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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르셀로 1966~71
작성일 : 2023-07-22 07:03조회 : 408
마르셀로 1966~71
케네디가 암살되던 날 오후에 칼로스 마르셀로는 밀입국 등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받아냈다. 그 후에도 법무부는 마르셀로를 잡아넣기 위해 배심원 매수 혐의로 기소했으나 마르셀로는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나갔다. 하지만 엉뚱한 우발적 사건 때문에 마르셀로는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1966년 9월 22일, 뉴욕 퀸스의 포레스트 힐에 있는 라스텔라(La Stella) 레스토랑 앞에 검은 리무진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두 경찰관이 식당을 들여다 보았다. 이들은 지하층 별실에서 유명한 마피아 보스 5명을 위시한 ·13명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들은 본부에 지원을 요청했고 경찰 병력이 도착하자 13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칼로스 마르셀로와 그의 동생 조지 마르셀로, 뉴욕 마피아 감비노 패밀리 보스인 칼로 감비노와 콜롬보 패밀리 보스인 조셉 콜롬보, 제노비제 패밀리의 언더 보스, 플로리다 보스 산토스 트라피칸트, 그리고 마르셀로가 뉴올리언스 마피아 보스로 등극하기 전에 보스였던 카롤라의 아들인 안소니 카롤라 등이었다.
뉴욕 경찰은 이들 13명을 전원 체포했고 판사는 1인당 10만 달러씩 보석금을 정했다. 이들의 변호사가 130만 달러를 갖고 와서 이들은 곧 풀려났다. 뉴욕 경찰은 이들 13명이 청부살인 200건에 책임이 있을 것이라고 보았지만 증거가 없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다음날 마르셀로는 그와 절친한 트라피칸트와 변호사를 대동하고 라스텔라 식당에 다시 와서 보란 듯이 점심을 먹고 뉴올리언스로 돌아갔다.
이 사건은 뉴욕 뿐 아니라 뉴올리언스 언론에도 크게 보도가 됐다. 마르셀로는 자기는 마피아가 아니며 단지 토마토 사업가라고 말했으나 이 사건으로 감비노, 콜롬보 등 뉴욕 암흑가를 주름잡던 보스들과 어깨를 같이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들이 왜 뉴욕에서 모여서 회합을 가졌는지는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나중에 드러난 바에 의하면 이 모임은 마르셀로의 승계 문제 때문이었다. 마르셀로에 앞서 뉴올리언스 마피아 보스였던 카롤라는 시칠리로 추방돼서 마르셀로가 보스가 됐는데 세월이 흘러 카롤라의 아들이 자신이 마르셀로의 후계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그러자 뉴욕의 감비노, 콜롬보, 제노비제 패밀리가 마르셀로를 지지해서 후계는 마르셀로의 아들로 교통정리를 했다는 것이다.
마르셀로가 뉴욕에서의 회합을 마치고 뉴올리언스 공항으로 돌아오자 기자들이 모여들어서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 때 마르셀로는 자기 앞길을 막는 사람을 주먹으로 한 방 크게 먹였다. 마르셀로에게 얻어맞은 사람은 기자가 아니라 FBI의 뉴올리언스 주재원이던 패트릭 콜린스였다. 패트릭 콜린스 요원은 마르셀로의 마크맨이었기 때문에 마르셀로는 그가 FBI 요원임을 알고도 한 방을 먹였다는 해석이 유력했다. 왜냐하면 콜린스 요원은 마르셀로의 가족을 추적하다가 마르셀로의 동생인 조지 마르셀로의 부인과 불륜관계를 맺었다는 것이다. 시칠리 전통에 의하면 그런 자를 손수 응징해야 가문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었다.
마르셀로는 FBI 요원 폭행이 연방법을 위반하는 중대한 사안임을 잘 몰랐다. 그 다음날 FBI는 마르셀로를 연방요원 폭행혐의로 체포했다. 마르셀로의 변호사들은 재판지 변경 신청을 해서 텍사스 라레도에서 재판이 열렸다. 비록 국경지대에 있는 작은 도시에서 열린 재판이었지만 언론의 취재 경쟁은 치열했다. 마르셀로의 아들 조가 재판에 참석해서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FBI 요원을 두드려 팬 아버지를 응원했다. 언론은 영화배우처럼 잘 생긴 조를 열심히 홍보했다. 배심은 유무죄에 합의하지 못해서 마르셀로는 풀려났다.
마르셀로는 의기양양하게 뉴올리언스로 돌아왔다. 하지만 FBI는 물러서지 않았다. FBI는 마르셀로 측이 라레도 재판의 배심원을 매수했음을 밝혀내서 마르셀로를 다시 기소했다. 이 재판은 휴스턴에서 열렸고, 1968년 8월 마르셀로는 2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마르셀로의 변호사들은 마르셀로에 대한 유죄판결을 뒤집거나 형기를 줄이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했다.
1968년 대선에서 당선된 리차드 닉슨은 자신의 선거본부장을 지낸 존 미첼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했다. 마르셀로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아 쓴 존 미첼은 마르셀로를 모른체 할 수 없었다. 마르셀로 사건을 맡은 판사는 마르셀로에 대한 형기를 6개월로 단축하고 그가 미주리 스피링필드에 있는 연방의료감호소에서 복역하도록 했다. 1971년 3월 12일, 마르셀로는 전보다 훨씬 건강하고 단단한 모습으로 6개월 형기를 마치고 출옥했다. 지미 호파에 대해서와 같이 닉슨은 마르셀로에 대해 신의를 지켰다.
1972년 대선을 거치면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의 수렁에 빠졌다. 하지만 마르셀로와 그 패밀리는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텍사스는 물론이고 라스베이거스와 LA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워터게이트는 미국의 정치 문화를 확 바꾸었다. 무엇보다 FBI와 CIA가 바뀌었다. 또한 언론은 어떠한 성역도 인정하지 않고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의회는 CIA의 활동에 대한 청문회를 여는 등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케네디 암살과 마피아 등 조직범죄를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됐고, 마르셀로도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 (1) : 1966년 9월 23일, 라스텔라 레스토랑 점심 모임. 마르셀로 오른쪽이 산토스 트라피칸트. 왼쭉에 나비 넥타이를 맨 대머리가 잭 워서맨 변호사.
사진 (2) : FBI 요원 폭행 혐의로 법원에 출두하고 나오는 마르셀로. 왼쪽이 아들 조, 오른쪽이 잭 워서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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