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먼로, Cal Neva에 가다

작성일 : 2024-02-08 07:37조회 : 254

먼로, Cal Neva에 가다

마릴린 먼로에게 1962년 6월 말부터 8월 4일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6월 26일, 조직범죄 회의차 LA에 온 로버트 케네디는 저녁 늦게 캐주얼한 차림으로 컨버티블 자동차를 몰고 피터 로포드 집에 도착했다. 로버트와 로포드는 저녁을 같이 했고, 늘 그러하듯이 먼로는 두 시간 반 늦게 도착했다. 다음 날 로버트는 같은 자동차를 몰고 먼로의 브렌트우드 집에 도착했다. 당시 먼로의 집에는 집안 일을 돌보는 유니스 머레이가 있었고, 그녀의 사위인 노먼 제프리스(Norman Jeffries)가 집 수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로버트 케네디는 한 시간 정도 머무르다 돌아갔으며 먼로는 로버트의 방문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제프리스는 30년이 지나서 말했다.

6월 말에서 7월 중순까지 먼로는 라이프지(誌) 인터뷰와 <Vogue> 및 <Cosmopolitan> 사진 촬영으로 바빴다. 7월 14일 주말, 피터 로포드는 자기 부인과 함께 먼로를 데리고 레이크 타호(Lake Tahoe) 북쪽에 있는 Cal Neva 카지노 호텔로 향했다. 이들은 프랑크 시나트라의 사무실과 거실이 있는 널찍한 52호 별채에 묶었다. 그 날 밤 먼로는 보드카와 샴페인을 많이 마시고 잠이 안 온다면 수면제를 먹고 전화를 손에 쥐고 의식을 잃었다. 객실 전화가 이상하다고 느낀 교환원이 급하게 시나트라에 연락을 해서 먼로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먼로는 시나트라의 자가용 비행기 편으로 LA로 돌아왔다. 그 다음 주 먼로는 매우 우울했는데, 멕시코에 가서 낙태 수술을 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졌다. 먼로는 그런 사정을 머리 화장을 하던 아그네스에게 이야기했으며, 먼로의 전화를 도청한 프레드 오타시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 때 없앤 태아는 케네디 형제 중 한 명과의 사이에서 생겼을 것임이 틀림없었다.

7월 1일부터 8월 4일에 죽을 때까지 35일 중 먼로는 27일을 정신과 의사 그린슨과 만났고 13일을 내과의사 엔젤버그와 만났다. 7월 중순, 먼로는 오랜 친구인 로버트 슬레처를 만나서 말리부 해안도로로 드라이브를 했다. 그 때 먼로는 로버트 케네디와 나눈 대화의 요지를 적은 일기장을 슬레처에게 보여주었다. 며칠 후 먼로는 뉴욕에 있는 폴라 스트라스버그(리 스트라스버그의 부인)을 오라고 해서 같이 시간을 보냈다. 폴라는 먼로가 우울해 보였고 해가 진 후에 산타모니카 해변을 거닐기도 해서 쓸쓸한 모습이었다고 나중에 이야기했다.

먼로가 죽기 1주일 전인 7월 28일 토요일, 피터 로포드 부부는 먼로와 함께 시나트라가 보내 준 자가용 비행기 편으로 레이크 타호의 Cal Neva 카지노 호텔로 향했다. 28~29일 동안 그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는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Cal Neva 호텔은 프랑크 시나트라가 대표이고 대주주로 되어 있으나 실제 주인은 샘 지앙카나로 알려져 있었다. 프랑크 시나트라는 20세기 폭스사가 다음에 기획하고 있는 영화 <What a Way to Go>에 먼로와 같이 출연하도록 되어서 축하하는 의미로 먼로를 초대했다고 했다. 먼로는 그 주말에 Cal Neva에서 딘 마틴이 공연을 하기 때문에 그를 만나서 도중에 중단된 영화 <Something's Got to Give> 촬영 재재 일자를 협의하려고 했다.

그러나 프랑크 시나트라와 피터 로포드가 그곳으로 먼로를 데리고 온 진정한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두 사람은 먼로에게 케네디 형제를 잊으라고 회유하고 압박하려고 했다. 프랑크 시나트라는 케네디 대통령이 그해 3월 팜 스프링에 하룻밤 체류할 때 자기 집이 아닌 빙 크로스비 집에서 머문데 대해 화가 나서 그 후론 피터 로포드와 연락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날 프랑크 시나트라가 피터 로포드와 만나야 했던 절박한 이유는 먼로를 달래기 위함이었다. 1990년대 들어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그 주말에는 샘 지앙카나도 Cal Neva에 비밀리에 다녀갔다고 한다. 이 사실은 샘 지앙카나를 감시하던 FBI 요원 빌 로머(Bill Roemer 1926~1996)의 증언에 의해 확인됐다.

