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릴린 먼로, 배우가 되다

작성일 : 2023-12-28 23:51조회 : 327

마릴린 먼로, 배우가 되다

마릴린 먼로(1926~1962)는 흔히 '섹스 심벌(sex symbol)'이라고 말한다. 마릴린 먼로의 생애를 살펴보면 섹스는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요소였다. 부모의 사랑을 모르고 자란 먼로는 어릴 적에 위탁가정과 고아원에서 성장했다. 먼로는 자기가 10대 초에 위탁가정에 세 들어 살던 남자한테 성적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인이나 증거는 없지만 그럴 수 있다는 점에서 대체로 진실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먼로의 생애를 연구한 사람 중에는 이것이 먼로가 적당히 꾸며낸 환상일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먼로를 연구한 심리학자와 정신분석학자들은 먼로가 정상인과 정신병자와의 경계선에 있었다고 본다. 먼로의 어머니와 외할머니는 정신병자였기에 유전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먼로가 활동했던 시기의 할리우드는 수면제, 진정제, 흥분제 등 약물 과용이 심했고,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던 먼로는 약물 의존성이 위험할 정도로 높았다. 부모와 가족의 사랑을 모르고 자란 먼로가 할리우드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섹스와 약물에 의존해야 했으니, 먼로는 시한폭탄과 같은 삶을 살았던 것이다.

원래 이름이 노마 진(Norma Jeane)이던 먼로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6세 나이에 록히드 항공사 공장에서 일하던 남자친구 제임스 도허티(James Dougherty 1921~2005)와 결혼했다. 먼로가 일찍 결혼하게 된 이유는 더 이상 위탁가정에서 생활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먼로는 자신이 결혼하기 전 10대 소녀 시절에 알몸을 보여주면 돈을 주겠다는 남자에 끌려서 모텔에서 성 관계를 갖고 돈을 받은 적이 있다고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았다. 먼로와 가까웠던 사람들은 용돈이 궁한 먼로가 결혼하기 전에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먼로의 첫 번째 결혼생활은 소꿉장난 같았다. 하지만 2차 대전 발발로 그런 소꿉장난은 오래가지 못했다. 남편이 해군에 입대해서 수송선단에 승선하고 남태평양으로 나갔기 때문이다.

홀로 남은 먼로는 방위산업체 공장에서 주급 20달러를 받고 매일 10시간 일을 했다. 그러던 중 방위산업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 모습을 찍으러 온 육군 영상부대 사진사가 먼로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이 육군에서 발행하는 잡지 표지에 나왔다. (먼로를 찍은 사진사의 상관은 육군 영상부대 소속의 로널드 레이건 대위였다.) 그 사진사는 먼로에게 한 시간에 5달러를 줄테니 사진 모델을 부업으로 해 보지 않겠냐고 했고 먼로는 횡재를 만난 듯이 좋아 했다. 이를 계기로 먼로는 공장 일을 그만 두고 사진 모델로 나섰다. 전쟁이 끝나자 남편 도허티는 LA로 돌아왔으나 부부 관계는 이미 깨진 후였다. (다른 여자와 결혼한 도허티는 LA 경찰국(LAPD) 형사로 일했고 기동타격대(SWAT)를 이끌었으며 1974년에는 메인 주 작은 도시로 이사를 가서 살았다.)

영화를 좋아했던 먼로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1946년 8월, 먼로는 스크린 테스트 끝에 20세기 폭스사에 6개월 계약을 하는데 성공했다. 이 때 폭스사는 ‘마릴린 먼로’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먼로는 폭스사에서 영화 몇 편에 단역으로 출연했으나 폭스사와 계약은 1947년 8월에 끝나고 먼로는 다시 모델로 생계를 이어야 했다. 먼로가 폭스사에 의해 발탁되고 버려진데는 먼로가 사귀었던 친구 덕분이었다. 먼로는 비치에서 놀면서 남자 친구를 시귀었는데, 그 중 한명의 아버지가 폭스사의 간부였고 덕분에 먼로는 토미 잰이라는 남자 친구와 함께 고용됐다가 1년 후 함께 해고된 것이다.

폭스사에서 일하면서 먼로는 같은 나이 또래인 로버트 슬래쳐(Robert Slatzer 1927~2005)를 만나게 되며 두 사람은 먼로가 죽을 때까지 가까운 친구이자 연인으로 지내게 된다. 극작가와 작가로 일했던 슬래처는 먼로의 삶과 죽음에 관한 책을 1974년에 펴냈다. 먼로는 뉴욕포스트의 할리우드 담당기자 시드니 스콜스키(Sydney Skolsky 1905~1983)를 알게 돼서 가까이 지냈다. 일찍이 LA에 자리 잡고 할리우드 소식을 신문에 써온 스콜스키는 먼로의 일생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폭스사에서 해고된 후에도 먼로는 모리스 카르노보스키(Morris Carnovsky 1897~1992) 부부가 운영하는 연기학원 Actor's Lab을 계속 다녔다. 모델 수입만으로 살아야 했던 먼로는 매우 힘들었고 친구 스콜스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먼로는 할리우드에서의 생존법칙을 깨달았다. 먼로는 폭스사 회장인 조셉 쉔크(Joseph Schenck 1876~1961)와 동거에 들어간 것이다. 말이 동거이지 마릴린은 자기보다 50살이나 많은 조셉 쉔크의 저택의 별채에 살면서 70세 노인의 성 노예 생활을 했다. 그 대가로 쉔크는 먼로를 컬럼비아 영화사와 6개월 계약을 맺도록 해주었다.

컬럼비아 영화사에서 먼로는 드라마 코치이던 나타샤 리테스(Natasha Lytess 1911~1963)와 친해지며 음악 감독이던 프레드 카거(Fred Karger 1916~1979 )와 깊이 사귀게 된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1948년 9월, 컬럼비아 영화사는 먼로와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다. 먼로가 나온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을 뿐더러 먼로가 컬럼비아 픽쳐의 대표인 해리 콘(Harry Kohn 1891~1958)의 섹스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해리 콘은 당시 기준으로서도 악명이 높았던 영화제작자였다.

- 사진 (1) : 먼로가 처음 나온 미 육군 잡지 표지. 1945년 6월호. 먼로는 19살이었고 사진처럼 먼로의 원래 머리 색깔은 갈색이었다.
- 사진 (2) : 먼로와 스콜스키. 1953년. 할리우드 전문 기자였던 시드니 스콜스키는 먼로의 가능성을 일찍 알아보고 먼로를 알리는 기사를 많이 썼다. 스콜스키는 먼로가 죽을 때까지 친밀했다. 스콜스키는 먼로의 심리상태가 위험하다고 걱정을 한 진정한 친구였다.
- 사진 (3) : 20세기 폭스사 회장 조셉 쉔크(먼로 왼쪽)와 공식석상에 함께 한 먼로. 50살이나 나이가 많은 노인과 같이 했던 시절은 먼로에게는 지우고 싶었던 시기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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