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암살특위가 밝혀낸 사실

작성일 : 2023-07-27 23:11조회 : 413

암살특위가 밝혀낸 사실

하원 암살 특위는 1977년 3월 플로리다 마피아 보스인 산토 트라피칸트(Santo Trafficante Jr. 1914~1987)를 소환해서 심문했으나 트라피칸트는 수정 5조를 들어서 답변을 거부함에 따라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새로 법률고문이 된 로버트 블레키는 전략을 바꾸어서 칼로스 마르셀로를 증인으로 소환하고 증언에 대해 형사면책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1978년 1월 11일, 마르셀로는 특위의 비공개 회의에 출두했다.

마르셀로는 조직범죄에 속해 있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 케네디 대통령을 죽이겠다고 말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 데이비드 페리와의 관계에 대해서 마르셀로는 ”페리는 나의 변호사인 위레이 길(Wray Gill)을 도왔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마르셀로는 ”페리는 나의 친구가 아니다“고 했다. 거의 잔고가 없던 페리의 은행 구좌에 케네디 암살 직후 7093 달러가 입금된데 대해 마르셀로는 ”그것은 페리가 변호사를 도와서 일을 한 대가“라고 밝혔다. 마르셀로는 자신이 추방된데 대해서 ”그것은 납치였다. 모든 미국인이 알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마르셀로에 대한 암살특위의 심문은 큰 소득은 없었다. 하지만 짐 개리슨 검사(영화 <JFK>의 케빈 코스트너)로부터 출두를 요구받고 의문사한 데이비드 페리를 마르셀로가 잘 알고 있었음을 확인했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뉴올리언스 신문은 ’마르셀로-케네디 커넥션 ?‘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크게 썼다. 이런 현상은 마르셀로에게 좋지 않았다.

암살특위는 또한 오스월드가 총을 발사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증언을 기록으로 남겼다. 당시 교과서 보관소 직원이던 보니 윌리엄스는 케네디 모터케이드를 6층에서 보려고 샌드위치 점심을 들고 6층으로 올라갔다. 6층은 교과서 박스가 높이 쌓여 있어서 모터케이드를 보기가 좋지 않다고 생각한 윌리엄스는 12시 15분 전후로 점심을 먹고 12시 20분에 한층 아래로 내려와서 동료들과 함께 창에 서서 케네디 모터케이드를 보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6층에서 샌드위치를 먹을 때 다른 인기척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6층에는 교과서 박스가 높이 쌓여 있어서 소총을 들고 숨을 죽이고 있을 오스월드(또는 다른 저격수)를 보지 못했을 수 있었다.

암살특위에 출석한 당시 교과서 보관소 여직원 캐롤린 아놀드는 12시 15분에 오스월드가 2층 런치 룸에서 혼자 점심을 먹는 모습을 보았다고 증언했다. 그녀는 암살 직후 FBI 수사관에게도 그렇게 말했으나 FBI는 그녀가 12시 35분에 런치 룸에서 오스월드를 보았다고 진술했다고 기록했다. FBI가 증언을 조작한 것이다. 12시 30분에 총성이 울린 후 오스월드를 처음 본 사람은 댈러스 경찰관 마리언 베이커였다. 총성이 울리자 그는 교과서 보관소 관리인과 함께 2층 런치 룸으로 뛰어 올라갔다. 베이커 경관은 런치 룸에서 코카콜라를 마시고 있는 오스월드를 보고 관리인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관리인이 직원이라고 하자 베이커는 오스월드가 건물을 나가도록 했다. 그 시각이 총성이 난 후 1분 30초가 지난 12시 31분 30초였다.

캐롤린 아놀드와 베이커 경관이 목격한 시간으로 풀어보면 오스월드는 12시 15분에는 2층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고, 그런 다음에 6층으로 올라가서 창문에서 소총을 조준하면서 케네디 모터케이드를 기다렸고 12시 30분에 6초 동안 3발을 발사해서 미국 대통령을 살해하고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다시 2층으로 내려와서 자판기에서 코카콜라를 마시다가 총성을 듣고 달려 온 베이커 경관을 만난 후 건물을 빠져 나온 것이다.

오스월드의 이해되지 않는 그날의 행적 때문에 6층에서 저격을 한 사람은 오스월드가 아닐 것이라는 음모론이 나돌았다. 말하자면, 오스월드는 소총을 6층에 올려놓으라는 지시만 받았으나 자신이 총격범으로 몰리고 있음을 알고 건물을 빠져 나와 버스와 택시를 갈아타고 자기 하숙집으로 가서 자켓과 권총을 갖고 나오던 중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사살하게 됐다는 것이다. 오스월드는 체포된 후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나는 단지 희생양(patsy)이다”고 외쳤다.

저격범은 저격 후에는 총기와 탄피를 챙겨서 도주하는 것이 철칙인데, 소총과 탄피를 그대로 남겨 놓고 태연하게 2층으로 내려와서 코카콜라를 마셨다는 점은 통상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국 대통령을 저격할 사람이 저격 15분 전에 태연하게 런치 룸에서 점심을 먹고, 또 미국 대통령을 저격한 사람이 태연하게 2층에 다시 내려와서 코카콜라를 마셨다는 사실은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사람이 15분 동안 그렇게 행동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살특위는 오스월드 단독범행이라는 워렌 위원회의 결론을 지지해서 논란을 일으켰다. 왜냐하면 결론은 위원들의 합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암살특위의 법률고문 로버트 블레키 교수는 “오스월드가 진범이 아니고 단지 희생양일 가능성이 있다”고 자기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블레키 교수는 케네디의 머리를 맞혀서 박살내 버린 총탄이 과연 카케노 같은 구식 소총에서 발사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암살특위는 최종 보고서를 작성할 때 위원들의 합의를 필요로 했다. 그런 이유로 워렌 위원회와 사실에 있어서 중요하게 다른 점이 있어도 그것을 위원회의 의견으로 담지 못했다. 암살특위의 전체 의견으로 채택되지 못한 블레키 교수의 생각은 그 후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책에 나타나 있다.

사진 (1) 케네디 암살 현장. 노란 동그라미가 교과서 보관소 6층 저격 지점. X는 케네디를 두 번 맞춘 지점.
사진 (2) 교과서 보관소 건물(정면)과 잔디 둔턱(왼쪽 아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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