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파커, LAPD 국장이 되다

작성일 : 2024-02-25 18:11조회 : 240

파커, LAPD 국장이 되다

LAPD는 브렌다 앨런 스캔들로 지휘부가 붕괴해서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 플레처 보우런 LA 시장은 임시로 외부의 명망가를 초빙해서 LAPD를 정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보우런 시장의 선택은 LA 남쪽 펜들턴 해병기지(Camp Pendleton)에서 전역식을 마친 윌리엄 워튼(William A. Worton 1897~1973) 예비역 소장이었다. 당시는 2차 대전 직후라서 전투를 지휘했던 장성들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워튼은 처음에는 사양했으나 시장의 간곡한 부탁을 못 이겨서 1948년 6월 30일자로 임시 국장(Interim Chief)으로 취임했다.

보스턴 출신으로 하버드와 보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한 윌리엄 워튼은 학창시절에 군사훈련을 받고 예비역 중위로 임관됐다. 1차 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로 파견돼서 베르당 전투 등을 치렀고 부상을 당했다. 1차 대전 후에는 여려 차례에 걸쳐 중국 본토에 파견되어 미국 공관을 보호하고 중국어를 공부해서 해군 첩보장교로 활동했다. 2차 대전이 발발하자 대령으로 진급한 그는 괌, 이오지마, 오키나와 전투에 참여했다. 전후에는 중국의 장제스 군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다가 퇴역했다. 누가 보더라도 워튼 장군은 훌륭한 군인이고 리더였다.

LAPD 국장이 된 워튼은 부패한 경찰들을 숙정하고 기강을 확립하는 일이 급했다. LAPD 내부 사정을 몰라서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 워튼은 얼마 전에 인스펙터(Inspector)로 승진한 윌리엄 파커(William H. Parker 1905~1966)에게 도움을 청했다. 워튼이 2차 대전 중 유럽에 참전해서 훈장을 받은 파커를 좋아한 것은 자연스러웠다. 워튼은 내사부(內事部 Internal Affairs)를 새로 만들고 파커를 그 부장으로 임명했다. 워튼은 파커로 하여금 부패 경찰을 사정(司正)하도록 했을 뿐더러 모든 문제에 대해 파커의 의견을 들었다. 새로이 LAPD에 들어온 루키(rookie : 신참 경관) 1,400명의 90%가 2차 대전 참전용사들이었고 이들은 파커를 자신들의 롤 모델로 생각했다. 문제가 있는 간부들이 밀려났고, LA 경찰학교는 해병대 훈련소처럼 바뀌는 등 LAPD는 군대를 닮아갔다.

파커는 LAPD가 당면 과제가 미키 코헨이 지배하는 지하 조직범죄를 척결하고 공산주의 세력의 침투를 막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워튼 국장은 미키 코헨이 간여하는 사업을 감시하도록 했다. 얼마 전만 해도 코헨의 동업자이던 LAPD가 코헨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 것이다. 워튼 장군은 후임 국장을 뽑는 대로 은퇴할 생각이었다. 워튼은 LAPD 국장도 뉴욕, 시카고 등 다른 대도시 경찰국장처럼 정치적 책임을 지도록 개편하려고 했으나 파커의 반대로 이루지 못했다. 1950년 봄, 바우런 LA 시장은 LAPD 국장을 새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LAPD 국장이 되기 위한 시험에서 파커가 단연 1위를 했고 태드 브라운(Thad Brown 1902~1970)이 차이가 나는 2위를 했다.

당시 LA 경찰위원회는 위원 5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LA의 가톨릭 교구와 신자들은 가톨릭 신자인 파커를 지지했다. 하지만 LAPD는 개신교가 강한 집단이었다. LA 타임스는 태드 브라운을 지지했다. 경찰위원 5명 중 3명이 태드 브라운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러던 중 태드 브라운을 지지하는 여자 위원이 유방암으로 사망했다. 차기 LAPD 국장을 두고 분열이 심각함을 느낀 바우런 시장, 워튼 국장, 그리고 경찰위원 네 명이 비밀리에 회동했고 경찰위원회는 전원일치로 파커를 차기 국장으로 선출했다고 발표했다. 윌리엄 파커가 LAPD 국장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실망한 사람은 미키 코헨이었다.

파커는 1950년 8월 5일자로 국장에 취임해서 1966년 7월 16일 심장마비로 사망할 때까지 무려 16년 동안 LAPD 국장으로 재임했다. 파커는 LAPD를 청렴하고 정직하며 범죄와 강력하게 싸우는 경찰로 탈바꿈시켰다. 파커는 지하갱단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감시해서 이들의 숨통을 조였다. 파커는 갱스터 스쿼드(Gangster Squad)를 확충해서 조직범죄에 대처하도록 했다. LAPD는 과거에 흑인 거주 지역은 순찰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나 파커는 흑인 지역에 순찰차를 집중적으로 배치해서 흑인범죄에 대처했다. 하지만 백인 경찰들이 흑인지역에서 거칠게 순찰하는 과정에서 흑인 사회가 파커를 비난하는 등 흑인 문제를 야기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가정적으로도 건실한 가톨릭 신자이며 반공주의자인 윌리엄 파커는 성향으로 볼 때에는 같은 남부 캘리포니아 출신인 리차드 닉슨과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1950년대 중반부터 케네디 형제와 인연을 맺게 된다.

- 사진 (1) : 임시로 LAPD 국장직을 맡은 워튼 예비역 장군. (오른쪽). 1950년.
- 사진 (2) : LAPD 국장 취임 선서를 하는 파커.
- 사진 (3) : 재향군인회 모임에 참석한 윌리엄 파커 국장. 1955년.
- 사진 (4) : 검열 중인 파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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