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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먼로와 스트라스버그 부부
작성일 : 2024-01-05 22:52조회 : 300
먼로와 스트라스버그 부부
LA를 떠나 뉴욕에 온 마릴린 먼로는 1955년 1월, 밀튼 그린과 함께 마릴린 먼로 프로덕션(MMP) 발족을 선언했다. 그해 3월 먼로는 뉴욕에서 Actors Studios를 운영하는 리 스트라스버그(Lee Strasberg 1901~1982)를 만나서 연기 수업을 받기로 했다. 먼로는 LA에서 리 스트라스버그를 만난 적이 있으나 이제 정식으로 그로부터 연기수업을 받기로 한 것이다. 먼로는 자기가 섹스 심벌을 탈피해서 ‘심각한 배우(serious actor)’가 되기에는 연기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폴란드 태생의 유대인으로 미국으로 건너와서 연극을 한 리 스트라스버그는 Actors Studios라는 연기 학원을 뉴욕에 열고 ‘method acting'이라고 부르는 기법을 응용한 연기를 전파해서 큰 반응을 얻었다. 러시아의 연극배우이며 감독이던 콘스탄틴 스타니슬라브스키(Konstantin Stanislavski 1863~1938)가 창시한 ‘method acting'은 배우는 자신의 깊숙한 정신세계로부터 나오는 연기를 해야 한다는 이론으로, 리 스트라스버그는 엘리아 카잔 등과 함께 Actors Studios를 세워서 운영하고 있었다. Actors Studios를 통해서 말론 브란도, 제임스 딘, 몽고메리 클리프트, 더스틴 호프만, 알 파치노 등이 배우로 이름을 높였다. 엘리아 카잔(Elia Kazan 1909~2003)이 감독하고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 1924~2004)가 주연을 한 <A Streetcar Named Desire>(1951) 등 1950~60년대에 나온 많은 영화가 이런 풍조의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된다.
이미 스타인 마릴린 먼로는 다른 수강생과 어울려서 열심히 연기 수업을 했다. 뿐만 아니라 먼로는 리 스트라스버그의 부인인 폴라(Paula Strasberg 1909~1966), 그리고 10대인 두 자녀와도 가깝게 지냈다. 어려서 가정과 가족을 모르고 자란 먼로는 가정을 이룬 사람들에게 쉽게 매료됐다. 연극배우 출신인 폴라는 유대인이며 1935년에 리 스트라스버그와 결혼했는데, 두 사람은 모두 재혼이었다.
흔히 ‘method acting'이라고 부르는 연기 기법은 1950년 미국을 풍미했던 프로이드 정신분석학에 영향을 받아서 배우가 자기의 내면(內面) 세계를 발견해서 연기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식이었다. 당시 많은 유대인들이 그러했듯이 리 스트라스버그는 사회주의 성향이 강했고, 부인 폴라는 미국 공산당에 가입한 적이 있었다. 스트라스버그와 가까웠던 감독 엘리아 카잔도 젊었을 적에 미국 공산당원이었기 때문에 FBI는 이 그룹 전체를 위험인물로 간주해서 감시하고 있었다. 먼로와 결혼하게 되는 극작가 아서 밀러도 한때 미국 공산당에 동조했기 때문에 먼로가 FBI의 감시 대상이 된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먼로와 스트라스버그 부부와의 관계는 먼로가 죽을 때까지 계속됐다. 스트라스버그는 말론 브란도와 마릴린 먼로를 자기가 키운 최고의 배우라고 지켜 세웠다. 하지만 먼로를 연구한 사람들은 스트라스버그가 정서가 불안한 먼로를 오히려 이용했다고 본다. 먼로는 이미 너무나 유명해서 먼로가 Actors Studios에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스트라스버그를 더 유명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이다. 1956년 들어서 먼로는 자신의 오래된 연기 코치인 나타샤 리테스와 결별하고 폴라를 자신의 연기 코치로 기용해서 촬영 현장에 동행했다.
하지만 먼로가 주연을 한 <Bus Stop>(1956년)을 감독한 조수아 로건(Joshua Logan 1908~1988)은 폴라가 촬영에 방해가 된다면서 현장에서 내 쫓았다. 먼로가 영국의 거장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Laurence Olivier 1907~1989)와 함께 나온 <The Prince and the Showgirl>(1957)은 올리비에가 직접 감독을 했는데, 올리비에는 폴라는 연기도 모르고 아무 것도 모른다고 혹평을 하고 촬영장에 나타나는 것을 금지시켰다. <Some Like It Hot>(1959)를 감독한 빌리 와일더(Billy Wilder 1906~2002)도 마찬가지였다. 로렌스 올리비에는 ‘method acting' 자체가 쓸데없는 짓이라고 혹평했다. <Bus Stop>과 <The Prince and the Showgirl>은 마릴린 먼로 프로덕션이 제작을 할 때라서 밀튼 그린은 감독과 스트라스버그 부부간의 갈등을 조정해야만 했다. 먼로가 스트라스버그 부부와 좋은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게 된 데는 폴라가 먼로에게 아첨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마릴린 먼로가 죽은 후에 공개된 유언장에는 먼로가 사용했던 옷 장신구 등 일체의 물건은 리 스트라스버그에게 귀속하도록 돼 있었다. 리 스트라스버그는 먼로가 쓰던 물건들을 창고에 보관했다. 폴라 스트라스버그는 1966년에 암으로 사망했고, 리 스트라스버그는 이듬해에 세 번째 부인 애너(Anna 1939~ )와 결혼했다. 리 스트라스버그는 1982년에 사망하고 창고에 있는 먼로의 물건은 부인 애너와 두 자녀의 소유물이 됐다 1999년에 이 물건들이 경매에 나왔는데, 천문학적 가격으로 판매됐다. 애너는 생시에 만나보지도 못한 먼로 덕분에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벌었다.
- 사진 (1) : 스트라스버그 부부와 먼로.
- 사진 (2) : 촬영장에서 폴라 스트라스버그와 먼로.
- 사진 (3) : 로렌스 올리비에와 먼로. 영화 <The Prince and the Showgirl>(1957)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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