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The Misfits> (1961)

작성일 : 2024-01-08 21:11조회 : 288

<The Misfits> (1961)

<Let's Make Love> 촬영을 마친 먼로는 이어서 <The Misfits> 촬영을 시작했다. 먼로는 <The Misfits>을 먼저 하려고 했으나 20세기 폭스사와의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Let's Make Love>을 먼저 해야만 했다. <The Misfits>은 아서 밀러가 쓴 단편 소설을 토대로 한 영화인데, 밀러는 먼로를 위해 극본을 썼다. 밀러는 먼로가 이브 몽땅과 바람이 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하고 먼로를 주인공으로 상정한 극본을 쓴 것이다.

네바다는 다른 주(州)에서 온 사람도 6주일 간 머물면 주(州) 법원에서 신속하게 이혼을 할 수 있고, 네바다 주에서 한 이혼은 다른 주에서도 그대로 인정이 됐다. 그래서 편리하게 이혼을 하려는 사람들이 네바다로 몰려 왔는데, 특히 리노(Reno)는 ‘이혼 수도’(Divorce Capital)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이런 사람들은 네바다 주에서 6주일을 보내면서 카지노에 가서 돈을 쓰기도 했다. 네바다는 도박과 이혼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큰 사업이었다.

아서 밀러는 네바다 리노에 와서 첫 부인과 이혼을 했다. 리노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밀러는 사막에 사는 야생마를 포획해서 생활을 하는 세 사람을 우연히 알게 됐다. 현대적 생활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을 보고 밀러는 <The Misfits>이란 단편 소설을 썼다. ‘Misfits’이란 시대에 맞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란 의미였다. 밀러는 이 단편을 먼로가 주연을 하는 영화의 극본으로 발전시켰다.

영화 <The Misfits>은 다른 도시에서 이혼을 하기 위해 네바다 리노에 온 로슬린이란 젊은 여성(마릴린 먼로)이 거친 삶을 사는 남자 3명(클락 게이블, 몽고메리 클리프트, 일라이 월럭)을 만나서 야생마 포획에 나서고, 이들은 고생 끝에 야생마 몇 마리를 잡는 데 성공한다. 이렇게 잡은 야생마는 중간상인들에게 팔고 결국 고양이와 개 사료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먼로는 경악한다. 먼로가 울부짖으면서 야생마를 잡아가는데 반대하자 클락 게이블은 말들을 다시 황량한 네바다의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아서 밀러가 극본을 쓰고 존 휴스턴(John Huston 1906~1987)이 감독을 하고 먼로 외에도 클락 게이블(1901~1960. 11.16), 몽고메리 클리프트(Montgomery Clift 1920~1966), 일라이 월럭(Eli Wallach 1915~2014) 등이 배역을 맡았으니, 한 시대를 풍미한 극작가와 감독, 그리고 배우들이 나온 셈이다. 영화 스토리 자체 보다도 이 영화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로 <The Misfits>는 할리우드 역사의 한 장(章)을 장식했다.

뜨거운 네바다의 사막에서 영화를 찍는 작업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리노에 도착한 밀러와 먼로는 처음부터 호텔 방을 따로 잡았다. 먼로는 수면제 과용으로 늦게 도착해서 스태프들을 힘들게 하고 촬영 일정에 차질을 주었다. 먼로는 폴라 스트라스버그를 코치로 기용해서 데리고 다녔고 영화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폴라가 연기에 간섭한다고 생각한 존 휴스턴 감독은 폴라를 제압하느냐고 신경을 써야 했다. 촬영 기간 중 먼로는 쓰러져서 LA 병원으로 후송돼서 정신과 의사의 상담을 받고 복귀하는 일도 있었다.

도박을 좋아한 존 휴스턴 감독은 밤이 되면 카지노에 자주 들렀는데 결국에는 무일푼이 될 정도로 돈을 많이 잃어서 친지들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먼로와 이혼을 기정사실로 받아드린 밀러는 그럼에도 먼로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대사를 넣어서 먼로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표시했다. 먼로는 밀러를 차갑게 대해서 촬영 스태프들을 거북하게 만들었다. 클락 게이블은 60세를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말에 이끌려 가는 장면을 직접 하는 등 무리를 했다.

