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틴 루터 킹, 로버트 케네디 암살

작성일 : 2023-07-11 22:40조회 : 475

마틴 루터 킹, 로버트 케네디 암살

대통령 암살자 또는 암살 시도자는 분명한 동기가 있는 것이 정상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제임스 가필드, 윌리엄 맥킨리 대통령을 살해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확실한 동기가 있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저격한 젊은이도 자기가 유명해져서 영화배우 조디 포스터가 자기를 알 수 있게 한다는 황당한 동기가 있었다. 하지만 오스월드가 케네디를 암살한 동기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오스월드가 소련으로 망명했었고 댈러스에서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뉴올리언스에 가서 의도적인 친(親)쿠바 활동으로 자기를 알려지게 했으며, 멕시코시티에 가서 쿠바 대사관과 소련대사관을 기웃거렸기 때문이다. 오스월드의 이러한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뉴올리언스에서의 활동과 멕시코시티 방문이 의도적으로 계획된 것이라는 음모론이 나온 것이다. 오스월드의 이러한 행보로 인해 존슨 대통령은 암살의 배후가 소련이나 쿠바로 드러나면 전쟁이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오스월드가 단독범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968년에 일어난 두 건의 암살도 암살자의 동기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그리고 제2의 저격수가 있었다는 주장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케네디 암살과 유사한 면을 보이고 있다.

1968년 4월 4일 오후 6시, 마틴 루터 킹(1929~1968. 4. 4) 목사는 테네시 주 멤피스 방문 중 모텔 3층 발코니에 서 있다가 마주 보는 건물에서 발사된 총을 맞고 사망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도망친 제임스 얼 레이(1928~1998)를 수배했으나 그는 자동차로 애틀랜타를 거쳐 캐나다 토론토에 가서 가짜 여권으로 영국에 입국했고 6월 4일 브러셀로 가려다가 히드로 공항에서 체포돼서 미국으로 압송됐다. 그는 강도범으로 20년 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 탈옥해서 수배 중에 킹 목사를 살해했으며, 범행 한 주일 전에 소총을 구입했다. 그는 테네시로 이송된 그는 사형 선고를 피하기 위해 유죄를 인정하고 재판이 없이 99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레이는 평소에 흑인을 싫어하고 로디지아로 가고 싶었다고 하지만 과연 그것이 암살 동기가 되는지도 의문이고, 강도를 범한 그가 위조여권을 어떻게 구해서 영국을 갈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배심재판을 포기하고 유죄를 인정함에 따라 사건은 종결됐다. 킹 목사의 유가족은 제임스 얼 레이가 진범이 아니며 다른 저격수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레이를 석방시키려는 운동을 폈으나 레이는 1998년에 감옥에서 사망했다. 1979년, 하원 암살조사위원회는 킹 목사의 암살에는 음모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1968년 6월 5일 자정을 넘은 시각에 로스앤젤레스 앰배사다 호텔에서 그날 캘리포니아 프라이머리 승리를 발표하고 회견장을 떠나려던 로버트 케네디가 총탄 여러 발을 맞고 사망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시르한 시르한(Sirhan Sirhan 1944~)은 1956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온 팔레스타인 출신이었다. 그는 로버트 케네디가 이스라엘을 지지해서 죽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케네디가 다른 의원에 비해 특별하게 이스라엘을 지지한 적은 없었다.

1969년 2월에 시작된 재판에서 시르한은 유죄를 인정하고 사형 대신 종신형을 희망한다고 밝혔으나 검찰 측 주장으로 재판이 진행됐다. 변호사들은 시르한의 정신상태 이상을 주장했으나 배심은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나중에 대법원이 기존의 사형제를 위헌으로 판결함에 따라 시르한에 대한 사형집행은 취소되고 종신형으로 대체됐다. 그는 가석방 신청이 기각돼서 지금도 복역 중이다.

로버트 케네디의 암살을 두고도 음모가 개입돼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로버트 케네디의 부검 결과를 두고 또 다른 범인이 있으며 로버트 케네디의 경호팀에 뒤늦게 가담한 테인 세자르가 케네디를 보호하기 위해 권총을 쏜 것이 아니라 사실은 그가 쏜 총탄이 로버트 케네디에 치명적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도 로버트 케네디가 음모에 희생됐다는 주장을 담은 BBC TV 특집방송과 책이 나오는 등 음모론은 식지 않고 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로버트 케네디 암살의 경우도 케네디 대통령 암살의 경우와 비슷한 패턴이 있다. 암살범의 동기가 명확치 않으며 제2 저격수의 존재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로버트 케네디 암살범을 변호한 변호사들은 사건을 피고인 단독범으로 처리하는 데 적극적이었고, FBI도 수사를 조기에 종결시키고 배후 의혹을 다루지는 않았다. 킹 목사와 로버트 케네디는 에드가 후버 FBI 국장이 좋아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1968년 당시엔 대통령 후보자에 대한 경호실 경호가 없었기 때문에 로버트 케네디의 경호는 허술했다. 로버트 케네디는 1968년 민주당 대통령 선거 프라이머리에 뒤늦게 뛰어 들었다. 로버트는 자기가 대선에 출마하면 카스트로 암살 지시와 관련된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 때문에 대선 출마를 주저했으며, 또한 대선에 출마하면 자기가 암살자의 표적이 될 수 있음도 걱정했는데 현실이 되고 말았다.

사진 (1) : 킹 목사 사망을 보도한 신문과 킹 목사가 피격된 발코니에서 총탄이 날라 온 곳을 가르치는 킹 목사 측근들.
사진 (2) : 로버트 케네디 암살을 보도한 신문 1면.
사진 (3) : 로버트 케네디 피격 직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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