 풀려났다.

과테말라 군은 마르셀로와 머룬을 군용기에 태워서 이웃 엘살바도르의 작은 군용 비행장에 내려놓았다. 엘살바도르 군인들은 두 사람을 군대 막사에 수용하고 며칠 동안 심문을 하더니 버스에 태워서 국경을 넘어서 혼두라스로 보내 버렸다. 비포장 도로롤 여섯 시간 달리더니 밀림 한복판 도로에 세우고 두 사람을 내려놓고 버스는 떠나버렸다. 양복차림의 마르셀로와 머룬 변호사는 무더위 속에서 몇 번이나 기절을 해가면서 걸었다. 간신히 동네 소년에게 달러를 집어주고 길 안내를 시켜서 작은 공항에 도착했다. 거기서 작은 비행기를 전세내서 혼두라스 수도인 테구시알파에 도착했다. 이틀 동안 정글 속을 걷느냐고 마르셀로는 죽을 고생을 했다.

머룬 변호사는 민간항공 편으로 뉴올리언스로 돌아갔으나 미국 입국 비자가 없는 외국인인 마르셀로는 호텔에 머물러야 했다. 마르셀로가 어떻게 혼두라스를 출발해서 뉴올리언스로 돌아 왔는지는 수수께끼였다. 나중에 확인된 바에 의하면 도미니카의 독재자 트루히요가 공군 비행기를 보내주어서 그것을 타고 마이애미를 통해 입국했다고 한다. 이런 죽을 고생을 한 마르셀로는 “케네디, 이 xx들, 내 손으로 죽여 버리겠다”고 다짐을 했다. (도미니카의 부패한 독재자 라파엘 트루히요는 마르셀로가 혼두라스를 떠난 후 5월 30일에 일어난 쿠데타로 사망했다. 로버트 케네디가 마피아와 동업을 하는 트루히요 대통령을 제거하도록 CIA에 지시해서 일어난 쿠데타였다.)

마르셀로를 과테말라로 추방하고 난 후에 미국 법무부는 마르셀로가 위조한 출생증명서로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했음을 알게 됐다. 그해 5월 말에는 마르셀로가 뉴올리언스로 돌아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6월 2일, 마르셀로의 변호사들은 마르셀로가 뉴올리언스로 돌아 왔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마르셀로는 이민국에 자수했다. 마르셀로는 텍사스의 불법 이민자 수용소에 수용됐다. 법무부는 마르셀로를 불법 입국혐의로 기소했고, 7월 11일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마르셀로에 대해 추방명령을 내렸다. 마르셀로의 변호사들은 마르셀로를 추방한 이민국의 조치는 헌법과 법적 절차를 위반한 불법적인 납치행위라고 주장했다. 소송이 진행 중이던 동안 마르셀로는 석방돼서 뉴올리언스로 돌아왔다.

1962년 들어서 로버트 케네디와 마르셀로의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법무부 변호사들은 마르셀로가 가짜 출생증명서로 취득한 가짜 국적을 정부에 제출했다는 허위문서 작성과 행사죄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했다. 미국 국세청(IRS)은 마르셀로를 상대로 세금 추징에 나섰다. 마르셀로는 당시 미국 최고의 이민법 변호사인 잭 워셔만 등 화려한 변호인단을 동원해서 법정 안팎에서 로버트 케네디와 싸웠다. 케네디를 향한 마르셀로의 적개심을 하늘을 뚫을 듯했다.

마르셀로는 케네디를 죽여 버리겠다고 주변에 말하고 다녔다. 그러면서 마르셀로는 이런 비유를 했다고 전해진다. “개의 꼬리를 자르면 개가 물려고 덤빈다. 그래서 개의 머리를 쳐야 한다.” 즉, 로버트 케네디를 죽이면 형인 케네디 대통령이 온갖 수단을 총동원해서 자기를 잡으려 하겠지만 케네디 대통령을 죽이면 동생인 로버트 법무장관은 함께 죽은 꼴이 된다는 말이었다.

1962년 가을이 되자 소송은 마르셀로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법무부는 마르셀로가 젊은 시절인 1938년에 마리화나를 팔다가 체포돼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을 근거로 마르셀로가 ‘바람직하지 않은 외국인’(undesirable alien)으로 추방하려 했고 마르셀로의 변호사들은 이 판결을 번복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로버트 케네디도 자존심을 걸고 마르셀로를 미국에서 영구히 추방하려고 했다. 하지만 에드가 후버 FBI 국장은 이에 미온적이었다. 로버트 케네디는 그가 직접 법무부에 채용한 젊은 변호사들을 독려했다. 또한 법무부 산하 연방검찰청에도 마피아와의 전쟁에 나서도록 독려했다.

마르셀로가 케네디를 죽여 버리겠다고 공언하던 1963년 4월, 오스월드는 뉴올리언스에 도착해서 이모부의 도움으로 아파트를 얻고 친(親)쿠바 활동을 공개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9월 13일, 백악관은 케네디 대통령의 텍사스 방문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9월 25일, 마피아 조직원이던 조 발라키가 의회에서 마피아 조직에 대해 증언을 했다. 9월 26일, 백악관은 케네디 대통령이 댈러스를 11월 22일에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9월 26일, 오스월드는 멕시코시티에 도착했고 27~28일간 쿠바 대사관과 소련 대사관을 방문했다. 10월 3일, 오스월드는 댈러스로 돌아왔고, 10월 14일부터 댈러스 시내 교과서 보관소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11월 1일, 뉴올리언스 연방법원에서 마르셀로에 대한 불법입국 및 위증 혐의에 대한 배심 재판이 시작됐다.

1963년 11월 22일 오전, 로버트 케네디는 전국의 연방검사장을 법무부로 소집해서 조직범죄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는 오후에 속개할 예정이었다. 로버트는 버지니아에 있는 자택에서 점심을 하고 다시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로버트는 에드가 후버로부터 형이 암살됐다는 전화를 받고 주저앉아 버렸다. 로버트는 오후에 속개할 예정이던 회의를 취소했다. 그 후 법무부는 조직범죄 대책회의를 한 적이 없으며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로버트 케네디는 아무런 힘이 없는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

1963년 11월 22일, 뉴올리언스의 연방법원 법정에선 마르셀로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마르셀로는 불법입국 혐의와 위증 혐의로 기소돼서 재판을 받아서 그날 배심의 평결을 앞두고 있었다. 오후 1시 30분, 검사와 변호인이 죄종 변론을 마치고 크리시텐베리 판사는 배심원들에게 재판의 쟁점을 설명했다. 그 때 법원 공무원이 판사에게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순간 법정은 혼란에 빠졌고 판사는 휴정을 선포했다. 오후 3시에 속개한 재판에서 배심은 마르셀로에게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평결했다. 마르셀로와 그의 가족, 그리고 변호사들은 미소를 지으면서 법정 건물을 나왔다. 케네디 암살 때문에 이 날 재판 결과는 언론에 보도도 되지 않았다.

11월 22일은 마르셀로에게 최고의 날이었다. 마르셀로는 자신의 모텔 사무실로 돌아와서 밤늦게까지 여러 군데 전화를 하는 등 분주했다. 아마도 체포된 오스월드를 제거하기 위해 분주했을 것이다.

사진 (1) : 이민국 직원들에게 강제로 납치되다시피 비행기에 끌려가는 마르셀로.
사진 (2) : 뉴올리언스 소재 이민국에 변호사를 대동하고 출두하는 마르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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