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릴린 먼로와 그린 부부

작성일 : 2024-01-02 10:43조회 : 286

마릴린 먼로와 그린 부부

마릴린 먼로가 밀튼 그린과 함께 영화제작사를 차리자 20세기 폭스사는 먼로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서 1955년 연말 먼로와 폭스사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 새 계약은 향후 7년 동안 먼로는 폭스사가 만드는 영화에 네 편만 출연하면 되고 먼로는 매년 다른 스튜디오의 영화 한 편에 출연할 수 있으며 먼로가 출연한 폭스사의 영화에 대해 마릴린 먼로 프로덕션(MMP)은 편당 10만 달러의 보수와 일정부분의 이익을 배당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MMP는 두 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등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먼로는 아서 밀러와 결혼을 하게 된다. 아서 밀러는 먼로에게 그린과의 사이를 정리하라고 요구하며, 이에 따라 그린은 자기 지분을 먼로에게 헐값에 매각하고 먼로는 MMP 자체를 정리하게 된다. 먼로는 자기 이름을 건 영화제작사를 스스로 폐쇄한 것이다.

먼로와 결별한 밀튼 그린은 허탈함을 느꼈다. 그린은 자신의 고향인 뉴욕에서 사진작가로 활동을 계속했다. 1962년 여름, 에이미 그린은 먼로가 괴로워하는 꿈을 꾸었다. 에이미는 밀튼에게 먼로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했고 밀튼은 먼로와 한 시간 정도 통화를 했다. 밀튼은 LA를 가게 되면 만나자고 이야기하고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파리에서 그린은 먼로가 죽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밀튼 그린은 코네티컷과 맨해튼에서 먼로의 사진을 많이 찍었다. 먼로와 결별을 한 후에 그린은 자기가 찍은 먼로의 사진 수천 컷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을 뿐더러 다른 사람이 접근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1962년 8월에 먼로가 죽은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린은 1980년대 들어 건강이 나빠졌고 1985년 8월 임파선 암으로 사망했다. 그 때 그의 나이는 63세였고 부인 에이미는 56세였다.

밀튼 그린과 부인 에이미, 그리고 먼로와 그의 세 번째 남편인 아서 밀러는 미묘한 관계였다. 인물 사진을 찍는 밀튼 그린은 먼로와 둘이만 있는 시간이 많았다. 먼로보다 4살이 많으나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잘 생긴 미남인 그린과 먼로는 친구를 넘어선 연인 관계였다. 그것을 아는 먼로의 새 남편 아서 밀러는 먼로에게 그린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쿠바 출신으로 먼로보다 세 살이 어린 에이미 그린은 남편과 먼로의 사이가 그렇다는 것을 짐작했지만 애써 모른 체 했다. 먼로와 달리 에이미는 가정 살림은 물론이고 가지고 있는 물건을 제대로 정리하는 여성이었다. 에이미는 먼로와 친해서 같이 쇼핑을 하고 드라이브도 함께 즐겼다. 그러니, 통상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세 사람 사이의 관계였다. 하지만, 그랬기에 결과적으로 그린 부부는 가정을 지킬 수 있었다. 그리고 에이미 그린이 가정을 지켰기 때문에 밀튼 그린의 유산(legacy)은 오늘날에도 살아 빛날 수 있었다.

먼로가 죽은 후 20년이 지나서 가진 인터뷰에서 에이미는 마릴린 먼로는 자기가 더 이상 필요치 않은 사람들은 돌아보지 않고 버리고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가지곤 했다고 되돌아보았다. 에이미는 먼로의 드라마 코치이고 가까운 친구였던 나타샤 리테스(Natasha Lytess 1911~1963)의 경우를 들었다. 독일 출신인 리테스는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와서 연극을 하던 중 먼로를 만나서 1948~56년 동안 먼로의 연기 코치를 했다. 하지만 먼로가 뉴욕에서 리 스트라스버그(Lee Srasberg)의 연기 지도를 받게 되자 먼로는 리테스와의 관계를 끊어 버렸다. 상심한 리테스는 스위스로 건너 가서 살다가 먼로가 죽은 후인 1963년 5월 암으로 사망했다. 에이미는 먼로가 남편과 결별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은연 중 말했던 것이다.

사진 (1) : 밀튼 그린과 마릴린 먼로.
사진 (2) : 밀튼 그린의 최고 걸작으로 뽑히는 ‘발레리아 먼로’.
사진 (3) : 자연스러운 먼로를 찍은 그린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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