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먼로와 이브 몽땅

작성일 : 2024-01-08 20:59조회 : 316

먼로와 이브 몽땅

마릴린 먼로는 20세기 폭스사와 맺은 새로운 계약에 의해 7년 동안 영화 4편에 출연할 의무가 있었다. 따라서 먼로는 폭스사가 기획한 <Let‘s Make Love>에 출연하기로 했다. 문제는 먼로의 상대역을 할 주연 남자 배우였다. 폭스사는 케리 그랜트, 그레고리 펙 등을 접촉했으나 이들은 곤란하다면서 출연을 고사(固辭)했다. 그렇게 해서 프랑스의 배우이며 가수인 이브 몽땅(Yves Montand 1921~1991)이 남자 주연을 하게 됐다. 프랑스의 국민 배우이자 가수인 이브 몽땅이 미국 최고의 여배우 마릴린 먼로와 같이 영화에 나온다고 하자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그러면 이브 몽땅은 누구인가 ? 이브 몽땅은 우리에게는 고엽(枯葉)’(’Autumn Leaves‘, ’Les feuilles mortes‘)’으로 친숙한 가수이자 '그랑프리' 등 여러 프랑스 영화에 나온 배우이다. (‘고엽’은 1945년에 나온 후 프랑스에서는 이디스 피아프 등이 불렀으며 미국에서는 빙 크로스비, 낫 킹 콜, 프랑크 시나트라 등이 불렀고 로저 윌리엄스의 피아노 곡이 특히 유명하다.)

1951년에 이브 몽땅은 여배우 시몬 시뇨레(Simone Signoret 1921~1985)와 결혼했다. 몽땅과 시뇨레는 이미 프랑스의 정상급 배우였다. 1950~60년대에 몽땅과 시뇨레는 당시 프랑스의 문화예술인이 그러했듯이 여러 가지 진보적 아젠다를 지지했고, 그런 주제를 담은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 이런 프랑스의 국민 배우 부부가 갈라설 뻔 했는데, 이브 몽땅이 마릴린 먼로와 함께 <Let's Make Love>에 출연하면서 두 사람이 깊은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Let's Make Love>는 뉴욕에 진출한 프랑스의 억만장자 클레망(이브 몽땅)이 빌딩 지하 무대에서 뮤지컬 리허설을 구경하면서 아만다(마릴린 먼로)를 만나서 벌이는 코믹한 뮤지컬 영화로, 먼로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배역으로 마지막으로 나온 영화다. 이브 몽땅은 문화예술인에게 공산당에 동조하는가를 심문하는 미국을 좋아하지 않았다. 몽땅은 먼로가 나온 영화도 그 때까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몽땅과 시뇨레는 아서 밀러를 좋아했다. 밀러가 미국 의회의 심문을 마녀 재판에 비유한 <The Crusible>의 프랑스판(版) 영화 <Les Sorcières de Salem>에 몽땅과 스뇨레가 주연을 맡을 정도로, 아서 밀러와 몽땅 부부는 가까웠다.

1960년 1월,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위해 몽땅 부부와 밀러와 먼로는 베벌리 힐튼의 벙갈로에 나란히 투숙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하고 다른 출연진과 레스토랑에서 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그리고 촬영이 시작됐고, 밀러는 자기 일로 유럽으로 떠났다. 먼로는 여전히 촬영장에 늦게 나오고 어느 날은 아예 안 나오는 등 촬영에 차질을 초래했다. 이브 몽땅과 시뇨레는 그런 먼로의 모습을 처음 보고 당황했다. 그리고 얼마 후 시뇨레는 파리로 떠났다. 그리고 봄부터 몽땅과 먼로가 슬그머니 몰래 만나는 모습이 영화 스태프에 의해 목격됐고, 두 사람이 그런 관계라는 소문이 할리우드에 퍼져 나갔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아서 밀러가 LA에 왔다가 코네티컷 집으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떠났는데, 도중에 담배 파이프를 두고 온 것을 알고 다시 호텔에 갔더니 몽땅과 먼로가 침대 위에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밀러는 <Let's Make Love> 영화 스토리에서와 똑같은 일이 현실로 벌어지는 것을 보고 자기의 결혼은 이미 깨져버렸다고 생각했다.

LA에서 촬영을 끝낸 몽땅이 파리로 돌아가기 위해 뉴욕 공항에 내리자 이미 뉴욕에 와있던 먼로가 몽땅을 만나서 미리 예약해 둔 호텔로 데리고 가서 다섯 시간을 보냈다. 먼로와 몽땅의 이런 행적은 목격한 사람들에 의해 언론에 보도가 됐다. 8월 영화 개봉을 앞두고 라이프지(誌)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암시하는 표지를 내보냈다. 그해 여름부터 먼로는 그녀의 마지막 영화가 되는 <The Misfits>을 찍기 위해 네바다에 와 있었다. <The Misfits>은 원작과 극본을 아서 밀러가 썼기 때문에 밀러도 네바다 촬영장에 와 있었다. 하지만 밀러와 먼로의 결혼은 이미 끝난 것과 마찬가지였다. 네바다에서 먼로는 몽땅에게 틈만 나면 전화를 걸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몬느 시뇨레는 먼로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이는 먼로가 사람을 보는 눈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몽땅을 사랑한다”고 답했다. 나중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시뇨레는 자존심을 꺾고 먼로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서 몽땅을 더 이상 만나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그해 크리스마스에 몽땅은 뉴욕에 올 일정이 있었다. 먼로는 몽땅을 만나려고 그 날을 기다렸다. 마지막 순간에 몽땅은 뉴욕 일정을 취소하고 오지 않았다. 시뇨레와 몽땅은 가정을 지킨 것이다.

몽땅이 뉴욕에 오지 않음을 알게 된 먼로는 자기는 더 이상 살 자격이 없다고 하염없이 울었다. 그 해 연말 먼로는 몽땅을 잃어 버렸을 뿐더러 아버지 같이 생각했던 클락 게이블도 잃어 버렸다. 밀러와는 이혼이란 법적 절차 만 남은 상태였다. 1960~61년 연말연시는 먼로에게는 잔인하고 힘든 시간이었다.
- 사진 (1) : 베벌리 힐튼에 함께 묶고 있을 때 레스토랑에서 자리를 같이 함께한 몽땅-시뇨레 부부와 밀러-먼로 부부. 1960년 1월.
- 사진 (2) : <Let‘s Make Love> 포스터와 라이프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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