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릴린 먼로 장례식

작성일 : 2024-02-21 09:30조회 : 276

마릴린 먼로 장례식

부검을 끝낸 시신은 가족에게 인계되어 장례식을 치르게 되지만 마릴린 먼로는 가족이 없었다. 먼로의 어머니 글레디스는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었고 먼로라는 딸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먼로의 유일한 혈족인 반쪽 언니(half sister)인 버니스 미라클(Berniece Miracle 1919~2014)은 플로리다 게인스빌에 살고 있었다. 버니스는 먼로의 어머니가 첫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딸로, 먼로는 버니스와는 연락을 하고 살았다. 먼로와의 재결합을 꿈꿨던 조 디마지오(Joe DiMaggio 1914~1999)는 먼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LA에 도착했다. 버니스는 먼로의 시신 인수와 장례에 관한 모든 일을 디마지오에게 위임했다. 디마지오는 먼로의 비즈니스 매네이저였고 먼로의 어머니의 법정 후견인인 이네즈 멜슨(Inez Melson 1901~1985)과 함께 먼로의 장례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먼로는 자기가 어릴 때 자기를 돌보아준 어머니의 친구 그레이스 맥키(Grace McKee)와 그레이스 맥키의 이모인 애나 로우어(Ana Lower)가 사망한 후 안치된 웨스트우드 메모리얼 파크(Westwood Memorial Park)를 종종 들렀고 자기가 죽은 후에 안치될 크립트(Crypt)를 사서 갖고 있었다. 먼로의 시신을 먼로의 집에서 인수해 간 웨스트우드 빌리지 안치소가 바로 옆에 있어서 8월 8일 수요일 오후 1시에 그곳의 채플에서 장례식을 하기로 했다.

먼로의 시신은 8월 7일 정오에 웨스트우드 안치소에 도착했다. 디마지오는 먼로로부터 자기가 죽으면 자기의 메이크업을 해온 화이티 스나이더(Whitey Snyder 1914~1994)가 마지막 화장을 해 주기로 약속을 했고 먼로는 그 약속을 기념하기 위해 스나이더에게 “Whitey Dear, While I am Still Warm... Marilyn"이란 글을 새긴 골드 머니클립을 선물로 주었음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스나이더는 먼로의 마지막 메이크업을 하게 됐다. (“Whitey Dear, While I am Still Warm... Marilyn"라는 구절은 시(詩)와 문학을 좋아했던 먼로의 감성이 잘 녹아 있다.)

부검을 끝낸 먼로의 시신은 처참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얼굴은 시반(屍班)으로 덥혀 있었고 두개골도 절개한 후 대충 봉합해 놓았으며, 개복(開腹)을 한 탓에 그 유명한 가슴은 갈아 앉아 있었다. 스나이더는 감정을 억누르면서 먼로의 얼굴과 가슴을 생시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복구했다. 할리우드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처참한 시신이 돼버린 미국 최고의 미인을 원래 모습으로 복원한 것이다. 엉망이 되어 버린 먼로의 머리는 먼로의 헤어디자이너인 시드니 길라로프(Sydney Guilaroff 1907~1997)의 몫이었다. 하지만 먼로의 시신을 보는 순간 길라로포는 졸도해 버려서 영화 <The Misfits>에서 썼던 가발을 가져와서 사용해야만 했다. 먼로에게 무슨 옷을 입힐 것인가를 두고 이네즈 멜슨과 버니스 미라클은 의논 끝에 먼로가 멕시코 방문 때 입었던 에밀리오 푸치(Emillio Pucci)가 디자인한 초록색 옷을 입혔다.

디마지오는 장례식 참석 인원을 30명으로 제한했다. 버니스 미라클과 이네즈 멜슨 외에 유니스 머레이, 랠프 그린슨과 그의 가족, 뉴욕에서 온 리 스트라스버그 부부, 밀튼 루딘 변호사, 패트 뉴컴, 그리고 먼로의 화장과 머리를 해 온 화이티 스나이더와 시드니 길라로프, 먼로에게 마사지를 해 온 랠프 로버츠가 참석했다. 해병대 복무 중인 디마지오의 아들도 참석했다. 먼로는 디마지오 2세를 마치 자기 아들처럼 생각했고, 죽던 날인 8월 4일에도 통화를 했다. 기자로서는 디마지오의 친구인 월터 윈첼 기자만 참석할 수 있었다.

LA 경찰국은 경비병력을 보내서 군중을 차단하고 운구할 때 에스코트를 했다. 많은 기자들과 일반인이 장례식을 보려 모여들었지만 메모리얼 파크 경내로 들어 올 수 없었다. 사진기자들은 묵직한 망원렌즈를 단 카메라로 연신 셔터를 눌렀다. 프랑크 시나트라, 딘 마틴, 그리고 피터 로포드와 부인 패트도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 서있어야 했다. 디마지오는 케네디 패밀리와 시나트라 그룹 때문에 먼로가 이렇게 됐다고 생각했다. 아서 밀러는 더 이상 자기가 아는 먼로가 아니라면서 참석을 사양했다.

장례식장에선 목사가 주관한 성경 구절 낭독이 있었고 이어서 리 스트라스버그가 간단한 조사(弔辭)를 읽었다. 그는 먼로의 죽음이 “이 세상에 즐거움을 가져다 준 감성적인 예술가이면서 여성인 그녀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되기를 바란다”면서 먼로가 가는 세계에 언젠가는 우리 모두도 가게 될 것이라면서 끝을 맺었다. 먼로의 관(棺)을 닫기 전에 디마지오는 한참동안 먼로를 내려다보고 이마에 마지막 키스를 하며 사랑한다고 흐느꼈다. 먼로의 신변을 돌보았던 화이티 스나이더, 시드니 길라로프, 랠프 로버츠와 장례식장 직원이 먼로를 운구(運柩)해서 먼로가 10년 전에 사둔 크립트(Crypt)로 안치됐다. 그리고 <Marilyn Monroe 1926~1962>라는 동(銅) 플레이크가 붙여졌다.

공식적인 장례절차가 끝나고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철수하자 군중들이 먼로의 크립트로 향해서 달려들어서 큰 소동이 일었다. 조 디마지오는 그 후 20년 동안 1주일에 세 차례 붉은 장미를 먼로의 크립트에 보냈다. 먼로의 크립트에 20년 동안 장미를 보낸 LA의 꽃집은 디마지오에게 오직 1962년 가격으로 꽃값을 청구했다. (* 디마지오는 자기가 초청한 30명 중에 먼로의 숨을 끊어 놓은 사람이 있을 줄은 물론 몰랐다. 랠프 그린슨이 먼로의 숨을 끊었다는 증언이 나오기까지는 35년 세월을 더 필요로 했다.)

- 사진 (1) : 먼로의 마지막 모습.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의 손톱 색깔이 진한 푸른색이다. 심장에서 보낸 피가 가장 멀리 가는 곳이 손톱과 발톱이기 때문에 수면제 클로랄 하이드레이트를 복용한다고 해서 손톱과 발톱이 시퍼렇게 변색하지는 않는다. 이는 먼로를 죽게 한 수면제 성분이 주사로 직접 혈관으로 들어간 증거라고 보기도 한다.
- 사진 (2) : 먼로의 크립트.
- 사진 (3) : 장례식 장면. 조 디마지오와 그의 아들, 그리고 먼로의 half-sister인 버니스 미라클.
- 사진 (4) : 먼로의 운구를 맡은 화이티 스나이더(오른쪽 앞)와 시드니 길라로프(오른쪽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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