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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암살특위

작성일 : 2023-07-25 08:53조회 : 494

하원 암살특위

1975~76년 사이에 열린 상원 정보기관 특별조사위원회(처치 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할 무렵인 1975년 3월 6일 ABC TV의 ‘Good Night America’가 케네디 암살에 관한 특집방송을 했다. 이 때 라이프지(誌)가 판권을 매입해서 보관 중이던 제프루더 필름(에이브래햄 제프루더라는 사람이 댈러스에서 케네디 차량이 지나가는 모습을 휴대용 촬영기로 찍은 필름)이 처음으로 일반 대중에 공개됐다. 제프루더 필름은 머리에 총탄을 맞은 케네디가 잠시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고 앞으로 숙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TV 프로 진행자는 “워렌 위원회는 세발이 모두 뒤쪽에서 날라 왔다고 했으나 여기서 보는 바와 같이 총을 맞은 케네디의 머리가 뒤로 완전히 젖혀졌다“고 설명을 했다. 이 필름을 본 많은 사람들은 케네디를 죽인 치명적 총탄은 뒤쪽(교과서 보관소)가 아니라 앞쪽(잔디 둔턱)에서 날라 온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품게 됐다.

베트남 전쟁과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는 시점에 이 프로는 일반대중에게 정부가 케네디 암살의 진실을 은폐했다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CIA 등 정보기관의 비밀활동을 조사하는 처치 위원회는 케네디 암살에 대해서도 FBI와 CIA가 제대로 조사를 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으나 깊은 조사를 할 수는 없었다. 이에 처치 위원회는 케네디 암살에 음모가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을 인정하고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케네디 암살 뿐 만 아니라 마틴 루터 킹 목사암살을 두고도 의혹이 제기됐다. 킹 목사의 유가족은 킹 목사를 저격한 범인이 진범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새로운 조사를 요구했다.

1976년 9월, 하원은 280 대 65로 케네디 대통령과 킹 목사의 암살을 조사하기 위한 하원 암살 특위(House Select Committee on Assassinations : HSCA)를 설치하기로 의결했다. 이 위원회는 출발이 순탄치 않았다. 발족할 때 위원장이었던 의원이 은퇴를 해서 새로 위원장을 뽑았으나 새 위원장과 실무를 책임질 법률고문(Chief Counsel)이 충돌해서 모두 사임하는 등 기복이 많았다. 결국 오하이오 출신인 루이 스토크스(Louis Stokes 1925~2015) 하원의원이 위원장이 되고 노터댐 로스쿨 교수이던 로버트 블레키(G. Robert Blakey 1936~)가 법률고문으로 임명된 후 비로소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이 위원회는 1978년 말까지 활동을 하고 1979년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위원회의 활동은 거의 전적으로 로버트 블레키 교수가 끌고 나갔는데, 케네디 암살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서 그 후 케네디 암살 연구에 있어 기폭제가 되었다.

하원 암살특위(HSCA)는 케네디 암살과 관련된 과학적 문제를 지난 15년 동안 발전한 과학기술로 다시 검토하기 위해 여러 외부 전문기관에 검증을 부탁했다. 그 결과로 케네디를 저격한 총탄 3발은 모두 교과서 보관소에서 날라 왔다는 결론에 도달했으나 3발이 아닌 4발이 날라 왔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특위는 케네디 부검 결과를 다시 검토했으나 워렌 보고서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했다.

암살특위는 케네디 암살에 쿠바나 소련이 연루되어 있거나 CIA 같은 미국 정부기관의 음모가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워렌 위원회의 결론을 지지했다. 또한 암살특위는 전국단위의 마피아 조직이 케네디 암살에 가담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암살특위는 CIA 조직의 일부가 지휘체계에서 이탈해서 가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며, 여러 가지 정황적 증거에 비추어 볼 때 마피아 세력의 일부가 케네디 암살을 기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암살특위는 워렌 위원회가 파악하기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회피한 다음과 같은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첫째, 오스월드는 뉴올리언스에서 카스트로에 반대하는 쿠바 난민단체인 DRE와 관계를 맺었으며 데이비트 페리와도 여러 번 만났다는 것이다. 즉, 뉴올리언스에서 오스월드는 친(親)카스트로 활동을 공개적으로 했지만 실제로는 반(反)카스트로 단체인 DRE와 관계를 가졌고 칼로스 마르셀로의 측근으로 나중에 확인된 데이비드 페리와도 여러 차례 만났음을 확인한 것이다. 워렌 위원회는 이에 대해선 아예 조사를 하지 않았다.

둘째, 암살특위는 재크 루비가 마피아와 깊은 관련이 있는 인물임을 확인했다. 워렌 위원회는 재크 루비에 대해선 처음부터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 버렸다. 셋째, 암살특위는 케네디를 맞춘 총탄 3발이 모두 오스월드의 총에서 발사됐다는 워렌 위원회의 결론을 지지했으나 여기에는 유력한 소수의견이 있었다. 암살특위는 워렌 위원회가 반대편, 즉 잔디 둔턱에서 총소리가 났다고 증언한 많은 사람들의 견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배제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암살특위는 잔디 둔턱에 제2의 저격수가 있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는 소수 의견을 첨부했다. 결론적으로 암살특위는 케네디 암살에 조직범죄의 음모가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명시해서 담았다. 의회의 공식적인 조사 결과가 케네디 암살을 마피아 조직이 기획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한 것이다.

사진 (1) : 하원 암살특위 루이 스토크스 위원장(왼쪽)과 법률고문 로버트 블레키(가운데). 1977년.
사진 (2) : 케네디 모터케이드가 향하는 전면 우측에 있는 잔디 둔턱(Grassy Knoll). 60년이 지난 오늘날도 그대로 있다. 나무 난간 뒤에서 제2의 저격수로 보이는 두 사람이 있었다는 여러 명의 증언이 있었지만 워렌 위원회는 묵살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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