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버트 블레키 교수

작성일 : 2023-07-28 22:52조회 : 405

로버트 블레키 교수

케네디 대통령 암살의 진상을 추적하고 또 마피아를 미국에서 척결하기 위해 큰 역할을 한 교수를 뽑으라면 그는 단연히 로버트 블레키(G. Robert Blackey 1936~)다. 블레키는 노터댐 대학 학부와 로스쿨을 나왔다. 로스쿨 시절부터 그는 마피아가 법망을 피해가는 현상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1960년에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법무부에 수습으로 들어가서 형사부 조직범죄반에 말석 변호사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1961년 초 로버트 케네디가 법무장관으로 부임하자 조직범죄 부서는 인원이 늘고 부쩍 바빠졌다.

1963년 11월 22일 케네디가 암살되던 날 오전에 로버트 케네디 장관은 전국 각지의 검사장과 법무부 조직범죄반 변호사를 소집해서 회의를 했고 이 회의에 블레키도 참석했다. 점심 후 회의는 속개할 예정이었으나 케네디 암살로 인해 오후 회의는 취소됐다. 로버트 케네디는 블레키를 시카고의 연방검사실로 발령을 낸 상태였다, 블레키는 로버트 케네디가 자기에게 시카고에 가서 샘 지앙카나를 추적하라고 말했다고 훗날 회고했다. 블레키는 케네디가 암살되면 로버트 케네디도 힘을 잃을 것이며 그러면 조직범죄를 추적하려는 움직임도 동력을 잃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망한 블레키는 모교 노터댐 로스쿨에서 형법 교수 자리를 구해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로스쿨 교수로서 블레키는 조직범죄의 심각성과 기존 형법으론 이들을 통제할 수 없음을 지적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1950년대 말부터 조직범죄와 거대한 노조의 부당행위를 다루어 오던 존 매클레란(John L. McClellan 1896~1977, 1943~77년 상원의원을 지냄) 상원의원은 그가 위원장을 하는 법사위 형법소위원회의 법률고문으로 블레키를 초빙했다. 블레키는 이 때 자신의 지론(持論)을 반영한 리코법(The RICO Act ; The Racketeer Influenced and Corrupt Organizations Act) 초안을 만들었다. 이 법은 조직범죄 행위 자체 뿐 아니라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 구성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고, 건당 최고 징역 20년에 처하고 이렇게 얻은 수익을 전액 몰수하도록 했다. 마피아 조직이 벌인 살인, 공갈, 협박 등 범죄행위를 기소해도 그 조직의 상층부는 기소를 할 수 없었던 현실을 감안해서 이제는 조직 구성과 운영 자체를 범죄화한 것이다.

상원의 다선의원인 매클라렌 의원에 힘입어서 이 법안은 1970년에 상원과 하원을 통과했고 그해 10월 닉슨 대통령이 서명함에 따라 발효해서 조직범죄통제법(The Organized Crime Control Act)의 일부가 됐다. 이 법률은 마피아와의 전쟁을 벌이는 법무부에게 새로운 무기를 부여했다. 1985~86년에 뉴욕시를 관장하는 연방검사장 루디 줄리아니가 이 조항을 적용해서 뉴욕 마피아 보스 11명을 기소해서 최고 징역 100년 유죄판결을 받아냈다. 리코법 덕분에 루디 줄리아니가 뉴욕 마피아를 뿌리 뽑을 수 있었으니, 블레키 교수의 노력은 결실을 거두었다.

1973년 블레키는 코넬 로스쿨로 직장을 옮겨서 계속 형법을 가르쳤다. 1977~79년 동안은 하원 암살특위 법률고문으로 특위 활동을 이끌면서 워렌 위원회가 조사하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조사를 회피한 사실을 많이 밝혀냈다. 블레키는 이 과정에서 칼로스 마르셀로가 케네디 암살을 기획했을 것이라는 많은 정황적 증거를 발견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하원 암살특위는 “케네디 암살에는 조직범죄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블레키는 암살특위 최종 보고서를 작성한 리차드 빌링스와 함께 <대통령 살해 계획(The Plot to Kill the President)>을 1981년 1월에 펴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1980년 모교인 노터댐 대학 로스쿨 교수로 복귀한 블레키는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면서도 케네디 암살에 얽힌 미스테리를 풀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았다. 블레키 교수는 암살특위 위원장이던 루이 스토크스(Louis Stokes 1925~2015, 1969~99년 하원의원을 지냄) 하원의원 등을 움직여서 케네디 암살 기록 수집법(President John F. Kennedy Assassination Records Collection Act of 1992)을 제정토록 했다. 이 법률은 대통령이 국가안보나 공공이익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 한 케네디 암살에 관한 모든 정부 기록은 법률 제정 후 25년 안에 공개하도록 했다. 따라서 케네디 암살에 관한 모든 정부 기록은 늦어도 2017년 10월까지 공개되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에 대부분의 정부 기록을 공개한 바 있다.

대학에서 은퇴한 후에도 블레키는 케네디 암살에 관한 강연과 토론에 참여하는 등 케네디 암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쉬지 않았다. 현재 88세 고령이지만 몇 년 전까지도 케네디 암살과 관련된 인터뷰를 했는데,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의회에는 거기에 있을 자격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좋은 의원들이 있어서 우리가 진실과 정의를 지킬 수 있었다.” 블레키 교수 같은 훌륭한 교수가 존 매클레란, 루이스 스토크스 같은 훌륭한 의원을 만나서 세상을 보다 좋게 만들었음을 우리는 교훈으로 새겨들어야 한다.

사진 (1) : 노년의 로버트 블레키. 케네디를 맞춘 총탄 위치를 두고 TV 프로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 (2) : 노터댐 로스쿨 교수 시절의 로버트 블레키.
사진 (3) : 블레키 교수가 펴낸 책 (198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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