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처치 위원회와 샘 지앙카나

작성일 : 2023-07-23 15:53조회 : 454

처치 위원회와 샘 지앙카나

1970년 들어서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대운동이 거세지는 등 미국 사회는 큰 변화를 겪게 됐다. 이런 추세에 부응해서 언론은 그 때까지는 보도하지 않았던 사안을 다루기 시작했다. 베트남 밀라이에서 미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보도 등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에 따라서 정보기관이 반전(反戰)운동 단체를 불법적으로 감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971년 6월에 뉴욕타임스가 공개한 베트남 전쟁 문서(The Pentagon Papers)는 정부가 국민을 속여가면서 전쟁으로 나라를 끌고 들어갔음을 보여주었다. 이듬해에 발생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져버렸고, 1974년 8월 닉슨은 사임해야만 했다.

밀라이 사건을 보도해서 퓰리처 상을 탄 시무어 허시(Seymour Hersh 1937~)는 뉴욕타임스 기자가 되어 세상을 흔든 특종을 연거푸 보도했다. 1974년 9월에는 한해 전에 있었던 칠레의 군부 쿠데타가 헨리 키신저의 지시에 따라 CIA가 사주(使嗾)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그해 12월 22일자 기사에서 시무어 허시는 미국의 정보기관이 미국 민간인의 전화를 광범위하게 도청했으며 CIA는 극비작전을 통해 외국 지도자를 암살했다고 폭로했다.

1975년 1월 27일, 새로 구성된 상원은 82대 4로 ‘정부의 정보활동에 관한 특위(the Select Committee to Study Governmental Operations with Respect to Intelligence Activities)를 설치하기로 결의했다. 워터게이트 여파 속에 치러진 1974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압승을 거두어서 상원은 민주당이 61석, 공화당이 37석이었다. 상원은 아이다호 출신 프랭크 처치(Frank Church 1924~1984)를 위원장으로 선출해서 이 위원회는 처치 위원회(The Church Committee)로 불리게 된다. 처치 위원회는 민주당 의원 6명, 공화당 의원 5명으로 구성됐는데, 필립 하트, 월터 먼데일, 배리 골드워터, 존 타워스, 하워드 베이커 등 유명한 의원들이 참여했다.

처치 위원회는 당시 CIA 국장이던 윌리엄 콜비는 물론이고 전직 국장이며 1960년대 CIA 실세였던 리차드 헬름스 전 국장을 청문회에 불러서 진술을 들었다. 윌리엄 콜비는 CIA가 수행했던 비밀작전을 솔직하게 시인해서 제럴드 포드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청문회가 끝난 후 포드 대통령은 콜비 국장을 경질하고 조지 H. W. 부시를 후임으로 임명했다.

처치 위원회는 자체 조사를 통해서 CIA가 자이레의 루붐바 대통령, 도미니카의 트루히요 대통령, 남베트남의 디엠 대통령을 암살하는데 가담했고 1971년에는 쿠데타에 반대하는 칠레 육군참모총장 슈나이더 장군 살해에도 간여했으며, 쿠바의 카스트로를 암살하려 했다고 확인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국가안보국(NSA)이 미국 시민들,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광범위하게 도청했음도 확인했다. 그 때까지는 폭로성 기사로 나돌던 이야기가 모두 사실임을 확인해 준 것이다. 자국 정보기관의 첩보 활동을 의회가 공개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에선 없었던 일이었다.

