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케네디를 맞춘 총탄

작성일 : 2023-07-19 23:33조회 : 432

케네디를 맞춘 총탄

존슨 대통령은 케네디 암살을 공정하게 조사한다면서 얼 워렌 대법원장을 위원장으로 한 워렌 위원회(The Warren Commission)를 구성했다. 워렌 위원회는 1964년 9월 말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케네디 암살은 오스월드의 단독범행이고 배후는 없으며, 오스월드를 사살한 루비도 배후가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그 후 워렌 보고서를 반박하고 비판하는 책은 수없이 많이 나왔다. 많은 연구자들은 워렌 위원회가 배후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워렌 위원회는 오스월드가 뉴올리언스에 있으면서 어울렸던 데이비드 페리를 전혀 조사하지 않았고, 재크 루비의 배후도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 워렌 위원회는 케네디 형제가 카스트로를 암살하라고 CIA에 지시했고 CIA는 그 일을 마피아에 하청을 준 사실도 전혀 몰랐다. FBI와 CIA가 이를 은폐했기 때문이다.

워렌 위원회에 참여한 실무진은 대부분 변호사였다. 따라서 저격 사건을 다룰만한 탄도(彈道) 전문가와 시신(屍身) 부검 결과를 진단할 수 있는 해부의학 전문가의 역할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워렌 위원회에 참여한 법률가들이 가장 많이 다룬 문제는 발사된 총탄이 몇 발이며 어디서 발사됐느냐, 또 케네디와 코넬리 주지사를 맞춘 탄환이 어디서 날라 온 것이냐는 것이었다. 워렌 위원회는 총탄 3발이 모두 교과서 보관소 6층에서 발사됐고, 첫 번째 총탄은 빗나갔고, 두 번째 총탄은 케네디의 몸을 관통해서 코넬리 주지사에 총상을 입혔고, 세 번째 총탄은 케네디의 오른쪽 뒤 두개골을 파열시켰다고 결론을 내렸다. 교과서 보관소 6층에서는 카케노 라이플과 탄피 3개가 나왔으며 라이플에선 오스월드의 지문이 확인됐기 때문에 결국 오스월드가 범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우선, 당시 총탄 몇 발이 어디서 날라 왔느냐는 문제가 있다. FBI는 현장에서 총소리를 들은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했는데, 열 명 중 7명은 총성(銃聲)이 모두 교과서 보관소에서 났다고 답했으며 나머지는 총성이 반대쪽 잔디 둔턱(grassy knoll)에서도 났다고 답했다. 실제로 총성이 둔턱에서 난 줄 알고 경찰관이 그 쪽으로 뛰어 가기도 했으며, 우연히 그 쪽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 둔턱 위 나무 울타리 뒤에 두 사람이 서 있는 것 같은 모습이 희미하게 잡혀서 논란이 됐다.

케네디가 탄 차량의 바로 뒤 차량에 타고 있던 케네스 오도넬 비서실장은 총소리가 양쪽에서 났다고 진술했다. 2차 대전 중 공군 사병으로 폭격기를 타고 독일 상공에 여러 차례 출격했던 오도넬은 총소리가 어디에서 나는 줄은 체험적으로 잘 알았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총탄이 잔디 둔턱에서도 날라 왔다면 제2의 저격수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가설은 케네디를 향해서 총탄 4발이 발사됐다고 주장한다. 워렌 위원회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케네디를 저격한 총탄이 발사된 시간은 6초가 조금 못되었다. 따라서 과연 6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에 볼트 방식의 수동식 장전 소총을 3발 발사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있었다. 오스월드가 사용했던 총과 똑같은 모델로 실제로 사격을 해 본 전문가들은 숙달된 저격수라면 6초 동안에 발사-장전-발사-장전-발사가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교과서 보관소 건물 6층이 저격을 하기엔 매우 좋은 위치라고 하더라도 과연 움직이는 차량에 탄 사람을 그렇게 명중시킬 수 있냐는 의문도 있으나 당시 커브를 튼 모터케이드는 워낙 저속으로 운행을 해서 가능하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과연 오스월드가 그런 구식 소총으로 침착하게 3발을 발사해서 그 중 2발을 명중시킬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워렌위원회는 첫 발은 빗나가서 도로에 있던 사람이 바닥에서 튄 총탄 파편에 찰과상을 입었을 것으로 보았다. 두 번째 총탄은 케네디의 오른쪽 등으로 들어가서 목 부분으로 나온 후 앞에 타고 있던 코넬리 주지사에 총상을 입혔고, 세 번째 총탄은 케네디의 우측 두개골을 파열시켰다고 결론을 내렸다. 두 번째 총탄은 흔히 ‘매직 총탄’(Magic Bullet), 즉 요술 총탄이라고 불렸다. 워렌 위원회의 이런 결론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총탄이 회전을 두 번 해서 케네디와 코넬리를 관통했냐면서 도표를 그려가면서 비난했다. 영화 <JFK>에서도 짐 개리슨 검사장(케빈 코스트너)이 도표를 그려가면서 ‘매직 총탄’은 조작이며 총탄은 잔디 둔턱에서도 날라 왔다고 주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당시 케네디와 코넬리는 비스듬하게 앉아 있었기 때문에 총탄이 두 사람을 관통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그 총탄이 발견된 과정은 특이하다. 코넬리 주지사는 피격 후 파클랜드 병원에 도착해서 환자용 들것에 실려서 응급실로 실려 갔다. 코넬리가 응급 수술을 받는 동안 들것을 정리하는 병원직원이 들것에서 그 총탄을 발견한 것이다. 병원 들것에서 발견된 이 총탄(매직 총탄)은 거의 완전한 모습이어서 과연 두 사람 몸을 뚫고 나온 총탄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 총탄은 현재 국립문서보관서에 보관돼 있다. 존 코넬리 주지사는 자기가 맞은 총탄은 케네디의 몸을 관통한 총탄이 아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옆에 타고 있었던 코넬리의 부인도 남편이 맞은 총탄은 케네디의 몸을 관통한 총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워렌 위원회는 이들의 주장을 배척했다.

