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샘 지앙카나와 지미 호파

작성일 : 2023-07-19 23:43조회 : 538

샘 지앙카나와 지미 호파

미국에서 선거비용 제한과 선거자금 공개 등을 규정한 연방선거법(FECA)은 1972년 2월에 발효했다. 그 전까지는 후보자는 선거자금을 누구한테서 받았는지를 공개할 의무가 없었다. 어느 단체나 기업이든 어느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자금을 지원했다고 발표할 수는 있었지만 공개할 의무는 없었다. 그러면 마피아는 어느 정당을 좋아했을까 ?

마피아는 이탈리아계이고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민주당에 보다 우호적이었다. 마피아는 자기 사업에 도움이 될 만한 후보들에게 자금을 제공했다. 칼로스 마르셀로는 주지사, 시장, 상·하원의원은 물론이고 검사장, 판사, 보안관 등 모든 선출직 공직자에게 선거자금을 뿌려서 영향력을 유지해 왔다. 어느 대도시이든 이런 현상이 있었다. 그러나 1972년부터는 대통령, 그리고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을 뽑는 연방선거에선 선거자금을 은밀하게 낼 수 없게 됐다.

1960년 대선은 매우 치열한 선거였다. 시카코 마피아 보스이던 샘 지앙카나(Sam Giancana 1908~1975. 6. 19)는 케네디의 아버지 조셉 케네디와 친했다. 금주법 시대에 밀주와 내부자 주식거래로 큰 돈을 번 조셉 케네디를 지앙카나는 자기들과 같은 부류로 생각했다. 1960년 대선을 앞두고 자앙카나는 다른 지역 마피아 보스들을 규합해서 케네디를 지지했다. 지앙카나는 자기 조직을 총동원해서 시카고에서 부정투표를 해서 케네디가 승리토록 만들었다. 치열했던 1960년 대선은 일리노이 선거가 좌우했고, 지앙카나가 지지한 케네디가 승리했다.

샘 지앙카나 등이 1960년 대선에서 케네디를 지지한 이유는 분명했다. 지앙카나 등 많은 마피아 큰 손들은 그들이 쿠바에 투자해서 운영해온 카지노 호텔들이 카스트로에 의해 몰수돼서 막대한 손해를 보았는데, 케네디는 쿠바를 해방시키겠다고 대선에서 약속을 했던 것이다. 이들은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면 미군을 동원해서 카스트로를 축출하고 그들은 카지노 호텔을 도로 찾아 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칼로스 마르셀로는 닉슨을 후원했다. 마르셀로는 쿠바에 투자를 하지 않아서 쿠바 해방은 관심사가 아니었다. 쿠바가 공산화되니까 뉴올리언스와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마르셀로의 카지노는 오히려 장사가 더 잘됐다. 마르셀로는 1959년에 매클레란 위원회 청문회에서 로버트 케네디한테 당한 모욕을 잊지 않았다. 마르셀로는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면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가 자기를 괴롭힐 것으로 생각했다.

마르셀로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은 지미 호파(Jimmy Hoffa 1913~1975)였다. 1957년에 막강한 전미 트럭운전사 노조(팀스터 조합) 회장이 된 지미 호파도 1958년에 매클레란 위원회 청문회에서 로버트 케네디한테 수모를 당했다. 호파도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면 자신과 팀스터 조합이 매우 피곤해 질 것으로 생각했다. 지미 호파는 마르셀로와 개인적으로도 가까웠다. 성장 배경이 비슷한 두 사람에게 케네디 형제는 부잣집에서 태어난 빌어먹을 **들에 불과했다.

196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마르셀로와 호파는 50만 달러(지금 가치로는 400만 달러 해당)를 닉슨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샘 지앙카나 등 다른 마피아 보스들이 케네디 측에 얼마나 많은 돈을 지원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비슷하거나 더 많았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케네디 형제는 마피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피그스 만 침공 때 공습 명령을 거절해서 쿠바 해방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런데다가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은 마피아 전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마피아들은 케네디 형제가 자신들을 배신했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면, 지미 호파와 마르셀로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은 닉슨은 어떠했나 ? 호파와 마르셀로는 1960년 대선 때 뿐 만 아니라 1968년 대선 때도 닉슨에게 선거자금을 후원했다. 그리고 닉슨은 호파와 마르셀로를 배신하지 않았다.

로버트 케네디는 법무장관이 되자마자 마르셀로를 거의 납치하다시피해서 과테말라로 추방해 버렸다. (이에 대해선 7월 7일자 페북에 다룬 바 있다.) 로버트 케네디는 법무부에 호파를 잡기 위한 특별반(Get Hoffa Squad)을 두고 호파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1963년 5월, 법무부는 호파가 자신에 관한 재판에서 배심원에 뇌물을 주었다는 등 몇 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1964년 3월, 호파는 징역 8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보석으로 나와서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던 호파를 상대로 법무부는 호파가 팀스터 조합의 연기금을 운영하면서 우편 및 전신으로 사기를 해서 연방법을 위반했다고 기소했고 연방법원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렇게 해서 1967년 3월, 호파는 징역 13년형을 치르기 위해 수감됐다.

교도소에 수감된 호파는 팀스터 조합 부회장인 프랭크 핏즈시몬스가 회장 대행으로 조직을 이끌어 가도록 했다. 호파는 1971년 6월, 회장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나고 핏즈시몬스가 회장이 됐다. 호파가 회장직을 물러난 것은 닉슨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얻기 위함이었다. 1971년 12월 23일, 닉슨 대통령은 호파를 사면했고 호파는 4년 반 동안의 감옥생활을 뒤로 하고 사회에 복귀했다. 호파를 사면할 때 닉슨 대통령은 호파가 다시는 팀스터 조합 운영에 간여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붙였다.

팀스터 조합 회장을 그만 두면서 거액의 퇴직금을 챙긴 호파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조합의 회장이 되고자 했다. 그는 사면 조건이 위헌이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자기 지지자들을 모아서 회장인 핏즈시몬스와 대립했다. 그러다가 1975년 7월 30일 실종됐다. 호파는 조합 회장에 복귀하려다가 반대파에 의해 살해됐을 것으로 추측됐다. (알 파치노가 호파로 나오는 영화 <The Irishman>은 이 과정을 영화화한 것이다.)

지미 호파는 케네디 형제를 저주했으나 케네디 대통령 암살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하지만 지미 호파는 마릴린 먼로의 집에 도청장치를 설치해서 먼로가 케네디 형제와 나눈 은밀한 대화를 녹음해서 마르셀로와 공유하는 등 여러 일을 마르셀로와 같이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 마르셀로와 닉슨의 사이는 어떠했나 ? (계속)

사진 (1) : 샘 지앙카나의 자신만만한 평소 모습과 로버트 케네디가 보낸 연방요원에 의해 구금되는 지앙카나. 자기가 케네디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 지앙카나가 로버트 케네디에 의해 이런 꼴을 당하고 느낀 배신감은 하늘을 찔렀을 것이다. 케네디 암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을 지앙카나는 1975년 6월 19일 상원 청문회 출두를 앞두고 자택에서 살해됐다. 지앙카나는 입에 총탄을 여러 발 맞고 죽었다. 마피아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였다.
사진 (2) : 로버트 케네디가 보낸 연방요원에 의해 구금되는 지미 호파(1962년). 그리고 닉슨에 의해 사면된 후 감옥을 나오는 지미 호파(197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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