처치 위원회는 케네디 암살과 관련해서 정보기관이 어떤 역할을 했나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다. 처치 위원회는 케네디 암살을 조사한 워렌 위원회의 보고서를 토대로 CIA와 FBI의 관계자 50여 명을 개별적으로 인터뷰하고 조사한 결과를 1976년 2월 23일자 보고서로 공표했다. 처치 위원회는 CIA와 FBI가 미국 대통령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수행하지 못했으며, 암살 후에도 이들은 자신들이 얻은 정보를 워렌 위원회에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처치 위원회는 CIA와 FBI가 자신들의 조직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많은 정보를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암살에 외국 정부가 개입되어 있다는 증거는 없으나 CIA가 피그스 만 침공 실패 후 카스트로를 암살하기 위한 작전을 전개했으며, 쿠바 미사일 위기 후 이 작전은 공식적으로 중단됐음에도 CIA는 쿠바 난민 조직 및 마피아와 함께 쿠바에 쿠데타를 일으키기 위한 공작을 했다고 확인했다. FBI의 에드가 후버 국장은 처음부터 케네디 암살을 오스월드의 단독 범행으로 몰고 갔으며, 모든 증거는 이를 뒷받침하도록 동원됐다고 지적했다.

처치 위원회는 케네디 암살에 대해 제기되는 많은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면서 새로운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처치 위원회가 케네디 암살에 대해 조사한 방대한 자료는 비밀로 분류되어 오다가 2022년에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비로소 그 대부분이 공개됐다.

언론의 비상한 관심 속에서 처치 위원회가 청문회를 진행하던 시점인 1975년 6월, 샘 지앙카나가 죽었다. 샘 지앙카나(Sam Giancana 1908~1975. 6. 19)는 1965년에 연방 대배심의 수사를 피해 멕시코로 도망하기 전까지 시카고 마피아 보스였다. 1974년 7월, 멕시코 당국에 의해 추방되어 시카고로 돌아온 지앙카나는 처치 위원회의 출두 요구를 받았다. 1975년 6월 19일, 시카고 자택 지하층에서 파스타와 소세지 요리를 하던 지앙카나는 22구경 권총 7발을 맞고 사망한 상태로 밤 11시에 그의 집을 들른 부하에 의해 발견됐다. 1발은 뒤통수에, 그리고 6발은 입과 안면에 맞았다. 지앙카나는 며칠 후 의회 청문회에 출두할 예정이었다. 지앙카나를 살해한 범인을 물론 잡히지 않았다.

샘 지앙카나는 케네디 암살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그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지앙카나는 카스트로 암살 시도와 마피아와의 관계에 대해 증언을 요구받고 출두를 결심한 상태였다. 지앙카나가 입에 총탄을 여러 발 맞은 것은 “마피아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시칠리의 교훈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샘 지앙카나가 영원히 입을 다물게 돼서 칼로스 마르셀로는 안심을 하게 됐다.

샘 지앙카나가 죽어서 안도하게 된 그룹은 마르셀로 외에도 또 있었다. 바로 케네디 가문이다. 케네디 형제는 암살로 생을 마쳤고 케네디의 아버지 조셉도 1969년 11월에 81세로 사망했다. 하지만 지앙카나는 1960년 대선에 과정에서 있었던 시카고 부정선거, 케네다 대통령의 여자관계, 마릴린 먼로의 죽음 등 케네디 가문의 어두운 부분을 누구 보다 잘 알았기에 그가 입을 열면 ‘케네디 신화’(The Kennedy Myth)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 그가 죽은 것이다.

사진 (1) : 프랭크 처치 상원의원이 CIA가 암살용으로 개발한 총을 상원 위원회에서 보여주고 있다. 옆은 존 타워스 상원의원.
사진 (2)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리차드 헬름스.
사진 (3) : 전성기의 샘 지앙카나와 그의 연인 필리스 매과어어. 필리스 매과이어는 1950년대~60년대 초에 인기 여성 보컬 그룹 매과이어 시스터스의 막내로, 지앙카나는 아내가 사망한 후 멕시코로 도망가지 전까지 필리스와 동거를 했다. 지앙카나는 그러면서도 영화배우 주디스 캠벌과도 연인관계였다. 주디스 캠벨은 케네디의 애인이기도 해서 백악관을 자주 드나들었다.
사진 (4) : 노년의 필리스 매과이어가 자신과 샘 지앙카나의 관계에 대해 배니티 페어지에 한 인터뷰 기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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