세 번째 총탄은 케네디의 두개골을 부셔버렸다. 케네디의 뇌수가 피와 함께 쏟아져 나와서 재클린의 옷과 얼굴을 흥건하게 적셨다. 케네디의 시신을 부검한 베데스다 해군병원은 케네디의 두개골 속에 총탄 탄두(彈頭)가 부서진 조각과 뼈 조각이 흩어져 있는 것을 X-레이로 확인하고, 나중을 위해서 케네디의 뇌를 제거해서 포르말린 용액 속에 보관했다. 국립문서보관서에 보관되어 있어야 할 케네디의 뇌는 그 후 없어져 버렸다. 형의 시신의 부분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싫어한 로버트 케네디가 상원의원으로 있으면서 압력을 가해서 처리해 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로버트 케네디는 자기 형의 죽음이 다시 논의되는 것을 기피했는데, 얼마 후 자신도 죽고 말았다.

케네디와 코넬리의 몸을 관통한 총탄은 풀 메탈 재킷(full metal jacket) 총탄이다. 이 총탄은 사람 몸을 관통할 수는 있으나 사람 몸속에서 폭발하지는 않는다. 접촉을 하면 폭발하게 되어 있는 총탄은 비인도적이라는 이유로 전쟁에서는 쓸 수 없다. 그런데 케네디의 뇌를 박살 낸 총탄은 파편화되어서 뇌 속에 흩어져서 박혔기 때문에 그 총탄은 풀 메탈 재킷이 아닐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만일에 그러하다면 케네디의 머리를 부셔버린 총탄은 제2의 저격수가 쏜 것이 된다. 반면에 풀 메탈 자켓 총탄이 두개골을 때리면서 총탄 자체가 박살이 났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여하튼 동일한 소총에서 발사된 총탄이라면 하나는 너무 온전하고 또 하나는 아예 박살이 나버려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케네디의 뇌를 박살낸 총탄이 뒤쪽이 아닌 앞쪽에서 날라 온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즉, 그것은 잔디 둔턱에서 날라 온 총탄이었고 그 총탄은 접촉시 폭발하는 총탄이었다는 주장이다. 현장을 찍은 제푸르더 필름에서 케네디가 머리에 총을 맞은 순간 머리가 잠시 뒤로 젖혀졌다가 앞으로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경과 의사들은 총격을 당하는 순간에 신경의 반사작용으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많은 논란이 생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는 대통령 살해가 연방범죄가 아니었다. 따라서 오스월드의 신병은 댈러스 경찰이 확보한 상태였다. 하지만 케네디의 참모와 경호실은 케네디의 시신을 그날 오후에 대통령 전용기에 실고 워싱턴 DC로 돌아왔다. 대통령이 암살됐는데도 피의자는 댈러스에 남아있고 가장 중요한 범죄증거인 시신은 워싱턴 DC로 옮겨졌다. 케네디의 시신은 댈러스의 파클랜드 병원의 의사들이 호흡을 가능케 하기 위해 목에 구멍을 뚫어서 훼손됐다. 댈러스의 의사들은 케네디가 앞에서 날라 온 총탄에 뇌가 부서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데스다 해군병원의 의사들은 케네디는 뒤에서 날라 온 총탄에 의해 뇌가 박살났다고 결론내렸다.

오스월드는 체포되고 40시간 넘게 댈러스 경찰국 유치장에 구금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댈러스 경찰국 수사관들이 오스월드를 상대로 심문한 녹음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스월드가 댈러스 경찰국의 수사관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영원한 의문으로 남아 있다.

요즘 우리가 TV에서 보는 <C.S.I.>를 생각하면 케네디의 죽음을 다룬 당시의 상황은 황당할 따름이다. 지금 같으면 오스월드의 몸에 화약흔(火藥痕)이 있는지를 검사했을 것이고 케네디와 코넬리의 몸을 관통한 총탄에 두 사람의 DNA가 있는지를 검사했을 것이다. 당시 미국 남부의 경찰은 동북부 경찰에 비해 과학수사 능력이 뒤떨어져 있었다고 하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측면이 많았다. 그래서 칼로스 마르셀로의 영향력이 미치는 댈러스에서 증거가 은폐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사진 (1) 1963년 11월 22일 상황. 그림에서 1번 지점은 오스월드가 총을 쏜 교과서 보관서 6층. 케네디를 태운 차량은 2번 지점을 지나서 U자형으로 레프트 턴을 한 후 3번 지점에서 피격당했다. 아래는 총성이 울린 직 후에 잔디 둔턱으로 달려가는 경찰관과 총성을 듣고 바닥에 엎드린 사람들.
사진 (2) : 케네디와 코렐리의 몸을 뚫고 나간 총탄의 궤적을 그린 그림(음모론자들의 주장) 및 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 중인 ‘매직 총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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