케네디 형제가 결국에는 자기를 데리고 논데 불과하다고 생각한 먼로는 배신감을 느꼈다. 화가 난 먼로는 자기가 기자회견을 해서 모두 불어 버리겠다고 주변에 이야기 한 것이 시나트라의 귀에 들어간 것이다. 1960년 대선에서 프랑크 시나트라는 케네디에게 거액을 기부했고 샘 지앙카나는 시카고에서의 조직적 부정선거를 통해 케네디를 당선시켰다. 케네디 아버지를 잘 아는 지앙카나는 자기가 케네디 정부를 만들었다고 자랑을 했다. 그런데, 만일에 먼로가 케네디 형제와 그런 사이라고 기자회견을 하기라도 하면 케네디 정부는 와해되고 마는 것이다.

케네디 정부가 무너지지 않아야 할 이유를 마피아는 충분히 갖고 있었다. 이들은 케네디가 카스트로 정권을 무너뜨려서 카스트로가 몰수해 간 아바나의 카지노 호텔을 도로 찾기를 원했다. 쿠바를 회복하기 위한 피그스 만 침공은 실패했으나 케네디 형제는 CIA로 하여금 몽구스 작전(Op. Mongoose)이라는 암호명의 카스트로 암살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더구나 CIA는 암살에 능숙한 마피아에게 카스트로 암살 작전을 위탁해서 샘 지앙카나 조직의 언더 보스이며 암살의 귀재(鬼才)인 존 로셀리가 이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혹시나 먼로 때문에 케네디 정부가 무너지면 쿠바의 카지노 호텔을 도로 찾으려는 그들의 절실한 희망은 사라지는 것이었다.

7월 28일 토요일에 Cal Neva의 별채에 도착한 먼로는 피터 로포드, 그리고 프랑크 시나트라와 함께 잠시 밖에 나와서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먼로는 조 디마지오, 그리고 그의 아들 디마지오 2세와 자주 전화를 했는데, 먼로가 Cal Neva에 간다고 하자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디마지오는 먼로를 만나러 Cal Neva 호텔로 왔다. 하지만 시나트라의 경호원들은 디마지오를 축출하고 호텔 경내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서 디마지오는 건너편 다른 호텔에 묶어야 했다. 그 날 밤 먼로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먼로가 죽은 후 피터 로포드는 그 날 밤 먼로가 수면제를 많이 먹고 자살하려 했다고 말했으나 이는 먼로의 죽음을 자살로 몰고 가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분명한 것은 그 날 밤부터 일요일까지 먼로는 술을 많이 마셨고 아마도 환각제 같은 마약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요일 밤 늦게 피터 로포드와 먼로는 시나트라의 자가용 비행기 편으로 LA로 돌아 왔다. 먼로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고 전해진다. 시나트라 전용기 기장인 피터 리토(Peter Lieto)는 그날에 대한 증언을 남기지 못하고 사망했으나 그의 부인 바버라는 리토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20년이 지나서 남길 수 있었다. 일요일 밤에 피터 리토는 별안간 호출이 되어서 피터 로포드 부부와 먼로를 네바다 리노 공항에서 태우고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거기서 동부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 패트 로포드는 내렸다. 피터 로포드와 먼로를 태운 비행기는 LA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로포드와 먼로의 집에서 가까운 산타 모니카 공항은 자정이 넘으면 폐쇄하기 때문에 보다 먼 LA국제공항에 자정이 넘은 시각에 내린 기장과 승무원은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인 먼로를 리무진에 태워 집으로 보냈다. 리토 기장은 피터 로포드를 태우고 로포드의 집까지 데려다 주고 귀가하려 했는데, 로포드는 자기 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에 차를 세우고 동전을 잔뜩 들고 공중전화에 가서 30분 동안 통화를 했다. 일요일 밤 자정을 넘어 도착한 것도 피곤한데 전화를 건다고 30분 동안 기다려서 화가 잔뜩 난 리토는 자기 집에 도착해서 부인 바버라한테 그날 있었던 일을 소상하게 이야기 했다. 그래서 피터 리토는 이미 사망했어도 부인 바버라가 그날 있었던 일을 20년이 지나서 앤소니 서머스에게 증언할 수 있었다.

피터 로포드가 집에 들어가기 전에 공중전화에서 긴 장거리 통화를 한 이유는 도청을 피하기 위함이었음은 분명하다. 로포드가 누구와 무슨 통화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합리적 추측은 가능하다. 아마도 피터 로포드는 로버트 케네디에게 전화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우리는 먼로를 설득하는데 실패했으나 당신이 직접 와서 먼로와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을 것이다. 실제로 먼로는 로버트 케네디와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1주일 후 로버트 케네디는 먼로를 만나러 비밀리에 LA로 온다. 그리고 그 날 밤, 먼로는 죽었다.

- 사진 (1) : Cal Neva에서 먼로와 피터 로포드. 먼로를 찍은 마지막 스냅 사진이다.
- 사진 (2) : Cal Neva에서 먼로. 옆에 시나트라가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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