촬영이 끝난 후 게이블은 먼로와 영화를 같이 하다가는 심장마비가 걸릴 것 같았다고 말했는데, 그러고는 정말로 심장마비를 일으켜서 병원에 입원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게이블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기도 심장마비를 일으킨 적이 있으니까 잘 이겨내라고 격려했다. 그럼에도 게이블은 다시 큰 심장마비가 와서 11월 16일에 사망했다. 임신 중이던 게이블의 부인 케이(Kay Williams 1916~1983)는 먼로 때문에 남편이 더위에 고생해서 심장마비를 일으켜서 죽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게이블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먼로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슬퍼했다. 아버지를 모르고 자란 먼로는 클락 게이블을 아버지 같이 생각했고 영화를 같이 하게 되어서 좋아했다. 게이블은 콧수염을 길렀는데, 먼로는 콧수염을 기른 나이든 남자를 좋아했다. 먼로는 어머니가 콧수염을 기른 잘 생긴 남자 사진을 먼로에게 주면서 이 사람이 아버지라고 말했다고 주변 사람에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이것이 사실인지, 아니면 아버지를 그리워한 먼로가 환상 속에서 지어낸 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The Misfits>은 클락 게이블과 먼로에게는 마지막 영화가 되고 말았다. 영화의 마지막은 깜깜하고 황량한 네바다의 사막을 게이블이 먼로를 옆에 태우고 운전해서 가는 장면이다. 게이블은 깜깜한 밤하늘에 빛나는 큰 별을 손으로 가르키면서 저 별을 따라가면 집(home)으로 간다고 먼로에게 말하고 영화는 끝난다. 이 장면은 두 사람에게 닥쳐 올 죽음을 암시하는 것 같다고 평론가들은 나중에 이야기했다.

촬영이 끝나고 먼로는 뉴욕의 아파트로, 그리고 밀러는 코네티컷의 집으로 각각 다른 비행기 편으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케네디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던 1961년 1월 20일 멕시코 후아레스에서 이혼 수속을 마쳤다. 두 사람은 6주일을 체류해야 하는 네바다 대신 돈만 있으면 즉시 이혼이 가능한 멕시코 법원을 택한 것이다. 두 사람이 케네디가 취임하는 날에 이혼을 한 이유는 자신들의 이혼이 신문 1면 톱기사로 나오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The Misfits>에서도 고독하고 조용한 남자로 나온 몽고메리 클리프트는 1966년 이른 나이에 사망했다. 일라이 월러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을 한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1966)에 ‘the Ugly'로 나오고, <Godfather III>(1990) 등 많은 영화에 독특한 성격 배우로 활발하게 나왔다. 먼로는 클락 게이블이 자기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해서 죄책감에 시달렸다. 먼로는 <Let's Make Love>에 같이 출연한 이브 몽땅과 결혼하고 싶었지만 그 해 크리스마스에 몽땅은 뉴욕에 오지 않았다. 아서 밀러는 <The Misfits>의 촬영 기사(촬영 부감독)였던 독일 태생의 잉게 모라(Inge Morah 1923~2002)를 사귀어서 결혼을 했다. 모라는 사진작가로 활동했고 밀러 보다 3년 먼저 사망했다. 밀러는 2005년에 사망했다. 두 사람 사이에 두 아이를 두었고 딸이 영화제작자와 작가로 활동하는 레베카 밀러(Rebecca Miller 1962~)다.

- 사진 (1) : <The Misfits> 포스터.
- 사진 (2) : 출연지 기념 사진. 가운데 푸른 셔츠를 입은 사람이 존 휴스턴 감독, 뒤에 아서 밀러가 서있다. 오른쪽 옆 구석에 서 있는 사람은 제작자 프랭크 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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